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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64)] 열세 걸음


열세 걸음

저자
모옌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12-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12년 중국 대륙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모옌. 모옌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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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164)] 열세 걸음

모옌 저 | 임홍빈 역 | 문학동네 | 600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모옌의 대표작 『열세 걸음』. 중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모옌은 ‘중국의 프란츠 카프카, 윌리엄 포크너’로 불리는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이다. 모옌의 ‘환상적 리얼리즘’의 진수가 담긴 이 작품은 참새가 외발뛰기로 열두 걸음까지 걷는 걸 보면 천운을 얻지만, 열세 번째 걸음을 보는 순간 그때껏 들어온 모든 운이 곱절의 악운이 되어버린다는 러시아 민담을 모티프로 한 것이다.

 

 

거침없이 펼쳐지는 소설 형식에 대한 실험과 도전

경계가 사라진 곳에 짙은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환상성

 

모옌은 “중국 역사와 현실을 배경으로 역사와 환상, 현실과 상상을 결합시켜서 기이하고 황당하고 신기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는”(이욱연) 것으로 유명한 작가이다. 또 화자와 청자가 수시로 주객의 위치를 바꾸고, 시간 흐름이 뒤엉키고,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인상이 뒤섞이며, 이야기와 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작품세계로도 유명하다.

 

모옌은 이런 형식의 실험을 통해 ‘환상적 리얼리즘’으로 규정되는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 세계를 구축해왔다. 모옌의 수많은 작품들 가운데 특히 『열세 걸음』은 스웨덴 한림원이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모옌을 선정하면서 밝힌 이유를 가장 잘 구현한, 모옌 문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열세 걸음』은 동물원 우리 안에 갇힌 서술자가 분필을 씹어 삼키며 청자(혹은 독자)에게 자신들의 도시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서술 시점이 끊임없이 바뀌면서 서술자는 때로 ‘나’였다가 ‘너’가 되고, 청자도 처음에는 ‘우리’인가 싶지만 곧 ‘너’가 되고 또 어느 순간 ‘나’로 등장한다. 서술자의 이야기 속 ‘그들’도 ‘나’와 ‘너’로 번갈아 등장하길 반복한다.

 

이야기도 시간 순서로 전개되지 않는다. 서술자의 머릿속에 떠오는 대로, 서술자의 주관적 느낌이나 중국의 민담들과 뒤섞여서 전개된다. 하지만 마치 전설이나 민담, 신화 같은 이 이야기들은 중국의 20세기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 모옌은 우리가 믿을 수도 없고 믿고 싶어하지도 않지만 엄연하게 존재하는 현실을 환상적 리얼리즘으로 투과한다. 어느 한 사건, 어느 한 관점의 역사만이 진실이 아니라고 웅변하고, 하나의 시점이나 하나의 화자가 등장인물의 운명과 사건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것을 거부한다.

 

 

억압적 현실 속에서 주체를 상실해가는 인간의 비극적 변형기

너는 사람인가 짐승인가?

 

1980년대 중국의 어느 소도시, 장츠추와 팡푸구이는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궁색하게 살고 있는 이웃이자 같은 학교 물리교사이다. 이 둘은 대학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지만 그들의 현실은 열악하고 비참하기 짝이 없다. 집에서는 초라한 가장이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쉴 새 없이 학생들을 채찍질하고 내몰아야 하는 교사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팡푸구이가 수업중 졸도를 하자 학교에서는 그가 과로로 순직한 것으로 처리해버린다. 팡푸구이의 ‘순직’ 소식이 학교 밖으로 퍼지면서, 박봉에 업무 과다로 죽음으로 내몰린 교사를 돕자는 캠페인이 벌어진다. 시 정부는 예산을 대폭 투입해 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로 결정한다.

 

한편 죽지 않은 팡푸구이는 장의사로 실려가던 차 안에서 정신을 차린다. 하지만 교장은 그가 죽으면 모든 교사들의 삶이 나아진다며 ‘작은 비인도주의와 큰 인도주의를 맞바’꿀 것을, 팡푸구이에게 그대로 죽을 것을 강요한다.

 

시작은 어느 소도시의 중학 교사가 교단에서 과로로 기절한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작은 사건이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 지식인들의 억압적인 현실, 대학입시 위주의 비인간적인 교육 풍토, 고기 한 점 먹기 힘든 가난과 맞물리자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로 기형적으로 발전해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팡푸구이와 장츠추 그리고 그 가족들은 그동안 허상처럼 간신히 유지해오던 인간성을 점차 잃어가면서 비극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기 시작한다.

 

 

작가 모옌 소개

 

쟝이모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소설 『홍까오량 가족』의 작가. 그는 산둥성(山東省) 까오미(高密) 따란향(大欄鄕) 핑안춘(平安村)의 빈한한 가정에서 출생했다. 본명은 관모예(管謨業)이나, 글로만 뜻을 표할 뿐 "말하지 않는다"는 뜻의 '모옌(莫言)'이란 필명을 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문화대혁명이 일어나자 학업을 포기하고 수년 간 농촌 생활을 하다가 소학교를 중퇴한 뒤 18세 되던 해 면화 가공 공장에서 직공으로 일했다. 1976년 20세 나이로 고향을 떠나 중국 인민해방군에 입대해 복무하던 중 문학에 눈을 돌려 1978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해방군 예술학원에 입학, 1986년에 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베이징 사범대학과 루쉰 문학창작원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1981년부터 창작 활동을 시작하여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소속 1급 작가로 일하다가 1997년 사직하고, '검찰일보'에 재직하면서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1981년 격월간지 『연지(蓮池)』에 단편소설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春夜雨)」를 발표한 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기 시작하며, 1984년 발표한 「황금색 홍당무(金色的紅蘿蔔)」(1985년 「투명한 홍당무(透明的紅蘿蔔)」로 개작)가 좋은 평가를 얻게 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1987년 대표적인 장편소설 『홍까오량 가족』을 발표해 반향을 일으켰고, 그 작품의 일부를 쟝이모 감독이 영화 '붉은 수수밭'으로 제작해 1988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이는 모옌의 작품이 전세계 20여 개국으로 번역 출간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장편소설 『티엔탕 마늘종 노래(天堂蒜之歌)』(1988), 『열세 걸음(十三步)』, 『술의 나라(酒國)』(1993), 『풀을 먹는 가족(食草家族)』(1993), 『풍유비둔(豊乳肥臀)』(1995), 『탄샹싱(檀香刑)』(2001), 『사십일포』(2003), 『생사피로(生死疲勞)』(2006) 등을 발표하였고, 「환락」, 「생화를 품은 여인」, 「폭발」,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등의 중편소설과 「그네 틀의 흰둥이」, 「메마른 강」, 「엄지수갑」, 「눈얼음 미녀」등의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이 중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는 장이모 감독에 의해 영화 '행복한 날들(幸福時光, Happy Time, 2000)'로 제작된 바 있다.

 

『풍유비둔』은 그의 창작상 최고조에 오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1,2』는 1980년대 중국의 개혁 · 개방의 전성기를 배경으로 농촌 마을과 관료 사회의 부패 양상을 탁월한 주제의식과 기교로 그려낸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희곡과 텔레비전 드라마 극본을 썼는데, 1997년 창작한 희곡 「패왕별희(覇王別姬)」는 무대에 올려져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두 달간 연속 공연되면서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기도 했다.

 

1993년에 출간된 『술의 나라』는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여러 나라에 소개되어 큰 호평을 받았다. 그는 데뷔 후 중국 최고의 문학상인 따자(大家)문학상을 비롯, 프랑스 루얼 파타이아 문학상, 이탈리아 노니로 문학상,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상, 홍콩 아시아문학상,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 문화대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모옌은 20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중국의 첫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영예까지 얻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모옌이 현실과 환상을 역사적, 사회적 관점에서 절묘하게 융합한 문학 세계를 창조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그의 고향인 산동성 까오미현 둥베이(東北)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2002년 10월부터는 고향의 산둥 대학에 재직하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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