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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17)] 브로토피아

[책을 읽읍시다 (1417)] 브로토피아 

에밀리 창 저 | 김정혜 역 | 와이즈베리 l 552l 16,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기술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 실리콘밸리는 어떤 곳일까? ‘브로토피아(BROTOPIA)’. 브로토피아는 브로 문화(Bro culture)와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다. 브로 문화는 테크놀로지 산업과 실리콘밸리를 특징짓는 표현으로, 남성 우월주의와 남성 중심 문화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남성들이 직접 만든 규칙으로 완전히 지배하는 세상이다. 반면에 절대 소수인 여성들에게 실리콘밸리는 그야말로 유독한 세상이다. 성차별과 성추행이 만연하고 온탕에 몸을 담근 채 투자 회의를 하며 섹스 파티에서 인맥을 쌓는다.

 

블룸버그 TV의 진행자이자 기자인 에밀리 창이 이 책을 통해 실리콘밸리의 충격적인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유토피아적인 이상향에도 불구하고 어쩌다가 실리콘밸리가 성차별의 온상이 되었는지, 어째서 브로 문화가 수십 년간이나 지속되는 와중에도 기업들이 악마가 되지 말자(Don’t be evil!)’, ‘세상을 연결하자 (Connect the world!)’는 구호를 외치며 도덕적 우월감을 주장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해서 여성들이 침묵을 깨고 당당히 목소리를 내며 반격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생생하게 폭로한다.

 

 

책을 통해 드러난 실리콘밸리의 민낯은 다소 충격적이다. 24시간 연중무휴로 성차별과 성추행이 만연하고 온탕에 몸을 담근 채 투자회의를 하며 섹스 파티에서 인맥을 쌓는다. 실제 여론조사기관인 엘리펀드가 실리콘밸리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0%가 성추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절대 소수를 점하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그야말로 적대적이고, 유독(有毒)한 세상이다.

 

 

실리콘밸리의 뿌리 깊은 브로 문화속에서 여성들은 침묵을 강요 받았다. 신고는 무용지물이었고, 역으로 실직이나 경력 단절을 경험해야 했다. 이 뿐만 아니라 여성의 승진, 임금 인상의 기회도 제한 받았다. 실제 실리콘밸리 기업 내 임원 지위를 가진 여성의 비율은 약 11%에 불과한 수준.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 유튜브 CEO 수전 워치츠키 등 소위 실리콘 천장을 뚫어낸 여성 리더들의 인터뷰는 현실성과 설득력을 더한다.

 

한편 저자 창은 이런 성차별적 온상은 기술 산업이 어떻게 여성을 다루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면에 불과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단순히 여성의 불합리함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 시리(Siri)’, 아마존 알렉스’, 휴머노이드 소피아까지 실리콘밸리 브로들이 만들어낸 여성성에 대한 편견은 그 방증이다. 4차 산업혁명조차 남성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그녀의 따끔한 일침은 정신을 바짝 들게 한다.

 

물론 어두운 이면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잇따른 폭로로 인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실리콘밸리에서 여성의 역할과 가능성을 탐색하며 #미투 운동으로 전화된 양성평등의 문제도 소개한다.

 

기술이 인간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현재 그들이 하는 행동도 바꿀 수 있습니다보다 평등한 세상을 위해 자신의 세 아들에게 책을 바친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오히려 지금 행동해야 할 때임을 분명히 이야기한다. 네비게이션 음성부터 A.I지능, 휴머노이드까지 왜 모두 여성인지 한 번쯤 의구심을 품어 봤거나 실리콘밸리의 권력구조와 그 이면이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일독할만하다.

 

 

작가 에밀리 창 소개


블룸버그 테크놀로지블룸버그 스튜디오 1.0’의 앵커이자 총괄 제작자로서 기술 기업과 미디어 기업들의 고위 경영자, 투자자, 기업가 등과 정기적으로 대담을 나눈다. 창은 CNN의 베이징과 런던 특파원을 역임했고 기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지역 에미상을 다섯 차례나 수상했다. 현재 창은 남편과 세 아이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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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