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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221)] 리스너

[책을 읽읍시다 (1221)] 리스너

류미 저 | 이요재 | 208쪽 | 11,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휠체어 탄 정신과 의사. 지금까지 류미 작가를 소개할 때 주로 쓴 표현이다. 그는 현재 국내 유일한 치료감호소인 국립법무병원에서 일한다. 주로 만나는 사람이 정신질환자이자 범법자라는 이중의 굴레를 쓴 사람들이다. “그들의 사연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고 말할 때 그의 눈이 반짝 빛난다. 지금까지 두 권의 책을 출간했고 『리스너』는 첫 소설이다. 이제 ‘소설 쓰는 정신과 의사’로 불러야겠다.


 

외모, 학벌, 집안 모두 평범하지만 경청 능력만큼은 천재적인 리스너, 송재림. 진주의 중소 건축회사에서 과장으로 일하는 아버지와 어려서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말을 못 하게 된 어머니 사이에서 둘째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자랑인 아이큐 168의 형은 성적표로 부모님께 효도했고, 아이큐 115의 송재림은 어머니의 눈과 입이 되는 것으로 효도했다. 학창 시절부터 말수가 적지만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라 주위에 친구가 많았다. 별다른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며 지내던 중 자신의 경청 능력을 차츰 깨달으면서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 리스너로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성북구의 한 오피스텔에 ‘리스너’ 사무실을 연다.


이 오피스텔에는 비슷한 고객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업종인 교회가 9층에, 신점집이 6층에 있다. 정글이다. 리스너를 방문하는 사람이 느는 만큼 교회와 신점집의 견제가 비례하고, 파킨슨병을 앓는 남편을 지켜봐야 하는 빵집 사장과 80대 부인의 바람을 의심하는 70대의 전직 은행장 등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다양한 사람들, 다채로운 사연들을 만날수록 송재림의 경청 능력은 나날이 발전한다. 그럴수록 말의 무게에 짓눌리는데…. 그러던 어느 날, 미모의 정신과 의사 유지니가 상담을 신청해온다. 재벌 회장, 유명 연예인들의 주치의기도 한 유지니는 지금까지 송재림이 만난 사람들과는 접근 방식도, 고민의 성격도, 비밀의 무게도 다르다. 그녀의 진짜 이야기를 다 듣지 못했는데, 그녀가 죽었다.


소통의 시작은 경청이다. 그럼에도 대개 말 잘하는 사람의 스피치 능력은 높게 평가하면서 타인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의 경청 능력은 과소평가한다. 경청 능력을 판단할 기준이 뚜렷이 없어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잘 듣는 사람이 없다면 말하는 사람도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또한 상대의 말을 듣지 않으면서 원만한 대화를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잘 듣기 위해서는 감각기관을 총동원해야 한다. 눈으로 관찰하고 귀로 듣고 머리로 느끼고 정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을 열어 ‘질문’을 한다. 화자가 사로잡혀 있는 생각에서 거리를 두고 판단할 수 있는, 치우친 생각의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적절할 질문을 해야 한다.  

 


작가 류미 소개


박리성 골연골염으로 10분 이상 서 있을 수 없고, 30분 이상 걷지 못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양쪽 발목을 크게 다쳤다. 깁스를 한 채 대학입시를 치르고 연세대학교 의생활학과에 입학했으나 1학기 만에 자퇴했다. 문학을 막연히 동경해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 입학했다. 세상을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을 안고 대학신문 기자에 응시했다. 응시 시험 문제는 자기소개.  

 

그리고 “이 종이 한 장에 나 자신을 소개한다고 해서 당신들이 나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적어 제출했다. 현실에 대한 의심을 기자의 최고 덕목으로 생각한 선배 기자들은 이 건방진 자기소개에 최고 등수를 부여했다. 신입생이던 그해 여름,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고 멋진 연애를 꿈꾸었다가 선배 기자로부터 “문제의식이 없는 프티부르주아”라는 말을 듣고 대학신문을 나왔다. 여전히 최고의 연애소설로 『상실의 시대』를 꼽는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 중앙일보 입사 시험에 지원했지만 1박 2일 간의 등산이라는 최종 면접 관문에서 중도 포기해야 했다. 이후 경향신문에 입사해 편집기자로 일했다. 2년쯤 지나니 사람들의 진짜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내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으니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게 해야 한다’는 고민 끝에 정신과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가톨릭대학교 의학과로 편입했다. 100번쯤 시험을 보고 나니 정신과 레지던트가 되었다.  

 

경남 창녕의 국립부곡병원에서 보낸 레지던트 때의 경험을 기록한 수기를 2011년 조선일보 논픽션대상에 응모, 대상작 없는 유일한 수상작이자 우수상으로 선정됐다. 그해 환경재단이 발표하는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33인’에 선정됐다. 논픽션 『도전받은 곳에서 시작하라』(2011 조선일보 논픽션대상 우수상), 『동대문 외인구단』(2014 세종도서 문학나눔 부문)을 출간했다.


편집자가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집단주의와 권위주의를 가장 싫어하는 개인주의자. 나르시시즘과 니힐리즘이 반반쯤 섞인 타고난 한량. 자신의 즐거움을 좋아하지만 매너 있는 쾌락을 추구한다”고 대답하는 저자는 현재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에서 일한다. 주로 만나는 사람이 정신질환자이자 범법자라는 이중의 굴레를 쓴 사람들이다. 그들의 사연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아서 작가로서 영감을 받으며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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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