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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887년에 발표된 똘스또이의 희곡 『어둠의 힘』 은 뚤라 주의 지방재판소 검사인 지인으로부터 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의지가 약한 주인공 니끼따는 아니시야와 어머니의 부추김에 이끌려 죄악에 빠져들게 되고, 불륜, 살인, 절도, 영아살해 등을 저지르게 된다. 이러한 죄악은 인간 본능의 탐욕, 욕정 등에 기반한 것으로서, 인간의 탐욕과 죄악이 어떻게 인간을 붕괴시켜가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5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품의 검열 단계에서 4막이 지나치게 사실적이어서 연극 무대 상연으로 다소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아 4막의 뒷부분에 대한 이본(異本)이 추가됐다.
똘스또이는 제목에서 이미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작품의 원제는 ‘발톱만 걸려들어도 새의 몸 전체가 빠져든다’였다. 니끼따의 5막 대사를 차용한 이 제목은 인간이 죄를 짓기 시작하면 그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기가 불가능함을 설명하고 있다. 이후 똘스또이는 성경 말씀에서 가져온 ‘어둠의 힘’으로 제목을 교체하고 원제를 부제로 변경하는데 ‘어둠의 힘’은 누가복음 22장53절 “그러나 이제는 너의 때요, 어둠의 권세로다”에서 차용한 것이다. 이 구절은 가롯 유다가 예수를 팔아 넘기는 순간 예수가 한 말로서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어둠의 힘이 창궐하는 시대를 예언한다. 똘스또이가 ‘부활’ 등에서 제목으로 하여금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다소 비관적 어조를 견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막에서 보여주는 니끼따의 회개는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예수를 죽음으로 이끌었던 어둠의 권세 속에도 한 가닥 희망의 빛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예수가 죽은 후 다시 부활하였듯이 인간 심연에 존재하는 악의 뿌리에도 희망이 존재함을 역설하고 있다. 여주인과의 불륜, 지주 살해, 의붓 딸과의 불륜, 친자 영아 살해 등 용납하기 힘든 갖은 죄악 속에서 니끼따는 자살까지 생각했으나 자살이 아닌 고백과 회개를 선택했다. 이것은 어렴풋이 구원의 가능성을 비춰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이 작품을 도스또옙스끼의 대작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과 비교하도록 한다. 친부 살해와 친자 살해를 소재로 하고 있는 이 두 작품은 일면 상통하는 점이 있다.
이 책에는 러시아 문학 연구가인 니꼴라이 구드지가 쓴 논평 ‘희곡 『어둠의 힘』 집필과 출판, 무대 상연에 이르기까지’가 수록되어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작가 레프 톨스토이 소개
러시아의 소설가ㆍ사상가. 도스토예프스키, 투르게네프와 더불어 ‘러시아 3대 문호’로 일컬어지고 있다. 1828년 남러시아 툴라 근처에 있는 영지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명문 백작가의 4남으로 태어났으며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모을 후견인으로 성장했다. 카잔대학에 입학했으나 중도에 자퇴했다. 1847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농장일에 전념했으나 실패하고 1851년에 카프카즈의 군대에 들어갔다. 1852년 처녀작 『유년시대』를 발표하여 투르게니에프로부터 문학성을 인정받기도 하였다. 그 후 러시아 농민의 비참한 현실에 눈을 뜬 그는 농민계몽을 위해 야스나야 폴랴나 학교를 세우고 농노해방운동에도 활발히 참여하였다.
그후 1869년에 완성한 『전쟁과 평화』로 세계적인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으며 러시아의 현실과 고통받는 러시아 민중의 삶을 여러 각도에서 포착하여 생동감 있게 그려내 오늘날까지도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호로 인정받고 있다.
1870년대 후반 『안나 카레리나』의 마지막 몇 장을 쓸 무렵 그는 모든 것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죽음에의 공포에 사로잡혀 인생의 의미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게 된다. 『안나 카레리나』에서 정신적 위기와 극복이 이른바 톨스토이의 회심(回心)이며 『참회록』 속에 서술된 고백의 내용이다. 여기서부터 톨스토이는 현대의 타락한 그리스도를 배제하고 원시 그리스도에 복귀하여 근로, 채식, 금주, 금연의 생활을 영위했다. 원시 기독교의 소박성을 지닌 포괄적인 비전에 부합된 삶을 살려고 노력함으로써 예언적인 현자가 되었다. 톨스토이는 그렇지 않으면 뒤얽혀버렸을 인생에서 자기 책의 핵심을 형성해 주는 인생의 의미를 끊임없이 추구했다.
도덕적 필연성과 합리적 기독교 윤리에 바탕해 농민적 무정부주의, 악에 대한 무저항 정신으로 대변되는 그의 사상은 한때 전 서계로 퍼져 톨스토이즘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수많은 평론과 소책자, 교훈적인 단편소설 등을 통해 사랑과 믿음으로 가득 찬 삶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주장하고 인간이 만들어낸 정부, 교회 등의 제도와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자신의 견해를 전파했다.
톨스토이의 걸작 『전쟁과 평화』는 나폴레옹 침략 사건을 러시아의 여러 가정 문제를 통해 그려낸 거대한 서사시다. 이 작품에서는 특히 자신들의 삶 속에서 중요성과 의미를 찾고자 하는 두 사람, 즉 안드레이 볼콘스키 왕과 피에르 베주호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시기에 나온 작품들 가운데 일부는 그의 가장 훌륭한 작품에 속한다. 특히 『이반 일리치의 죽음』(1886)과 『크로우처 소나타』(1891)가 그렇다.
톨스토이의 신비주의와 금욕주의는 헌신적인 추종자들을 매혹시킨 반면, 아내와 가족으로부터는 그를 소외시켰다. 82살 되던 해 그는 그의 가르침과 그의 개인적 부유함의 부등으로 괴로워하던 중, 그의 아내와 말다툼 한 후 집을 나왔다. 3일 후 1910년 11월20일 빈촌의 정거장에서 폐렴으로 죽었다.
러시아 민화에 기반을 둔 『바보 이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등과 같은 짧지만 진정한 교훈을 주며 삶의 의미를 반추하게 하는 작품들을 써내기도 했다. 그 외의 작품으로 『교의신학비판』 『참회록』 『나의 신앙』 『부활』 『유년시대』 『소년시대』 『청년시대』 『세바스토폴 이야기』 『카자흐 사람들』 『빛이 있는 동안 빛 가운데로 걸으라 』, 『어떻게 전쟁을 끝낼 것인가』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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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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