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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218)] 아내들의 학교

[책을 읽읍시다 (1218)] 아내들의 학교

박민정 저 | 문학동네 | 308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박민정의 두번째 소설집 『아내들의 학교』. 2014년 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써내려간 일곱 편의 중단편소설은 그전보다 강력해진 목소리로 우리의 귀를 당긴다. 그 목소리는 특히 바로 지금, 국가와 시대를 초월하여 벌어지고 있는 여성혐오 문제와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사건에서부터 ‘몰래카메라’와 같은 은밀한 폭력에 이르기까지 박민정은 여성혐오와 관련된 다양한 사례를 소설 속으로 가져와 그간 ‘덜 시급한’ 것으로 취급되어온 여성 문제를 전면으로 들고 나온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써내려간 이 책은 이 시대 여성 소설이 어떻게 다시 쓰일 수 있는가에 대한 가장 치열하고 설득력 있는 응답이다.  


작가는 이 시대의 여성 문제를 전면화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 과제를 제기한다. 하나는 ‘남성이 이룩해온 역사’를 재점검하는 것, 또하나는 ‘삭제된 여성의 목소리’를 되살리는 일이다. 일종의 연작인 「행복의 과학」과 「A코에게 보낸 유서」는 이 두 가지 문제를 천착하며 여성혐오와 민족 문제가 결탁하는 양상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편집자 ‘하나’는 일본의 대형 베스트셀러 『류의 이야기―행복의 과학』의 한국어판을 편집하면서 저자인 ‘기노시타 류’의 가계(家系)에 대해 알게 된다. 히키코모리처럼 지내다 신흥종교 ‘행복의 과학’에 입교한 뒤 거기에서 도망쳐 나온 기노시타 류는 일본 최고의 CF 감독 ‘기노시타 히로무’의 손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소설은 이 집안에서 배제되어온 존재, ‘기노시타 미노루’의 서사를 인상적으로 드러낸다.  

 

히로무의 아들이자 류의 아버지인 미노루는 과거 자신의 아버지가 한국에 현지처를 두었다는 사실에 분노해 한국 여성을 살해한 인물이었던 것. “한국 여성을 특정 증오한” 이 살인 사건은 한국인이자 여성이라는 민족적, 성적 정체성만으로 누군가의 증오와 살해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서늘하게 보여준다.


표제작 「아내들의 학교」는 동성 간의 결혼이 합법화된 가상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런 만큼 소설은 동성애를 향한 사회의 배타적인 시선을 넘어선 더 깊은 문제를 다룬다. ‘선’과 ‘설혜’는 결혼 후 아이를 입양해 키우며 살고 있는 커플이다. 문제는 모델인 선이 ‘톱 모델 서바이벌 코리아’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면서 발생한다.  


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방송 소재로 적극 활용하려고 하는 티브이 프로그램의 행태는, 대학 시절 여학생회 활동을 하던 설혜가 한 선배에게 “부끄러운 일 아니잖아. 너는 네가 부끄럽니?”라는 말을 듣고 아우팅을 당해야 했던 경험과 연결된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금기가 사라진다는 게 곧 동성 커플이 그토록 바라던 ‘유토피아’가 왔음을 뜻하는 것이 아님을, 이 소설은 동성애가 사회에서 소비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작가 박민정 소개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중앙대 문예창작과와 동대학원 문화연구학과를 졸업했다.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단편소설 「생시몽 백작의 사생활」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가 있다. 제22회 김준성문학상, 제7회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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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