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531)] 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이 노래를 부르세요
최승린 저 | 난다 | 304쪽 |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14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최승린 작가의 소설집을 펴낸다. 작가가 된 지 4년 만에 펴내는 첫 책이다. 모두 10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 책이다. ‘첫’은 그 누구의 것이든 일단 설레게 하는 말. 새로움을 기대하게 하고 부족함을 감수하게 하는 말.
이 책의 제목 일부처럼 ‘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할 때 잘 부르지 못하는 노래로라도 응원을 해주고픈 마음을 들게 하는 말. 그 ‘첫’의 기원 속에 선을 보인 최승린의 소설집은 놀랍게도 그 ‘첫’의 발 구름판을 훌쩍 뛰어넘어 도약의 부양을 한껏 부려내고 있다.
최승린의 소설 속 인물들은 속칭 ‘루저’라 할 수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패자’라는 말로는 설명이 다소 모자란데 달리 말하자면 어떤 ‘짐’에 익숙한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세상에 지는 일은 너무도 많다. 아니 우리는 매일같이 지는 사람들이다. 그렇지 않은가. 무엇보다 우리는 매일같이 ‘어제’에 진다. 세상 그 누구도 ‘어제’를 이기는 사람은 없다. 어제라는 세월에 지고 어제라는 실력에 지며 어제라는 돈에 지고 어제라는 사랑에 진다. 그리하여 어제라는 죽음으로부터 영영 지는 것이 우리들이다. 그럼에도 ‘내일’이라는, ‘어차피 질 어제’를 ‘희망’이라는 단어로 스스로를 홀려가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이다.
그래서일까? 최승린의 소설은 이입의 흡입력이 빠르고 깊은 편이다. 세상에 없는 인물이 아닌 옆집에 앞집에 뒷집에 내 집에 사는 이들이 소설 속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는 까닭이다. 「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이 노래를 부르세요」의 주인공 최민철은 은퇴한 메이저 리거로 간암으로 죽음에 임박한 인물이고, 「오! 롤라」의 ‘나’는 ‘그녀’와 헤어진 지 1년이 된, 둘 사이의 엇갈린 기억을 붙든 채 콘서트 장에 함께 와 있는 인물이며, 「렛츠 고, 가자!」의 인터넷 프리미어 리그 중계업체 팀장 윤태오는 과거 축구 선수로 벤치를 전전하다 부상을 계기로 운동을 그만두게 된 인물이고, 「검은 숲」의 사진작가 오영일은 성실하나 어중간한 재능으로 특별한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는 인물이다.
특히나 이 책의 마지막에 실린 「수유리, 장미원」의 상징성이 사뭇 의미 깊다 싶은 건 나의 ‘아버지’가 ‘시인’이었다는 데 있다. ‘시인’이자 나의 ‘아버지’였던 그가 “시를 작파하고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오퍼상으로 일해왔던 만큼 이미 ‘할말’을, ‘시’를 잃어버린 지 오래였지만, 늙고 쇠약해진 몸으로 지금은 그 흔적이 사라진 ‘수유리, 장미원’을 구태여 찾아 마치 연어처럼 돌아가 죽었”다는 데 있다. 그래 시. 시라는 장르의 타고남, 그 연원에는 애초에 미친 짐이 들어가 있지 않던가. 우리가 왜 시를 읽느냐는 질문에 ‘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라고 답하면 꽤나 말이 될 것 같은 이 느낌.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껴안고 있는 공 하나를 만났다면 그 원을 굴려보는 일만으로도 살아갈 재미를 얻은 것이기도 할 테다. 그래 그 ‘재미’라는 거. 재밌어서 지루할 틈도 없이 빠르게 읽어냈다는 거. 간만에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소설을 만났다. 우리들 인생사라는 굵고 잘은 뼈들이 제자리를 단단히 잘 잡고 있는데다 날렵한 단문이 빠르게 이어져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던 소설이었다. 더불어 우리에게 이런 생각할 거리를 남긴 소설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우리들 저마다 어떤 상황에 떠밀려 있지는 않은가, 하는 자문자답의 시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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