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황 저 | 도서출판도화 | 322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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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사람 동물원』은 불혹의 문턱에 데뷔해 신예작가로 주목받는 박 황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삶의 중압감에 신음하는 다양한 군상(群像)들의 인간박람회장을 방불케 하는 소설은 산다는 게 뭔지하는 평범한 독백이면서도 인생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중편인 「외계인 마실기」는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판타지 소설이다. 행성계의 비현실적 존재인 ‘나’와 현실적 인물인 ‘성재’를 중심축으로 전개되는 복합적 구조의 이 소설은 의식의 흐름에 따라 판타지 기법으로 모자이크된 작품으로 우화적, 풍자적 색채가 짙다.
「사랑 동물원」은 동식과 동은 오누이가 함께 빌라에 살면서 반려견을 둘러싸고 벌이는 이야기인데, 극적 반전의 결말로 두 얼굴의 군상들에 대한 민낯을 익살스럽게 풍자하고 있다.
「나침반」은 판타지소설이다. 사전적 의미에는 ‘항공, 항해 따위에 쓰는 지리적인 방향지시 계기’라는 뜻이 있는 ‘나침반’이 이 소설에서는 인생의 내비게이션 ‘길도우미’이라는 중의적 의미로 읽히고 있다. 결국은 죽은 사람으로 밝혀지는 형석의 모습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팍팍한 세상에서 허둥대는 자들의 실루엣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사회복지사 강 선생의 일상을 다루고 있는 「그곳에 그가 있었다」는 ‘늙은 아기’인 아버지들의 실상을 현장감 있고도 구체적으로 다루어 적잖은 동감과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소설에서 ‘그’는 직접적으로는 알츠하이머 환자인 아버지이면서도 경기도로 전출간 78세 곽 노인, 15층 아파트 1203호에 사는 최 노인의 분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듯 닮은꼴이다. 「궁합」은 쓰나미 같은 커뮤니티 게시판의 ‘이진법 세상’에 매몰된 군상들의 신분 상승과 사랑, 좌절과 방황 등 아픈 삶을 담고 있다.
단편소설의 정공법을 파괴한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배우가 대사와 손짓, 몸짓으로 관객을 이해시키는 연극대본 같은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의 공통분모인 스마트폰 온라인은 그들의 분신인 ‘인형(꼭두각시)’이거나 얼굴에 쓰는 ‘탈’로 읽히는 작품이다.
이처럼 박 황은 작가의 소설집 『사람 동물원』은 기존의 소설적인 문법과 정석의 해체를 시도하는 변칙적 실험정신으로 가득하다. 환상적 장치로 낯익은 것들에 대한 낯설게 하기, 독자의 예상을 뒤집는 기대의 배반으로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배가시키는 복선장치, 극적 결말의 반전으로 독자를 긴장시키고 재미와 즐거움을 제공하는 마술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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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황 소개
서울생. 동국대 인도철학과 졸. 사회복지학 석사. 2012년 제32회 한국소설신인상 수상 「살계」 공동저서: 『글길을 따라 걷다』 『토박이와 함께하는 은평 산책』 외, KBS 라디오독서실 방송극 『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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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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