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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285)]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책을 읽읍시다 (1285)]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이선우 저 | 실천문학사 | 248|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선우 작가의 첫 소설집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이 소설집에는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렸다. 관계로부터 고립되거나 악연(惡緣)에 얽혀 피로와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 혹은 그럼에도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선우 소설의 특징은 자연적 범주로서의 가족을 축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각의 주체들은 가족이라는 공간 속에서 갈등하고 화해하는 관계를 맺기보다는 가족이라는 전망을 포기함으로써 가까스로 정체성을 획득한다. 동거의 경우 신뢰할 수 없는 서술자인 아이의 시점으로 불안과 공포를 극대화할 뿐 그 이상의 어떤 논평이나 설명을 곁들이지 않는다.

 

자식을 갖거나 아내와 사랑을 나누는 일에 비정상적이리만치 무관심한 남편(키사텐의 모닝 세트), 남편의 보상금을 가지고 집을 나간 아내로 말미암아 어려움에 직면한 가족들(택시 드라이버), 엄마를 도둑으로 몰아간 딸과 그 딸을 학대하듯 살아가는 어머니(그 여름의 윤헤어), 주검을 만지는 일로써 살아 있는 가족은 물론이고 자기의 삶조차 회피하며 살아가는 아버지() , 이선우 소설의 가족은 적정한 수준을 넘어선 과잉 해체의 양상을 띤다.

 

이선우의 소설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이나 사건은 매우 다채롭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인물들이 빚어내는 이선우 소설의 이야기는 일상의 이면에 자리 잡은 불안과 공포를 들추어내면서 우리를 삶의 비의와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다.

 

주목할 부분은 현실의 모순과 폭력성을 경험하는 주체의 다수가 성장기에 있는 어린아이나 청년이라는 점이다. 부모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채 남자의 폭력에 시달리는 동거에서의 는 초등학생이다. 그 여름의 윤헤어의 주인공인 역시 초등학교 때의 기억으로부터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정신적 어린아이이다. 그리고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에서 아버지가 파산하여 도망자 신세를 겪으며 피폐해져 가는 일련의 과정들을 바라보며 성장한 깃발이 운다는 이제 막 성장기의 끝에 서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자꾸만 사방에서 악연이 엉겨 붙어 괴로워한다. 비정상·비상식적인 인물 간 관계나 과장된 상황 설정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사실 소설 속 상황 혹은 그러한 설정들이 의미하는 바는 현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소설을 읽으면 평소 현실에서 회피하고 싶은 무수한 감정을 소설 속에서 마주치고 곱씹게 되어 골치가 아파 온다. 독자들은 덤덤한 듯 그린 현실의 부조리에 불편한 공감을 느끼지만 저자는 인물들이 그러한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독자들에게 무심한 위로를 건넨다.

 

 

작가 이선우 소개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2015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깃발이 운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7년 인천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이 소설집을 펴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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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