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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708)] 안간힘

[책을 읽읍시다 (1708)] 안간힘

유병록 저 | 미디어창비 | 212| 13,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슬픔은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왔다. 아들을 잃고, 시인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고통을 마주한다. 그는 자신의 아픔이 주위에 옮아가지는 않을까 염려하고, 사람들이 곧 자신에게 닥친 크나큰 불행을 잊으리라 마음을 걸어 잠근다. 누구보다 자신의 울음에 공감해주리라 믿었던 가까운 이에게조차 때로는 온전히 속내를 내보일 수 없어 서운하다.

 

그럴 때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준 것은 아들과 보낸 시간들이다. 사망신고를 하는 자리에서 망자의 재산과 학력을 묻는 질문에 아연하지만, 그는 사망신고서에는 기록될 수 없는 아들이 남긴 무수한 기억을 되새긴다. 아들의 흔적을 잊을 수 있도록 이사를 권하는 주위의 선의에도, 그는 아들과 함께 잠들던 방과 함께 거닐던 길을 떠날 수 없다. 떠나고 싶지 않다. 애써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끌어안고 살아가리라 결심하는 그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이 책이 더욱 사무치는 것은, 그가 내내 자신의 아픔에만 골몰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내와 가족에 대한 속 깊은 애정을 드러내는가 하면, 삶 속에서 발견한 크고 작은 성찰을 담담히 나눈다. 젊은 문인으로는 흔치 않게 시골에서 자란 그는 2부에서 부모님과 할아버지의 성실한 한평생을 존경의 마음을 담아 회고한다. 아내와의 연애담이나 아내의 풋풋했던 첫사랑을 질투하는 장면에서는 살며시 웃음 짓게 된다.

 

3부에 담긴, 비난을 견디기 버거울 땐 마음 저울에 칭찬과 비난의 무게를 견주어보라는 조언이나, 상처 주지 않고 솔직해지는 비결, 짜증 내는 사람에게 대처하는 법 등에는 귀가 솔깃해진다. 아끼는 동료의 퇴사를 지켜보며 회사 생활을 돌이켜 보고, 어린 사람에게 쉽게 말을 놓는 문화나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쓰는 말버릇을 섬세하게 분별하는 대목에서는 그가 얼마나 진지한 태도로 삶을 귀하게 대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누군가를 애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것이다. 유병록은 세상을 떠난 아들을 그리워하며 슬픔에만 잠겨 있기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길을 택했다. 가혹한 이별에 영영 주저앉지 않고, 다시 한번 용기를 낸다. 이 책은 그가 모진 비극에 지지 않고,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이다. 아들을 잊지 않기 위한 간절한 약속이기도 하다. 그가 겪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앞에 대신 아파한다는 말은 가당치 않지만, 함께 아파할 수는 있다. 그가 안간힘을 다해 내민 새끼손가락을 마주 거는 것은 이 책을 읽은 독자가 건넬 수 있는 묵묵한 위로일 것이다.

 

 

작가 유병록 소개

 

1982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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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