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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378)] 프롬 토니오

[책을 읽읍시다 (1378)] 프롬 토니오
 
정용준 저 | 문학동네 | 344| 13,8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작가 정용준의 두 번째 장편 프롬 토니오. 프롬 토니오에서 작가는 시공간을 초월해, 삶과 죽음까지도 넘어 사랑에 도달하고자 하는 인물을 등장시킨다. 바닷속의 바다, 우리가 아직 아는 바 없고 경험한 적 없으나 그렇기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는 불가시(不可視)의 세계. 오십 년의 시차를 온몸으로 견뎌내 삶의 세계로 돌아온 인물 토니오와, 그런 토니오를 나름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미국인 화산학자 시몬, 일본인 지진학자 데쓰로를 통해 소중한 사람을 잃은 깊은 슬픔에 빠져 있던 인물들이 죽음보다는 삶의 손을, 고통보다는 함께했던 기억의 손을, 절망보다는 숭고함의 손을 드는 과정을 담아낸다.

 

포르투갈의 화산섬 마데이라 해변에 오 미터 크기의 파일럿고래 스물여섯 마리가 몸을 뉘인 채 죽어간다. 그 가운데 수치화할 수 없는 거대한 흰수염고래도 한 마리 있다. 해양 동물의 갑작스러운 집단자살 현상인 스트랜딩으로 보이는 현장에서, 미국인 화산학자 시몬은 기이한 생명체와 조우한다. 동물도 인간도 아닌 무엇, 흰수염고래의 입에서 튀어나온 그것앞에서 시몬은 설명할 수 없는 연민과 호감을 느껴 자신의 거처로 그것을 옮겨온다.

 

하우스메이트이자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일본인 지진학자 데쓰로는 그것이 점점 사람의 형상이 되어가고 말까지 하는 기현상을 지켜보며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시몬에게 이 사태에 대해 조언하지만, 시몬은 데쓰로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것에서 토니오, ‘괴생물체에서 사람으로 점점 변해가는 과정 가운데, 토니오가 바닷속으로 들어가 시몬의 실종된 연인인 앨런을 만나고 온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토니오가 전해준 앨런의 말은 과학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설득되지 않지만, 이성의 영역 바깥에서 시몬을 강하게 이끄는 진실이 토니오의 손에 분명히 쥐여 있었고, 시몬은 이제 토니오를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한편 데쓰로에게도 상실의 경험이 있으니 1995년 고베 대지진으로 아버지와 여동생, 조카를 잃은 것이다. 남은 가족은 어머니와 일본어로 바다를 뜻하는 우미라는 이름의 고양이뿐. 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지진학자, 데쓰로는 그 괴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며 살아가기로 결심한 인물이다. 불분명한 신원, 환상적인 이야기로 상심한 이를 현혹하는 사이비 교주를 고베에서 마주한 적 있는 데쓰로에게 토니오 역시 그 교주와 다를 바 없다.

 

그런 토니오가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러 프랑스로 돌아가야 한다고, 자신을 도와달라고 말한다. 오십 년 전 우편 비행사였으며 하늘을 날다가 적기에 격추되어 바다로 추락했고 그뒤로 실종 처리되었다는 토니오의 이력이 어딘가 낯익은 것은 우연일까. 시몬과 데쓰로는 나날이 쇠약해져가는 토니오를 무사히 프랑스로 데려갈 수 있을까. 그곳에서 토니오는, 죽음을 뛰어넘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으며 그리워한 연인을 만날 수 있을까….

 

작가는 중력이 없는 지구의 중심이자 바다 밑의 바다, 세계의 안쪽을 뜻하는 유토와 더는 존재하고 싶지 않은 이들이 모여 있는 무덤 같은 세계를 뜻하는 우토를 쌍생처럼 만들어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다른 생에 대한 호기심에 작가의 우주적 상상력이 더해진 결과다.

 

낮과 밤이 없고 안과 밖의 개념도 없으며 삶과 죽음도 현실세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곳. 토니오로 하여금 안락한 유토에서 쓸쓸한 우토를 거쳐 다시 현실세계로 되돌아오게 만든 이유와 더불어 현실세계에서의 관조적인 토니오의 목소리와, ‘유토우토에서의 시적인 표현들이 묘한 울림이 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우리가 이라 생각하는 하늘과 땅과 바다, 죽음과 사랑과 기억의 그다음 있다면하고 가만히 그려보게 한다. 그것이 독자가 토니오로부터(from Tonnio) 얻는, 잡힐 듯 잡히지 않고 가만히 손바닥을 덥히는 한줄기 햇살 같은 따스함이리라.

 

 

작가 정용준 소개


1981년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학교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수료했다. 2009'현대문학'에 단편 '굿나잇, 오블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단편 '떠떠떠, '가 제2회 젊은작가상에, 단편 '가나'가 제1회 웹진 문지문학상 이달의 소설에 선정되었다. 현재 '텍스트 실험집단루'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소설집 가나』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장편소설 바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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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