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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92)] 잠 못 드는 고통에 관하여

[책을 읽읍시다 (1092)] 잠 못 드는 고통에 관하여
불면의 문화를 향한 불면증 환자의 불편한 외침

RM 본 저 | 강경이 역 | 루아크 | 192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잠 못 드는 고통에 관하여』는 40여 년간 불면증을 앓아온 한 남자의 고통의 기록이자, 끊임없이 생산성을 좇는 문화, 24시간 불 밝힌 도시의 문화, 항상 인터넷으로 어딘가와 접속되어 있는 이 시대 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고찰이 담긴 책이다. 저자 RM 본은 매일 밤 몸을 눕히는 잠자리가 위안과 휴식을 얻는 곳이 아니라 고통에 시달리는 곳이 돼 버리면 침실 밖 세상은 지옥으로 변한다고 말하며 불면 문화의 심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RM 본은 ‘최대 생산성’이라는 영원히 붙들 수 없는 목표를 위해 잠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과 그들의 희생이 낳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결과에서 불면증 환자들의 신경증적인 증상을 본다. 그는 밤늦도록 일하는 삶, 곧 ‘저녁이 없는 삶’이 결국 고용주들에게만 단기적 이득을 가져다줄 뿐이라고 지적하며, 잠을 일종의 ‘사치’로 여기는 삶을 ‘바람직하고 열정적인 삶의 모델’로 우러러보는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불면은 때로 사람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긴다. 누구나 한 번쯤 중요한 시험이나 발표, 설레는 일을 앞둔 전날 밤 일찍 잠자리에 들지만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일을 위해 반드시 숙면해야 한다는 강박은 오히려 숙면을 방해했다. 밤새 뒤척이다 창밖으로 푸른 새벽빛이 스미는 상황을 경험하면 고통은 절망으로 바뀐다.

 

이 세상 모든 생물에게 ‘잠’은 원초적 욕구이자 생명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행위이며 위안과 휴식을 뜻한다. 따라서 잠을 자는 행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생물은, 특히 인간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스트레스는 서서히 밖으로 표출되어 우리 사회 곳곳에 그늘을 드리우기도 하는데, 이를테면 끊임없이 생산성을 좇는 문화, 24시간 불 밝힌 도시의 문화, SNS를 비롯한 인터넷을 통해 항상 어딘가와 접속되어 있는 문화처럼 불면을 지향하는 문화들이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며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잔다. 그래야 더 많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가는 불면이다. 매일 밤 몸을 눕히는 잠자리가 위안과 휴식을 얻는 곳이 아니라 고통에 시달리는 곳이 돼 버리면 사람은 침실 밖 세상에 대한 판단력을 잃고 만다. ‘안전지대’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아기부터 잠자리를 평온과 휴식, 위안, 즐거움을 주는 곳으로 여기며 자랐다. 그토록 중요한 안전지대가 육체적 고통의 장소가 될 때 침실 밖 세상은 지옥으로 변한다.”

 

RM 본은 “24시간 노동자를 요구하는 탈노동조합, 탈노동법 자유시장은 24시간 노동자가 수익성 높은 노동자가 아님을, 기진맥진한 사람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음을 머지않아 깨달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아울러 세계 자본이 자신의 부를 지출하면서까지 노동자 권리를 증진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선택할 방법은 아마 신속하게 그리고 값싸게(또다른 불운한 노동자 집단을 희생시키면서) 사람들에게 ‘잠’을 팔아 이윤을 챙기는 일일 것이라고 말한다. 곧 건강한 수면을 저렴한 가격에 파는 수면센터들이 헬스클럽과 명상센터처럼 흔해지는(그리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미래가 다가온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유시장이 한때 인간이 타고난 권리로 여기던 매일의 휴식을 우리에게 되팔지 모른다는 일침이다. RM 본은 한 저명한 수면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며 이런 사회가 가져올 결말을 예측한다.

 

“일자리에 고용된 사람들은 자기 일을 벗어나지 못하지요. 직장에서 그럴 만한 힘이 없으니까요. 고용주들에게는 쉼 없이 일하는 사람이 단기적으로는 수익에 더 도움이 됩니다. 피고용자의 ‘효율성’을 짜낼수록 수익성이 좋아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이 줄어듭니다. 피고용자의 정신이 덜 초롱초롱한데다 그들이 감정적 혼란과 불안, 주의력 저하를 겪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의 육체적 건강도 위험에 처하고, 사고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많은 피고용자들에게 수면 부족과 관련된 건강 문제가 생기고, 결국 이런 문제는 고용주와 대중보건에 경제적 부담을 안겨줍니다. 그러니, 대체 ‘효율성’이 뭘까요?”

 

이 책은 대답하기보다 묻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부문에서 세상을 이끄는 사람들이 잠을 충분히 못 자는 사람들이라면, 우리는 미래에 어떤 문화를 공유하게 될까? 더 중요하게는 불면 문화는 지속 가능한 문화일까? 불면은 이제 과체중이나 심혈관계 질환처럼 흔한 건강 문제가 되었나? 잠을 자지 않는 시간들은 실제로 어떤 가치가 있을까? 뒤척이는 시간들에 아름다운 것들이 만들어질까?

RM 본은 현대사회가 이 질문에 답해야 할 때가 분명히 올 것이라고 말한다. 더이상 잠에 가치를 두지 않는 문화, 수면 부족을 비정상적이라고 여기기보다 정상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때로는 특권화하는 문화에서 과연 사람들은 저녁이 있는 삶, 편안한 수면이 존재하는 밤을 인간의 권리로서 지켜낼 수 있을까? RM 본은 어쩌면 질문에 답할 시간이 그리 충분치 않을지도 모른다고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말한다.

 

 

작가 RM 본 소개

 

RM 본(RM Vaughan)은 작가이자 비디오아티스트이며 예술평론가다. 뉴브런즈윅에서 자랐고 지금은 베를린과 토론토를 오가며 생활한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눈부신 스카프 전시품』 『포식자들의 눈에 띄지 않게』 『폐허가 된 별』 『불안』, 소설 『괴물 3부작』, 에세이집 『히틀러와 비교해서』 들이 있다. 그의 에세이와 시, 소설 그리고 희곡은 전 세계 여러 작가의 선집에 실렸다. 아울러 수많은 출판물에 예술비평과 현대문화비평을 기고하면서 캐나다매거진상(National Magazine Award), 윌리엄킬번상(William Kilbourn Award), 리릿상(ReLit Award)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본의 단편 비디오와 설치물, 공연 들은 세계 곳곳의 미술관과 축제에서 상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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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