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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713)] 염소가 웃는 순간

[책을 읽읍시다 (1713)] 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 저 | 한스미디어 | 560| 16,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염소가 웃는 순간13·67, 망내인등의 작품으로 중국어권 미스터리 대가로 자리매김한 찬호께이의 최신 장편소설이다. 캠퍼스 호러 미스터리라는 엉뚱한 장르로 돌아왔지만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찬호께이는 꼼꼼한 구성력과 탄탄한 트릭으로 그야말로 찬호께이다운 이야기를 펼쳐낸다.

 

호러 소설의 온갖 클리셰를 제시하면서 이를 하나하나 깨부수고, 글 안에 세심하게 트릭과 복선을 짜 넣어 독자가 주인공 일행과 함께 괴현상의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추리하게 만든다. 이렇게 배치된 복선들은 후반부에 빠짐없이 회수되면서 세계가 뒤집히는 반전으로 돌아온다.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쉬울 만큼 뛰어난 읽는 재미는 보너스다.

 

친구인 버스, 위키와 함께 홍콩 문화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나(아화)‘7대 불가사의괴담이 전해 내려오는 오래된 기숙사 노퍽관에 배정받는다. 셋은 또래 여학생들과 괴담을 이야기하며 친해진다. 기숙사 밑에 아직 남아 있는 백여 년 전 악마 소환 의식이 치러졌다는 지하실에서 함께 초혼 게임을 한다. 그런데 게임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괴담의 내용대로 한 명 한 명씩 사라지고, 남은 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이 괴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쓴다.

 

기괴한 오싹함을 안겨주는 수기 형식의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발랄한 청춘 캠퍼스물로 방향을 튼다. ‘어느 모로 보나 평범하다는 게 특징인주인공 아화, 지나치게 수다스럽고 쾌활한 버스, 웹 서핑 중독자인 잡학사전 위키를 비롯해 천문학 덕후 칼리, 록 감성을 사랑하는 반항아 의대생 야묘, 최고의 마당발 샤오완 등 톡톡 튀는 캐릭터들은 기숙사 입실 첫날부터 무시무시한 사건들과 마주친다. 이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해석하기 위해 여러 가설을 제시하는데, 그 근거가 되는 온갖 괴담, 전설, 역사적 정보를 알아가면서 그 추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체 8장으로 이루어진 각 장의 서두에는 7대 괴담이 실려 있는데, 이 괴담들이 살짝 변형되어 그 장의 핵심 사건을 이루는 형식이라 괴담과 실제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찬호께이는 어찌 보면 뻔할 수 있는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풀어내며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장르소설적 재미를 극대화했다.

 

염소가 웃는 순간에는 미스터리 요소가 호러 요소만큼이나 알차게 들어 있다. 주인공과 친구들은 자신들이 처한 끔찍한 상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 괴현상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조사하고 추리하며 그에 대한 가설을 시험하고 보완해 새 가설을 내세운다. 구성력이 뛰어난 작가답게 찬호께이는 이곳저곳에 크고 작은 복선과 단서를 세심하게 그러나 결코 숨기지 않고 깔아두었다.

 

하지만 독자는 긴박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이를 그냥 넘어가고 만다. 이야기의 재미에 자신이 없다면 취할 수 없는 전략인데, 찬호께이는 뛰어난 완급조절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를 통해 성공적으로 목적을 이뤘다. 이렇게 꼼꼼하게 배치된 트릭과 복선은 후반부에 하나의 커다란 그림을 이루며 빠짐없이 드러나는데 주인공 일행의 모험을 따라가며 함께 추리해 나가던 독자는 한순간 세계가 뒤집히는 반전에 뒤통수를 맞게 된다.

 

 

작가 찬호께이 소개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홍콩 중문대학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한 뒤 재미삼아 타이완추리작가협회 공모전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타이완추리작가협회 해외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 추리동화 잭과 콩나무 살인사건으로 제6회 타이완추리작가협회 공모전 결선에 올랐고, 다음 해인 2009년 후속작 푸른 수염의 밀실이 제7회 공모전에서 1등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장편 추리소설 합리적인 추론, 단편 SF소설 시간이 곧 금등으로 타이완의 대중문학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2011기억나지 않음, 형사로 제2회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상을 받으면서 일본 추리소설의 신으로 불리는 시마다 소지로부터 무한대의 재능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2014년 발표한 장편 추리소설 13·672015년 타이베이 국제도서전에서 대상을 수상, 세계 각국에 저작권을 판매하고 영화화 계약도 체결했다. 염소가 웃는 순간은 그의 최신 장편소설로, 장르적으로는 호러에 속하지만 수많은 트릭과 복선들이 결말에서 놀라운 반전으로 이어지는, 작가 특유의 치밀한 구성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 밖의 작품으로 망내인』 『풍선인간』 『마법의 수사선』 『S.T.E.P. 스텝(공저) 디오게네스 변주곡(근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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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