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711)]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백수린 저 | 주정아 그림 | 마음산책 | 232쪽 | 13,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평범한 일상을 사는 이들이다. 혼자든 둘이든 어느 골목에서 맞닥뜨렸을지 모르는 우리 주위의 사람들. 작가는 놓치는 줄도 모른 채 상처를 들여다볼 새도 없이 현실을 살아가는 여리디여린 이들의 마음의 지도를 그린다. 이제 다 어디로 갔을까 싶었던 “상실의 세목들”을 꺼내 보이며 다시 괜찮아질 거라고 위안을 건넨다.
무더위로 공항에서 남편과 휴가를 보내게 된 ‘주희’는 어릴 적 눈부신 여름날의 피서를 떠올리고 이제는 완고한 노인이 되어버린 아버지의 찬란한 젊은 날을 기억한다(「완벽한 휴가」). 회사와 사람들, 당장 다음 달 난방비를 걱정하며 불면에 시달리는 ‘그녀’는 어느 새벽길에 구조되어 집에 들인 늙은 개와 손익계산 되지 않은 온기를 나눈다(「그 새벽의 온기」).
사귄 지 5주년 기념으로 ‘우리’는 일본으로 두 번째 여행을 오지만 오 년 전과는 미묘하게 달라진 감정의 공기를 느끼며 어떤 끝을 실감한다(「어떤 끝」). 엄마와 처음 온 해외여행에서 아침 해가 뜨기를 기다리며 듣게 된 부모님의 첫 사랑의 순간(「비포 선라이즈), 대학 커플이었으나 이제는 가정을 꾸린 옛 연인과 이십 년 만에 재회한 비혼의 프리랜서인 내가 떠올리는 아스라한 감정(「오직 눈 감을 때」), 낯선 타국의 요양병원에서 폭설이 내리는 날 죽어가는 환자의 가족을 기다리며 ‘그녀’가 털어놓는 일생의 비밀(「아무 일도 없는 밤」) 등 이제는 사라져버린 시간, 사람, 감정의 애틋한 풍경들을 작가 특유의 섬세한 눈으로 그려낸다.
“내가 잃어버린 것,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오직 눈 감을 때에만 내게로 잠시 돌아왔다 다시 멀어지는” 것들과 “내 것인 줄 알아차리기도 전에 상실해버린 그 모든 것들”을 따뜻하게 호명하는 열세 편의 이야기에는 생의 미세한 균열을 감싸는 사려 깊은 마음이 가득하다.
또한 이 책은 특유의 색감과 이야기가 있는 그림으로 사랑받는 일러스트레이터 주정아 작가의 그림을 배치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살아 있는 그림은 자체로 책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작가 소개
저 : 백수린
1982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대학원과 Lyon 2 대학에서 불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거짓말 연습」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과 번역서 『문맹』을 출간했다. 2015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관리되지 않는 사설보호소에서 방치된 채 야생화된 개 ‘재롱’이와 일대일 결연을 맺었다.
그림 : 주정아
다양한 재료의 질감 속 숨겨진 이야기를 그려내는 일러스트레이터 ‘마담롤리나’로 활동 중이다. 책, 제품, 전시, 앨범 아트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하며 오직 그리기만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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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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