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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예/북스

[책을 읽읍시다 (128)] 여울물 소리

[책을 읽읍시다 (128)] 여울물 소리

황석영 저 | 자음과모음 | 496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962년 『사상계』에 「입석부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황석영이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았다. 동시에 그의 나이 칠십에 이르렀다. 그의 문학 인생 50년을 되돌아보면 단 한 순간도 평범했던 적이 없었다. 황석영의 발자취는 우리의 근현대사와 항상 함께해왔다. 황석영이라는 인물 자체가 격동의 시대를 오롯이 담아내고 있는 그릇인 것이다. 황석영은 당대 역사의 큰 물줄기 속에서 단 한 번도 직면한 현실을 피하지 않고 맞서며 주옥같은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황석영이 우리 식의 '이야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심해온 것은 그의 후반기 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 출옥 이후부터이다. 이전 산문의 습관들을 해체한 『오래된 정원』을 시작으로 그 뒤 연이어 발표한 『손님』, 『심청』, 『바리데기』 등에은 우리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형식과 내용 모두 지금의 현실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고심이 녹아있다.

 

이어 르포나 신문기사 같은 사실적 자료를 바탕으로 개발독재의 사회사를 서사적 다큐멘터리로 엮은 작품 『강남몽』과 1980년대가 배경이었지만 줄거리 자체를 현대적 민담으로 탄생시킨 작품이 『낯익은 세상』을 차례로 출간했다. 그리고 이번 『여울물 소리』는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자신을 돌아보며 19세기의 ‘이야기꾼’에 대해 집필한 자전적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미 인터넷 연재를 통해 독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기도 했다.

 

『여울물 소리』는 외세와 신문물이 들이치며 봉건적 신분 질서가 무너져가던 격변의 19세기가 배경이다. 이야기꾼 ‘이신통’의 일생을 뒤쫓는 내용으로 동학과 증산도, 이야기꾼이라는 존재를 큰 축으로 하고 있다. 19세기를 반동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세도정치와 삼정문란으로 낙후된 봉건왕조가 붕괴되는 전환기다. 그동안 성숙해졌던 조선 민중의 자생적 근대화에 대한 역량이 제국주의 외세의 개입으로 좌절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야기꾼은 작가의 복합적 주제의식을 한 몸에 실어 나르는 존재로, 작가는 이야기꾼 ‘이신통’을 통해 자신의 담론을 한바탕 펼쳐낸다.

 

이 소설의 화자는 시골 양반과 기생 첩 사이의 서녀인데 주인공 역시 중인의 서얼로서 두 사람은 인연을 맺게 된다. 화자의 추적을 통해 전기수에 강담사, 재담꾼이고 광대물주에 연희 대본가이다. 나중에는 천지도에 입도해 혁명에 참가하고 교주의 사상과 행적을 기록하는 역할을 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꾼의 일생이 드러난다. 주인공은 쫓아다니는 여인이 만나는 사람들마다 전해주는 일화에 의해 그 행적이 모자이크 벽화처럼 형상을 드러난다. 화자와 주인공은 그 과정을 통해 함께 의식이 깨이고 성장해간다.

 

 

작가 황석영 소개

 

1943년 만주 장춘(長春)에서 태어났으며, 1947년 월남하여 영등포에 정착했다. 1950년 영등포국민학교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으로 피난지를 전전했다. 1959년 경복고등학교에 입학했고 고교 재학 중 청소년 잡지 <학원(學園)>의 학원문학상에 단편소설 <팔자령>이 당선했다. 1960년 4.19 혁명 때 함께 했던 안종길이 경찰의 총탄에 사망하여, 황석영은 친구들과 함께 안종길의 유고 시집을 발간했다. 1961년에는 전국고교문예 현상공모에 <출옥일>이 당선됐다. 1962년 봄 고등학교를 자퇴한 후 같은 해 <입석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통하여 등단했다.

 

1966∼67년 베트남전쟁 참전 이후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탑>과 희곡 <환영(幻影)의 돛>이 각각 당선됐다. 74년 들어와 본격적인 창작 활동에 돌입하는데 첫 소설집인 <객지>와 <한씨연대기>, <삼포 가는 길>등 리얼리즘 미학의 정점에 이른 걸작 중단편들을 속속 발표되면서 진보적 민족문화운동의 추진자로서도 활약했다.

 

1974년 7월부터 대하소설 <장길산> 연재를 시작하여 1984년 전10권으로 출간했다. 1976~85년 해남, 광주로 이주하였고 민주문화운동을 전개하면서 소설집 <가객(歌客)>(1978), 희곡집 <장산곶매>(1980), 광주민중항쟁 기록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1985) 등을 펴냈다.

 

1989년 동경.북경을 경유해 평양 방문. 이후 귀국하지 못하고 독일 예술원 초청 작가로 독일에 체류한다. 그해 11월, 장편소설 <무기의 그늘>로 제4회 만해문학상을 받았고 1990년 독일에서 장편소설 <흐르지 않는 강>을 써 한겨레신문에 연재했다. 1991년 11월 미국으로 이주, 롱 아일랜드 대학의 예술가 교환 프로그램으로 초청받아 뉴욕에 체류했다. 1993년 4월 귀국, 방북사건으로 7년형 받고 1998년 사면됐다.

<오래된 정원>으로 단재상과 이산문학상을, <손님>으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객지>(1974), <북망, 멀고도 고적한 곳>(1975), <삼포 가는 길>(1975), <심판의 집>(1977), <가객>(1978), <돼지꿈>(1980), <오래된 정원>(2000), <손님>(2001), <모랫말 아이들>(2001), <심청>(2003), <강남몽>(2010), <낯익은 세상>(2011) 등을 펴냈다. 1989년 황석영의 작품들은 해외에서도 관심을 끌어, 중국에서 <장길산>(1985), 일본에서 '객지'(1986), <무기의 그늘>(1989), 대만에서 <황석영 소설선집>(1988)이 각각 번역·간행됐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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