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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644)] 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줘

[책을 읽읍시다 (1644)] 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줘

이인휘 저 | 우리학교 | 252| 13,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열여덟 살의 어느 여름날, 특성화고등학교에서 영상을 전공하고 있는 여고생 산하는 우연히 찾아간 산골 마을에서 신비한 소년 정서를 만나고 그의 비밀을 통해 숲이 들려주는 신비로운 이야기에 한 걸음씩 다가간다. 웃음소리도, 울음소리도 잃어버린 정서는 대체 무슨 사연을 갖고 있을까?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을 일삼아 왔던 산하는 두려움을 떨치고 가슴속 꿈을 펼칠 수 있을까?

 

특성화고등학교에서 영상을 전공하고 있는 열여덟 살 여고생 산하는 어느 날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어떤 장면을 보게 된다. 산골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취재 중이던 가운데 몇몇 폐가에서 기묘한 느낌의 그림들이 발견된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뒤 꿈에서 돌아가신 아빠를 만난 산하는 산골 마을의 그림과 아빠의 꿈속 모습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느끼고 카메라를 든 채 무작정 산골 마을로 떠나게 된다.

 

청기마을에서 여름방학을 보내는 산하는 오랫동안 그곳에 살아온 할머니들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듣고 산 깊숙이 외딴집에 사는 신비로운 소년 정서와 그의 할머니를 만난다. 정서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사라진 열일곱 소년이다. 5년 전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고 친할머니와 살아가고 있는 정서는 요즘 아이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 게다가 그림 실력이 예사롭지 않은 데다 뭐든 배우면 척척 해내는 만능 재주꾼이기도 하다.

 

산하는 청기마을을 통해 새롭게 알아 가는 경험과 정서와의 우정이 의미 있고 뜻깊기만 한데, 학교 영상반 선생님은 생각이 다르다. ‘새롭고, 자극적이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소재를 파고들어야 영상 감각과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 영화감독이 되려거든 세상을 만만히 생각하지 말라는 것. 정서를 좀 더 집요하게 취재하면서 그의 비밀을 담아내야 한다는 말에 산하는 다시 청기마을에 내려가게 된다.

 

2016년 소설집 폐허를 보다로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과 정치 현실을 진실하게 그려 냈다는 평을 받으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이인휘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이다. 잃어버린 자연과 생태의 소리를 지금 여기의 청소년에게 좀 더 가깝고 친밀하게 들려주기 위해, 작가는 청소년 눈높이에 맞춤한 문체를 정교하게 가다듬고 감정과 분위기를 세심하게 어루만지며 소설을 완성해 냈다.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흥미롭게 넘나들며 궁극적으로 전하는 이인휘 작가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주제의 진지함은 잃지 않으면서도 발랄하고 흥미로운 서사가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그래서일까, 여름을 품은 소년 소녀의 특별한 이야기를 듣는 동안 우리는 어느새 곁에 다가온 자연의 속삭임을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작가 이인휘 소개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8녹두꽃우리 억센 주먹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폐허를 보다2016년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오랫동안 노동문화운동을 했고 박영진 열사 추모사업회에서 일했다. 진보생활 문예지 삶이 보이는 창사단법인 디지털노동문화복지센터를 만들어 후배들에게 이어주었고,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이사이며 행동하는 작가네트워크 리얼리스트 100’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7년 전부터 남한강이 아름답게 흐르는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관덕마을에 내려와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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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