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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 전문가 칼럼 ] 쿠바의 현실과 미래, 그리고 한국의 대응 방안

[ 전문가 칼럼 ] 쿠바의 현실과 미래, 그리고 한국의 대응 방안

 

[시사타임즈 전문가 컬럼  정경진 중국 청화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사]

 

-미지의 국가 쿠바에 가다-

 

 

 

▲정경진 중국 청화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사 ⒞시사타임즈
“치노!치노!” 쿠바 아바나의 명동이라는 오비스코 거리에 도착하는 순간,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이다. 쿠바인들은 모든 동양인에게는 일단 “치노(중국인)!”이라며 말을 걸고 본다. 당신이 여성이라면, 뒤에 “뷰티풀!”이나 “레이디!”정도가 따라 붙을 것이다. 50년만의 개방으로 세계의 시선이 주목되고 있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 지난 4월 직접 방문했을 때의 모습이다.

 

최근 미국과 쿠바의 수교가 정상화되면서, 50년간 닫혀 있었던 쿠바의 문이 열릴 것이라는 전 세계의 기대가 크다. 오바마의 쿠바 방문과 함께 유명 밴드 롤링 스톤즈가 아바나에서 공연을 가졌고, 지난 5월에는 처음으로 미국 크루즈선이 쿠바에 입항해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과거 쿠바에 입국할 때에는 여권에 도장을 찍지 않기 위해 입국사증에 따로 도장을 찍고 이를 출국할 때 반납했지만, 지금은 웃으면서 “도장 찍어줄까요?”라고 물어보고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긍정적으로 답한다. 코카콜라가 수입되지 않는 유일한 국가였으나, 이미 4월부터 유명 레스토랑과 호텔 등지를 중심으로 코카콜라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한국 사회 역시 쿠바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언론사는 발 빠르게 쿠바 르포 기사를 발표했으며,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 거주하던 교민들을 중심으로 쿠바 여행 역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쿠바를 여행하던 일주일 동안 20명이 넘는 한국인 여행객들을 아바나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개방되지 않은 쿠바에 사업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 역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아직까지 쿠바에 관해 알려진 바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쿠바에 들어가는 일은 아직까지는 위험하다. 쿠바는 내국인용과 외국인용, 두 가지 화폐를 사용하며 아직까지도 배급 사회를 유지하고 있다. 내국인용 화폐인 모네다(MONEDA)는 외국인용 화폐인 쿡(CUC)과 24:1의 환율이 정해져 있는데, 과거에는 외국인이 모네다를 사용하는 일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필자 역시 도착하던 첫 날, 거스름돈 10쿡을 받아야 하는데 10 모네다를 받은 일이 있다. 두 화폐는 모양까지 비슷해서 처음부터 구분하기는 힘들다.

 

배급 사회에서 오는 문화적인 충격과 어려움에 비교하면 화폐가 헷갈리는 정도는 애교라고 할 수 있다. 공산주의 사회인 쿠바는 아직까지도 교육, 의료 등 모든 서비스를 국가가 제공하며, 대도시인 아바나와 바라데로 등을 제외하면 시장경제조차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외국인 여행객이 쓰러졌을 경우 의료 서비스를 거의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당장 필요한 물품을 구할 수 없다는 어려움 역시 존재한다. 실제 시골 마을인 히론(Playa Giron)에 방문했을 당시 몇 개 없는 레스토랑에 식재료가 떨어져서, 저녁을 해결하지 못해 난감한 경우가 있었다. 다시 아바나에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중심지역에 휴지가 없어서 여행자들이 배를 부여잡고 서로가 서로에게 휴지를 빌리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아바나에서 3시간 떨어진 해안마을 히론의 풍경. 배급 사회에 익숙해진 시골 마을에서는 아직까지도 상점을 찾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급하지 않는 물건들의 경우 아바나까지 구하러 가거나, 방문판매 등의 방법을 통해서 거래한다. ⒞시사타임즈

 

 

 

인터넷 상황 역시 좋지 않다. 인터넷 회사는 국영 기업 하나뿐이며, 이 역시도 각 대학과 외국인이 묵는 고급 호텔 등을 중심으로 한정적으로 공급한다. 공원이나 대학 등지에서 외국인들이 핸드폰을 잡고 바닥에 앉아 있다면 그 곳이 와이파이가 터지는 속칭 와이파이 스팟이다. 그렇다고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다. 미국이나 한국 중심의 일부 어플리케이션은 이용이 불가능하다. 핸드폰 로밍 역시 불가능하다. 이는 바꿔 말하면 현지에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 한국으로 빠른 연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돈이 있는데도 물건을 살 수 없는 상황은 자본주의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하는 일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니 일용품의 가격도 변동적이다. 1시간 사용 가능한 와이파이 선불카드는 국영 상점에서는 정가가 2쿡이지만, 실제로는 국영 상점 외부에서 3쿡에 거래되고 있다. 장기 거주 비자를 얻기도 힘들다. 공산품 생산이 가능한 공장조차 한정적이다. 향후 무역이 활성화되면 물가가 엄청나게 뛸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과거에는 외국인 대상 범죄가 엄격하게 처벌받아 거의 없었지만, 최근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소매치기, 강도 등의 범죄 역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배급 사회에 50년간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자본주의 국가의 빠른 업무 처리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쿠바 시내 와이파이 스팟의 광경. 와이파이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쿠바에서는, 이렇게 사람들이 핸드폰을 들고 서 있는 곳이 와이파이 스팟이다. 와이파이가 연결된다 해도 기본적인 어플리케이션 사용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허다하다 ⒞시사타임즈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국내 언론사들이 쿠바를 긍정적으로만 보도하는 것은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다. 분명 쿠바는 변화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부를 창출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어느 시장에서나 높은 이익은 높은 위험을 동반한다. 1992년 중국과 수교 정상화 이후, 중국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시장에 들어갔다가 피해를 본 기업이 여럿 있었다. 2006년 중국에 진출했던 제과 브랜드 ‘크라운 베이커리’는 결국 5년을 넘기지 못하고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심지어는 조정래의 소설책 ‘정글만리’를 읽고 무역에 뛰어들겠다며 자문을 구해 온 지인까지 있었다. 현재에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막대한 이득을 창출하고 있지만, 이는 현재까지 20년이 넘도록 노하우와 실패 사례가 축적된 결과라는 것을 분명 기억해야 한다.

 

타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제공되는 정보에 의존하는 시장 조사가 아니라,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실제 경험해보는 철저한 시장 조사가 필요하다. 스페인어를 기본으로 하는 쿠바의 경우에는 스페인어가 가능한 인재 역시 필요하다. ‘영어로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 아바나를 벗어나면 간단한 숫자조차도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쿠바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 역시 필수적이다. 뜨거운 날씨로 인해 남녀노소 모두 노출이 심한 옷을 즐겨 입으며 시가의 종주국답게 남녀를 막론하고 흡연율이 매우 높은데, 이를 한국적인 시선으로 판단한다면 현지 주민들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바는 문화적, 경제적으로 매력적인 국가이다. 수교 정상화에 따라 발전 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 특히 최근 자영업 포화 상태와 중국의 성장, 청년층 일자리 감소 등 경제에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한국에게는 분명 매력적인 교역국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근거 없는 긍정도, 막연한 기대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발이 무조건 장미빛 미래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초기 시장 진입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철저한 시장 조사와 이를 근거로 한 철저한 계획, 그리고 위험에 대한 대비 뿐이다. 쿠바가 중국과 같은 기업들의 무덤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성공신화를 창조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상대방을 철저히 이해하고 분석해서 다가간다면, 기업들의 무덤에서도 살아남은 성공 신화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글 : 정경진 중국 청화대학교 국제관계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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