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67)] 표류교실(전 3권)
우메즈 카즈오 글·그림 | 장성주 역 | 세미콜론 | 744쪽 | 각권 20,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아마토 초등학교 6학년 생 다카마쓰 쇼는 굉음과 함께 갑자기 미래 세계에 떨어진다. 학교 바깥은 가도 가도 사막뿐. 모래 속에서는 ‘야마토 초등학교 862인의 넋 이곳에 잠들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비석이 발견된다. 이곳은 인류 멸망 후의 지구였던 것이다.
어딜 보아도 모래뿐인 낯선 공간에서 아이들을 지켜야할 선생님들은 광기에 사로잡히고, 학교는 정체불명의 생명체에게 공격받기 시작한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이토 준지는 자신의 작품 곳곳에 우메즈 카즈오에 대한 헌사를 바치고 있다. 바로 우메즈 카즈오가 있었기에 이토 준지도 존재할 수 있었던 것. 이처럼 일본 공포 만화 작가들에게는 전설적인 스승인 우메즈 카즈오이지만 한국에서 그의 작품을 접하기는 어려웠다. 공식 출간된 작품은 『무서운 책』 시리즈가 전부였으며 그나마 소품격인 단편집이었다. 우메즈 카즈오의 진가는 장편을 봐야 알 수 있다. 점차 강도를 높여가는 롤러코스터처럼 공포에 공포를 더하는 이야기의 힘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독자를 손에 쥐고 놓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그의 대표작인 『표류교실』이다.
한국에 최초 소개되는 이 작품은 일본 공포 만화사상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꼽힌다. 이 만화가 연재 중이던 1970년대 초 사람들은 과학 기술이 진보하면서 밝고 풍요로운 미래를 꿈꿨다. 만화에서도 미래는 로봇이 나오는 꿈의 세계로 그려졌다. 하지만 작가 우메즈 카즈오는 과학의 진보에서 공포를 감지했다. 데뷔 이래 아이들을 주제로 한 만화만을 그려왔던 우메즈 카즈오는 어른은 거의 등장하지 않은 채 아이들이 대활약하는 이야기의 결정판을 그리고자 마음먹고, 곧 미래세계로 타임슬립해버린 아이들을 떠올렸다. 그곳은 환경이 파괴되어버린 근 미래였다. 그렇게 공포만화의 대명사 『표류교실』이 탄생했다.
동일본 대지진 후 2년이 지났다. 당시 많은 일본 사람들은 대지진의 공포 속에서 『표류교실』을 떠올렸다. 연재된지 4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표류교실』은 일본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지진과 재난 대한 공포를 가장 잘 구체화시킨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그려내고 있는 지진 이후의 서바이벌 상황과 재건 과정은 일본 역사 속에 발생한 대지진과 전쟁, 원폭 등 거대한 재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경험한 사회적 혼란과 광기가 지배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표류교실』은 이후 『드래곤헤드』와 『배틀로얄』 등 재난만화의 길을 열어줬지만, 여전히 가장 강력한 작품으로 남고 있다.
작가 우메즈 카즈오 소개
1955년 6월에 「숲의 형제(森の兄妹)」, 9월에 「별세계(別世界)」 등을 발표하며 프로 데뷔. 1966년에 『고양이눈 소녀(ねこ目の少女)』, 『뱀소녀(へび少女)』 등이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일본전역에 공포만화가로서 명성을 떨쳤다. 1971년 주요 작품 활동을 쇼가쿠칸(小學館)으로 옮기면서 『표류교실(漂流敎室)』, 『나는 신고(わたしは眞悟)』등 그의 대표작들을 쇼가쿠칸 잡지에 연재했다. 1995년에 완결된 『14세(14歲)』 이후 더 이상의 작품활동은 없다. 자동차를 매우 싫어해 전철을 이용하거나 그냥 걷는다고 한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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