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63)] 생 텍쥐페리의 우연한 여행자
생 텍쥐페리 저 | 양혜윤 역 | 세시 | 269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생 텍쥐페리의 우연한 여행자』는 『어린왕자』로 유명한 작가가 직업비행사로 살았던 15년 동안의 경험과 모험을 토대로 쓴 자전소설이다. 사막에 불시착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체험, 그 극한 상황에서 느꼈던 절박함과 애절함을 서정적인 필체로 그려낸 8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은 일체의 소설적 허구나 문학적 기교를 배제한 언어로 인간 개개인에게 대자연과 교감하는 길을 알려주고 공동체적 유대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줌으로써 인간 존엄성을 추구한다. 피레네 산맥을 헤치고 눈 덮인 안데스 산맥을 넘나드는 장면, 사막에 불시착한 모험적인 사건, 절친한 친구 앙리 기요메의 실종 등 모험과 미지의 발견에 대한 기쁨을 생생하게 그려낸 점이 돋보인다. 이 작품을 통해 『어린왕자』의 우화적이고 해학적인 작가의 이미지에서 삶의 진솔함과 인간존재의 의의에 대하여 묻는 작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어린왕자』의 저자로만 알려져 있는 생 텍쥐페리는 사실 모험가로서 야간비행의 선구자이며 비행항로 개척에 지대한 공헌을 세우기도 한 사나이다.
『생 텍쥐페리의 우연한 여행자』는 생명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찾을 수 없고, 오직 바람과 모래와 별들만이 존재하는 사막에서 그는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에 대하여 통감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행복을 보장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그가 끝까지 겸허하고 의연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죽지 않도록 대지에 그를 붙들어 두는 진정한 보물들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아름다운 생명이 정신적 궁핍 속에서 자라남을 느낄 때 그는 견딜 수 없이 괴로워한다. 이 모든 사람들 속에서 모차르트가 될 수도 있었던 영혼이 살해당하고 있다는 것과 그 사실에 그는 고토록 괴로워하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인간들 사이에 있는 파수꾼은 온 세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다.”
모든 인간에 대한 신념과 연대의식, 지상에서보다는 고요한 밤하늘에서의 사색을 무한한 행복으로 느꼈던 그의 아름다운 영혼은 누구보다도 자신의 삶과 인류를 사랑한 진실한 파수꾼이자 인간의 영혼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작가 생 텍쥐페리 소개
『어린 왕자』로 유명한 프랑스의 소설가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서 발표한 『어린 왕자』(1943)는 작가 자신이 아름다운 삽화를 넣어서 독특한 시적 세계를 이루고 있으며 그를 오늘날까지 모든 이의 사랑을 받는 작가로 만들었다. 그 밖에도 대표작『인간의 대지』, 『야간 비행』, 『전투 조종사』등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삶을 개개 인간 존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정신적 유대에서 찾으려 한 그의 관념을 개성적으로 담아내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시절의 모습은 『어린왕자』의 주인공과 너무나 흡사하다. 굽슬굽슬한 갈색 머리털을 가진 이 소년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소한 일들을 경이와 찬탄으로 바라보았다. 또 유난히 법석을 떨고 잔꾀가 많은 반면, 항상 생기가 넘치고 영리했다. 감성이 풍부하고 미지에 대한 열정이 넘치던 생텍쥐베리는 1917년 6월,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 합격한 후 파리로 가서 보쉬에 대학에 들어가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그러나 구술시험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파리 예술 대학에 들어가 15개월간 건축학을 공부했다. 『어린왕자』에 생텍쥐베리가 직접 삽화를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이때의 공부때문이기도 했다.
군대에 입대한 후 비행기 수리하는 작업에 복무하다가 비행기 조종사의 자격증을 따게 된 후 공군 조종사로 있다가 약혼녀의 반대로 제대했다. 자동차 회사, 민간항공회사에 각각 근무하다가 에르 프랑스의 전신인 라떼꼬에르 항공 회사에 입사해 『야간 비행』의 주인공인 리비에르로 알려진 디디에도라를 알게 되고 다카르-카사블랑카 사이의 우편 비행을 하면서 밤에는 『남방 우편기』를 집필했다. 1929년 아르헨티나의 항공회사에 임명되면서 조종사로 최고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야간 비행』를 집필했다.
1930년에는 『남방 우편기』가 출간됐고, 민간 항공 업무에 봉사한 대가로 레지옹도눼르훈장을 받았다. 그해 6월13일에서 20일 사이 생텍쥐페리는 안데스 산맥을 무착륙 비행하며 실종된 친구 기요메를 찾기 위해 고심하다가 기요메가 구조됐음을 알았다. 그를 비행기에 태우고 멘도자를 거쳐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 데려온다. 1931년 회사를 그만두었으나 『야간 비행』이 페미나 문학상을 받음으로써 이제 그는 작가로서 공히 인정을 받게 됐다. 『야간 비행』은 곧 영어로 번역돼 미국인들에 의해 영화화되기까지 하나 그의 재정적 궁핍은 여전하기만 했다. 결국 이듬해에 다시 우편 비행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1년 남짓 되어 생라파엘에서 사고를 당했으며 35세 되던 해에도 리비아 사막에 출동했다가 불시착해 겨우 목숨을 건졌다.
1939년 몇 년 동안 조종사로 일하면서 틈틈이 쓴 『인간의 대지』가 출간되고 『바람과 모래와 별들』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에서 출판돼 <이 달의 양서>로 선정될 만큼 인기를 얻었다. 1939년 「인간의 대지」가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소설 대상을 받는다. 1943년에는 『어린왕자』를 발표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군용기 조종사로 종군하여 위험한 상황에 계속 참여했다. 결국 국가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944년 44세 되던 해에 최후의 정찰 비행에 출격했다가 행방불명됐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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