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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65)] 헬프(전 2권)


헬프. 2

저자
캐스린 스토킷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1-05-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닫힌 세상을 향해 문을 두드리는 세 여자!세상과 삶을 변화시키려...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165)] 헬프(전 2권)

캐스린 스토킷 저 | 정연희 역 | 문학동네 | 400쪽 | 각권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960년대 초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 남부의 잭슨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개성의 세 여자가 자신들 앞에 놓인 한계를 넘어서고자 용기를 내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스토리의 데뷔작이다. 자신의 아이들은 남에게 맡기거나 집에 버려둔 채, 생계를 위해 백인 가정에 들어가 그 집을 위해 일하고 백인 아이를 돌보아야 했던 사람들. 작가 캐스린 스토킷은 자기에게 어머니와 같았던 흑인 가정부 디메트리를 떠올리며, 자신이 한 번이라도 진정으로 그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를 자문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이 민감하고 어려운 소재를 소설로 탄생시킨다.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 해본 적 있어요?”

 

스키터.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스물세 살의 백인 여성 스키터는 목화 농장을 운영하는 부모님이 계신 이곳, 잭슨으로 돌아온다. 또래의 여자들은 멋진 남자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키만 멀뚱하게 크고 외모 꾸미는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스키터는 가슴속에 작가가 되겠다는 열망을 품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키워주며 엄마 같은 역할을 했던 가정부 콘스탄틴은 이렇다 할 말 한마디 남기지 않고 집을 떠났다. 콘스탄틴이 없는 집은 어쩐지 허전하고, 여자에게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만 요구하는 이곳은 갑갑하기만 하다.

 

아이빌린. 50대 초반인 흑인 가정부. 지혜롭고 자애로운 그녀는 지금까지 열일곱 명의 백인 아이를 길렀다. 지금은 엘리자베스의 집에서 일하며 엘리자베스의 아이 메이 모블리를 돌보고 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어이없는 사고로 잃은 뒤 실의에 젖어 괴로운 나날을 보냈지만, 지금은 아이 돌보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묵묵히 맡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아들이 죽은 후 아이빌린은 자신의 가슴속에 쓰라린 씨앗이 자라고 있음을,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가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곳은 뭔가 바뀌어야 한다.

 

미니. 아이빌린보다 열일곱 살이나 아래지만 아이빌린과는 둘도 없는 친구다. 음식 솜씨는 따라올 사람이 없지만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데다 욱하는 성질도 있어 번번이 일하는 집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마음 여리고 속정 깊은 사람이다. 최근 미니는 잭슨 연맹의 회장이며 이곳 여자들의 실세인 힐리에게 도둑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일하는 곳에서 쫓겨난다. 화가 난 미니는 힐리에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끔찍이 지독한 일’을 저지른다. 미니는 아이빌린의 도움으로 겨우 새로운 집에 일자리를 구하지만, 이 집의 안주인 셀리아는 어딘지 수상쩍은 데가 있다.

 

세 여자의 가슴 뭉클하고 감동적인 여정

 

스키터는 유명 출판사 ‘하퍼 & 로’에 이력서를 보낸다. 그곳의 수석 편집자는 작은 곳에서라도 글 쓰는 것과 관련된 경력을 쌓으라며 자신이 무엇을 쓰고 싶은지 깊이 고민해보라는 답변을 보내온다. 스키터는 칼럼을 쓰기 위해 아이빌린의 도움을 받고, 서먹서먹하기만 했던 두 사람은 어느새 조금씩 가까워진다.

 

스키터는 백인 가정에서 일하는 흑인 가정부의 입장을 글로 써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수석 편집자에게 낸다. 스키터는 흑인 가정부들의 경험담을 모아 한 권의 책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아이빌린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이 일에 선뜻 동참하지 못하는 아이빌린. 실수로 백인 전용 화장실을 썼다는 이유로 젊은 흑인 청년이 린치를 당해 귀가 멀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유색인지위향상협회 간부가 자기 자식들 앞에서 총에 맞아 죽는 곳, 백인과 흑인의 경계가 너무나 분명한 이곳에서 이런 위험한 일에 나서기란 쉽지 않다.

 

늦은 밤 아이빌린의 집 작은 탁자에서는 인터뷰가 진행되고, 스키터는 이 인터뷰를 글로 정리한다.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스키터는 지명과 등장인물의 이름을 모두 바꾸지만, 불안은 쉽게 이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언제 이 일이 들통 나 자신들에게 끔찍한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면서도 그들은 이 일을 계속 해나간다. 자신들이 하는 이 이야기는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것이니까.

 

 

약한 이들의 아슬아슬하고 통쾌한 반란

 

『헬프』는 마틴 루서 킹을 위시한 흑인 지도자들이 시민권 운동을 벌이던 시기,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서서히 미국 전역을 휩쓸던 시기인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자신의 아이들은 남에게 맡기거나 집에 버려둔 채, 생계를 위해 백인 가정에 들어가 그 집을 위해 일하고 백인 아이를 돌보아야 했던 사람들.

 

인종에 대한 차별, 남녀에 대한 차별, 계급에 대한 차별,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놓은 거대하고 높은 벽. 『헬프』는 접점이 별로 없어 보이는 세 여성이 함께 이 거대한 벽에 도전하는 이야기, 그러한 작은 힘들이 하나둘 모여 거대한 벽을 허물고 세상과 삶을 보다 인간답게 그리고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곧잘 용기를, 믿음을, 정의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말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물어보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고 시대가 변해도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선(線)’은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한다. 『헬프』 속 세 여자는 언뜻 힘없는 약자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모두 강인하고 아름답다. 선의(善意)로 무장한 이 세 여성이 그들 사이의 경계를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 아슬아슬하고 흥미진진한 반란을 지켜보는 일은 가슴 뭉클하고 감동적이다. 또한 즐겁고 유쾌한 일이다.

 

 

작가 캐스린 스토킷 소개

 

1969년 미국 미시시피 주 잭슨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다. 앨라배마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이후 뉴욕에서 9년 동안 잡지 출판과 마케팅 관련 일을 했다. 캐스린 스토킷은 미시시피에 대한 향수와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첫 소설 『헬프』를 쓴다. 이 작품은 5년 동안 60여 번의 거절을 당하는 우여곡절 끝에 2009년 출간돼 아마존ㆍ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발표된 이래 아마존에서 116주간, 뉴욕 타임스에서 109주간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300만 부 이상 판매되는 큰 성공을 거둔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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