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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 전문가 칼럼 ] 범법자의 노역이 하루 5억이라니….

[ 전문가 칼럼 ] 범법자의 노역이 하루 5억이라니….


 

신수식 논설주간·정치학박사

⒞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신수식 논설주간] 지금 대한민국에 범법자 하루 노역 5억 원이 등장하자 세간에 주요 이야기 거리가 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대기업 재벌들의 노역 일당을 수억 원으로 계산한 사법당국의 결정에 대한 논란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은 그 크기가 역대 최고라서 그런지 아니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서 그런지 논란이 크다.

 

이번 범법자 일당 5억 노역의 논란 주인공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회장이며 법원에서 그의 하루 노역 일당이 5억원으로 결정되면서 촉발됐다. 광주지방검찰청 특수부는 지난 3월 22일 오후 자진 귀국한 허재호 전회장의 신병을 인천공항에서 확보해 광주교도소 노역장에 유치했다고 3월23일 밝혔다.

 

허재호 전회장은 검찰과 국세청 등이 자신의 은닉재산 찾기에 주력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해오자 심적인 부담을 느끼고 지난 3월 21일 검찰에 자진 귀국 의사를 밝혔다.

 

허재호 전회장은 벌금 249억원을 내는 대신 지난 3월22일 노역을 시작해 앞으로 49일 동안 일당 5억원씩의 노역을 하게 된 것이다. 허재호 전회장의 하루 노역 일당 5억원은 사상 최고 액수다. 지난 2008년 탈세 등의 혐의로 벌금 1,100억원이 선고된 삼성 이건희 회장의 노역장 일당은 1억 1000만원이었다.

 

지난 2010년 1월 21일 광주고법 제1형사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허재호 전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했다. 이 보다 앞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원이 선고된 1심보다 전체적인 형량은 물론 벌금액 또한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었다.

 

 

재판부는 또 벌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1일 5억원으로 계산하여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밝혔다. 즉, 일당 5억원으로 51일(2010년 기준) 간 노역장에 유치되면 벌금을 모두 면할 수 있다는 판결이었다. 노역장에 유치는 최대 3년까지 가능하고 일반인의 경우 하루 노역장 일당을 5만원에서 10만원 정도로 계산하는 점을 감안하면 항소심 재판부가 허재호 전회장의 노역 일당을 5억원으로 결정한 것은 지나친 특혜라는 비판이 다시 제기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지난 2008년 1심에서는 벌금 508억원을 선고하고 노역장 일당을 2억 5000만원으로 환산했다. 그러나 2년 뒤 항소심 재판부는 허재호 전회장의 벌금을 254억원으로 하여 절반을 깎아주었으며 그 대신 노역장 일당을 두 배인 5억원으로 늘려준 것이다. 형법에서 벌금은 판결확정일로부터 30일 안에 내야 하고 벌금 미납자는 1일 이상 3년 이하 노역장에 유치해 작업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노역장 일당은 통상 도시 일용노동자의 일당에 해당하는 5만원으로 산정하고 있다.

 

노역장 유치 기간은 총 3년으로 제한돼 있어서 벌금이 커질 경우 노역 일당도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허재호 전회장은 오는 5월 9일까지 광주교도소 노역장에 있으면 49일을 채우게 된다. 이중 공휴일(토, 일요일과 어린이날, 석가 탄신일)을 빼면 실제 33일만 노역장에서 일하게 되는 것이다.

 

노역은 감방 안에서 오전 약 4시간, 오후 약 4시간 등 하루 8시간 이뤄지며 일의 종류는 쇼핑백 만들기, 두부 등을 만드는 식품공장 일, 가구 만들기 등이 있다. 3월24일 광주교도소 관계자들은 허재호 전회장의 연령이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간단한 풀칠작업 등을 하는 쇼핑백 만들기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검찰은 최근 허재호 전회장의 자녀와 가족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두 곳을 압수수색을 해 미술품과 골동품 100여점을 확보하는 등 허재호 전회장의 은닉재산을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또 허재호 전회장의 추가 범죄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한편 허재호 전회장은 4년 전 횡령과 조세포탈 죄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뒤 벌금 254억원, 국세 123억원, 지방세 24억원 등을 내지 않고 뉴질랜드로 도피한 혐의로 수배를 받아왔다.

 

허재호(72) 대주그룹 전회장은 중소건설사를 기반으로 한 지방의 사업가였다. 이번 허재호 전회장과 유사한 사례가 이미 언급한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으로 벌금비자금 사건 수사를 받고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선고된 이 회장이 벌금을 징역으로 때울 때 하루에 인정되는 일당은 1억1000만원이었다. 그러나 비슷한 혐의로 기소됐던 허재호 전회장의 일당은 5억원으로 이 회장보다 5배 가까이 높은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환형유치(換刑留置)라는 법률용어가 있는데 벌금형을 선고 받았지만 이를 판결이 확정된 뒤 30일 이내에 내지 못할 때 교도소에 들어가 숙식을 하며 노역으로 이를 대신하는 것이다. 벌금을 몸으로 때운다는 표현으로 벌금을 몸으로 때울 수 있는 기간이 1일 이상 3년 이하여야 한다는 제한(형법 69조)이 있다.

 

판사는 벌금형을 선고할 때 이 유치기간을 함께 정해줘야 한다. 그것을 1일로 하든 3년으로 하든 그 결정은 판사가 재량으로 정하기 때문에 판사 맘이라는 얘기다. 여기서 허재호의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2010년 1월21일 광주고법 형사1부(당시 재판장 장병우)는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허 전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했다.

 

1심 판결 벌금형(508억원)에서 절반이 깎는데 횡령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허 전회장이 구속을 면하려고 자신의 조세포탈을 인정한 것을 항소심 재판부는 자수로 봤던 것이다. 그 결과 깎인 건 벌금 뿐만이 아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형을 몸으로 때울 수 있는 환형유치기간을 1심의 203일에서 49일로 확 낮추어 주었다. 결과적으로 허 전회장의 하루 일당은 1심 때 2억5000만원(508억÷203일)에서 항소심에서 5억원(254억÷50일)으로 2배 높아진 것이다. 광주고법의 봐주기 판결이 허 전 회장을 최고 몸값의 주인공으로 등극시킨 것이다. 지역에서는 이런 판결이 법원장 출신 변호사가 동원된 전관예우와 지역법관(향판)들이 이에 호응한 합작품이라는 비난 여론이 높다.

 

검찰이 청구한 허 전회장 구속영장도 2007년 11월 광주지법에서 기각됐다. 허 전회장은 이때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려고 하루 구속돼 있었기 때문에 그가 납부해야 할 최종 금액은 5억원이 깎인 249억원이고 몸으로 때워야 하는 날도 49일로 줄었다.

 

허 전회장은 교도소에서 몸을 움직여 실제로 하루에 5억원을 벌고 있는 것이며 몸이 아파 쉬어도 일한 걸로 쳐주고 숙식제공까지 주어진다고 볼 때 어처구니없게도 대한민국 최고의 일자리인 것이다. 허 전회장의 사례와 비교하면 이건희 회장과 같은 재벌회장들은 억울할 법하다고 하지 않겠는가?

 

파기환송심 재판부였던 서울고법 형사4부는 2009년 8월 이건희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하면서 벌금을 몸으로 때울 수 있는 기간을 1000일로 명시했기에 하루 일당은 1억1000만원(1100억÷1000일)이었다. 노역 일당이 적지 않은 액수이긴 했지만 이건희 회장으로서는 교도소에서 1000일 동안 일한다는 생각은 결코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판결이 확정된 다음달 벌금 1100억원을 완납했다. 형사재판에서 일반인들의 하루 일당은 보통 5만원으로 책정된다고 할 때 허 전회장의 5억원이나 이 회장의 1억1000만원이나 일반인들에 비하면 지나치게 높은 액수로서 큰 도둑, 큰 범법자들인 재벌들에게 가장 공평하고 공정하며 평등해야 할 법도 재벌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인간의 가치를 크게 차별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슬플 뿐이다.

 

상식을 지닌 국민이라면 이러한 대한민국을 어찌 공평하다고 생각할 것이며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너무 불합리하고 지나치게 특권과 힘을 가진자들에게 치우친 불공평한 것도 사실이다. 법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우리 국회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국민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신수식 박사는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러시아정치로 정치학박사 학위를 했다. 전주대학교 객원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한국그리스도대학교, 광주보건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신수식 논설주간·정치학박사(sss123kk@hanmail.net)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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