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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532)] 사랑할까, 먹을까

[책을 읽읍시다 (1532)] 사랑할까, 먹을까

어느 잡식가족의 돼지 관찰기  

황윤 저 | () | 372| 15,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대한민국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황윤 감독의 대표작 잡식가족의 딜레마’. 영화의 주인공은 돼지 엄마 십순이와 새끼 돼지 돈수, 돈가스 마니아였던 감독과 감독의 어린 아들 도영, 그리고 치킨 킬러인 감독의 남편이다. ‘잡식가족의 딜레마고기가 고기가 되기 전 생명이었을 때의 모습’, ‘공장식 축산의 참혹하고도 비위생적인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먹을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큰 화제를 불러 모은 바 있다.

 

그리고 영화가 상영된 지 3, 돼지가족과 잡식가족의 리얼 라이프를 보여줌으로써 관객들까지 딜레마에 빠트린 잡식가족이 이번에는 밀도 높은 한 권의 책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사랑할까, 먹을까는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영화 이전,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풀어놓음으로써 영화와는 또 다른 결의 재미를 선사한다.

 

여느 부모들처럼 소독기에 젖병을 살균하고 감기약 하나에도 항생제가 들어갔는지 꼼꼼히 살피고 무항생제 고기와 무농약 채소를 사다 이유식을 만들어 먹였던 엄마 윤. 그녀는 구제역과 살처분을 계기로 공장식 축산의 충격적인 민낯을 목격한다. 일어설 수조차 없는 좁은 감금틀에 갇혀 평생 인공수정과 임신, 분만만 반복하며 고기 생산 기계로 살다 도축되는 엄마 돼지들, 3~4주 만에 어미로부터 분리된 채 바람도 빛도 통하지 않는 좁은 축사에서 유전자 변형 사료, 항생제, 호르몬제 등을 투여 받으며 단기간에 살을 찌워 6개월 만에 고통 속에 도축되는 공장돼지들의 삶을 직접 보게 된 것이다.

 

이후 돼지답게 살아가는 돼지를 보고 싶어 찾아간 강원도 평창의 소규모 농장에서 운명처럼 엄마 돼지 십순이와 그의 새끼 돼지 돈수를 만난다. 생전 처음 본 살아 있는 돼지 가족은 저자의 가족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어미 돼지들은 저마다 다른 성격을 갖고 있었지만, 자기 새끼를 지키려는 본능만큼은 사람 엄마와 같았다. 새끼 돼지 돈수는 저자의 아들 도영이처럼 호기심이 넘치고 장난을 좋아했다. 돼지가족과의 만남은 육식이 정상이고 꼭 필요한 것이라는 육식주의 이데올로기에 가려 고기를 생명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던 저자의 인생에 큰 전환점을 가져온다.

 

우리 모두는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특히 음식은 많은 이들이 개인의 기호, 개인의 취향 문제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저자는 지나친 육식이 가져오는 이상 기후 현상, 공장식 축산에서 비롯된 수많은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인한 생명의 위협, 오로지 사람의 식재료가 되기 위해 처참한 환경에서 고통스럽게 살다 도축당하는 동물들을 생각하면 과도한 육식을 단순히 취향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고 말한다.

 

더욱이 한국은 TV만 켜면 채널마다 육식 위주의 먹방이 연일 방송되고 단체급식은 육식 위주의 메뉴로 구성되며, 외식이나 배달음식 역시 고기 이외에는 거의 선택권이 없는 육식주의 국가가 아니던가.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우리가 선택하는 음식들이 정말 우리의 선택인지 아니면 시스템이 강요하는 선택인지, 공장식 축산이 아닌 농장에서 인도적으로 길러진 동물을 먹을 권리, 동물을 먹지 않을 권리는 존중되는지 묻는다.

 

무엇보다 조류독감, 돼지독감 등의 바이러스 질환, 폭염과 한파를 오가는 이상 기후 현상과 공장식 축산의 관계, 육식이 자연스럽고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강요하는 육식주의 이데올로기, 살충제 달걀, 햄버거병 걱정 없는 세상에서 살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법과 대안, 육식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슬기롭게 채식 생활을 즐기는 법 등 저자가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지금까지 몇 년간 끈질기게 탐구해온 음식과 건강, 인간과 비인간 동물에 관한 생활밀착형 지식들로 가득하다.

 

 

작가 황윤 소개


영화감독.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영미문학을 전공했다. 동물원에 갇힌 호랑이들의 삶에 관한 영화 작별’(2001)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침묵의 숲’(2004), ‘어느 날 그 길에서’(2006)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관계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왔다. 감독 자신이 어린 아들과 함께 돼지를 찾으러 떠나는 여정 잡식가족의 딜레마’(2015)돈가스를 사랑할까, 돼지를 사랑할까의 딜레마를 유쾌하고도 감성적인 방식으로 표현하여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잘 알려져 있지 않던 공장식 축산의 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 책은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의 생생한 제작 과정은 물론 제작 이후의 이야기까지 담은 책이다. 살충제 달걀, 햄버거병, 조류독감, 구제역, 광우병, 미세먼지, 이상 기온 시대에, 무엇을 먹어야 사람과 동물, 지구 모두를 살릴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하며 답을 찾아간 저자의 8년의 여정이 담긴 이 책은, ‘동물을 먹는다는 것을 건강, 환경, 윤리, 심리, 페미니즘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사유한다.

 

베를린 국제영화제,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 많은 영화제에 초청되었고 부산국제영화제 운파상, 야마가타 다큐멘터리영화제 우수상, 서울환경영화제 대상 등을 수상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행동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영화’ ‘광장광장의 닭’(2017)을 만들었다. 공저로 소년소녀, 정치하라!, 숨통이 트인다등이 있다.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에 칼럼을 썼다. 영화 제작뿐 아니라 글, 퍼포먼스, 대중 강연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위기에 처한 지구 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문화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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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