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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삶에 대한 긍정의 자세와 깊이 있는 시선으로 인생의 비의를 길어올리는 소설가 정한아의 세번째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 『달의 바다』, 『리틀 시카고』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장편으로 오랜만에 한국문단에 강력한 반전을 선사하는 반가운 작품이기도 하다.
칠 년 동안이나 소설을 쓰지 못한 소설가 ‘나’는 어느 날 신문에서 흥미로운 광고를 발견한다. ‘이 책을 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신문 전면에 어떤 소설의 일부가 실려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소설을 읽어내려가던 ‘나’는 충격에 빠진다. 그 소설은 ‘나’가 데뷔하기 전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문예공모에 제출했던 작품으로 공모전에서 낙선한 뒤로 까맣게 잊고 지내온 터였다. 신문사에 더이상 광고를 싣지 말라고 연락하자 뜻밖의 인물이 ‘나’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온다. 육 개월 전 실종된 남편을 찾고 있다는 여자 ‘진’이었다. 놀랍게도 ‘진’은 그녀의 남편이 광고 속의 소설을 쓴 작가로 행세했다고 말한다. 남편의 거짓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사람의 본명은 이유미, 서른여섯 살의 여자예요. 내게 알려준 이름은 이유상이었고, 그전에는 이안나였죠.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아요. 여자라는 사실까지 속였으니 이름이나 나이 따위야 우습게 지어낼 수 있었겠죠. 그는 평생 수십 개의 가면을 쓰고 살았어요. 내게 이 책과 일기장을 남기고 육 개월 전에 사라져버렸죠.”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소설가인 줄 알았던 남편이 사실은 여자였고 ‘진’을 만나기 전부터 거짓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문제의 인물 ‘이유미’는 합격하지 못한 대학에서 교지 편집기자로 활동했고 음대 근처에도 가본 적 없으면서 피아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자격증 없이 의사로 활동했다. 또한 그녀는 각기 다른 세 남자의 부인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 살았다. ‘나’는 점점 ‘이유미’가 살아온 삶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이유미’의 행적을 추적해나가면서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할 수 있으리라 예감한다.
‘이유미’뿐만 아니라 ‘나’와 ‘진’, 그리고 그 가족들은 각각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기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에게는 굳이 드러내놓지 않은 비밀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나는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모른다는 사실에 깊이 안도하면서 그 자리에 함께 머물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엉망진창인 삶의 실체를 비밀로 가려둠으로써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한 채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도 모른다. 행복이란 명확한 이해가 아닌 모호한 낙관과 희망에서 생겨난다는 이 책의 메시지가 묘한 안도감을 건네는 이유다.
작가 정한아 소개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건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05년 대산대학문학상을, 2007년 장편소설 『달의 바다』로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했다. 건국대 국문과 재학 중 대산대학문학상으로 등단한 그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작업실에 머물려 직장인과 똑같이 출퇴근 시간을 정해 놓고 글을 쓴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은 장르적인 요소를 반영하거나 실험적인 시도를 하기보다 전통적인 서사에 충실한 편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최근 젊은 작가들이 주로 가지고 있는 판타지나 SF 등의 상상력을 동원한다기 보다는 현실적인 소재 속에서 순진무구하고 명랑한 감수성과 산뜻한 문체를 통해 오히려 신비감을 자아내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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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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