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706)] 식물의 책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이야기
이소영 저 | 책읽는수요일 | 288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소영 식물세밀화가의 역할은 식물의 현재를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그가 기록하는 대상은 실내공간, 수목원, 공원 등 주로 우리 곁에 있는 식물들, 또는 연구기관에서 개발한 신품종처럼 앞으로 우리 곁에 있을 식물들, 즉 숲을 떠나 도시에서 살게 된 식물들이다. 그의 시선을 좇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식물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가로수로 심긴 은행나무나 왕벚나무, 정원수로 심긴 곰솔이나 주목, 카페 천장에 매달린 틸란드시아, 식탁 위에 놓인 사과나 포도……. 숲에서, 더 멀리는 사막에서 살던 식물들이 어쩌다 우리가 사는 도시로 오게 되었을까.
『식물의 책』을 읽다 보면 사람 중심에서 식물의 중심으로 그 시선이 자연스레 옮겨간다. 토종 민들레가 사라지고 서양민들레 수가 늘어나는 것을 두고, 사람들은 서양민들레에 밀려 토종 민들레가 터를 빼앗겼다며 민들레에 싸움을 붙인다. 그러나 저자는 “토종 민들레가 점점 숲 밖으로 밀려나고 개체 수가 줄어드는 건 정확히는 환경 파괴 때문”(p.16)이라고, 산을 깎고 땅을 메꿔 공터를 만들면서 원래 그곳에 살고 있던 토종 민들레는 사라지고 대신 서양민들레가 늘어나게 되었다고 말한다.
반려식물과 플랜테리어가 유행하고 미세먼지와 새집증후군 등으로 공기 정화용 식물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식물을 들일 때 가장 많이들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식물을 키우고는 싶은데, 자꾸 죽더라고요. 어떤 식물이 잘 죽지 않나요?” 저자는 식물을 키울 때 재배 방법을 잘 모르겠다 싶으면 우선 그 식물이 자생하던 원산지의 환경을 떠올려보라고 권한다.
식물의 원산지에 관한 정보를 바로 얻기 어렵다면, 우선 식물의 생김새에 주목하는 것도 방법이다. 저자는 식물을 자주 관찰하는 것이야말로 식물을 재배할 때 가장 필요한 기본자세라고 강조한다. 아이나 동물은 결핍을 말이나 움직임을 통해 드러내곤 하지만, 식물은 움직일 수 없다 보니 결핍을 형태로 드러낸다. 식물의 잎이 쳐졌다거나 색이 변했다거나 하는 작은 변이를 관찰함으로써 식물의 현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잎의 모양에도 이미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식물의 잎은 광합성과 연관이 깊은데 예컨대 식물의 잎이 크다면, 그 식물은 빛을 많이 받기 위해 그런 형태로 진화했을 테니, 빛이 많이 드는 곳에서 기르는 게 좋을 것이다. 요즘 실내에서 잘 키우는 틸란드시아는 어떨까? 틸란드시아를 자세히 살펴보면 잎 안쪽에 꺼끌꺼끌한 질감의 기공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틸란드시아는 바로 이 기공을 통해 수분이나 양분을 흡수하는데, 그렇기에 물을 줄 때는 잎 전체를 물에 담그거나 물을 뿌려주는 게 좋다.
공원, 가로수, 정원은 물론이고,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를 뜻하는 ‘플랜테리어’라는 용어에 익숙해질 정도로 식물은 이제 우리 생활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바로 곁에 있는 식물에 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국립수목원·농촌진흥청 등 국내외 연구기관과 협업해 식물학 그림을 그리며 식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해온 이소영 식물세밀화가는 식물의 형태, 이름, 자생지 등 기본적인 정보만 정확하게 알고 있어도 더 오래도록 식물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소나무, 은행나무, 개나리, 몬스테라, 딸기 등 늘 가까이에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도시식물들에 관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세밀화와 함께 『식물의 책』에 담았다.
작가 이소영 소개
식물을 오래도록 관찰하고 그것을 정확하게 그림으로 기록하고자 하는 사람. 대학원에서 원예학으로 석사를 수료했고, 국립수목원에서 식물학 그림을 그렸다. 국내외 연구기관 및 학자들과 협업해 식물세밀화를 그린다. [서울신문]에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칼럼을 연재하며, 네이버 오디오클립 ‘이소영의 식물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식물 산책』과 『세밀화집, 허브』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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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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