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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720)] 금색 공책(전2권)

[책을 읽읍시다 (1720)] 금색 공책(전2권)

도리스 레싱 저 | 권영희 역 | 창비 | 18,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07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도리스 레싱의 대표작 금색 공책. ‘2의 페미니즘 물결이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전인 1962년에 출간되었지만 레싱 스스로 여성해방운동에 의해 비로소 탄생한 태도들이 이미 존재하는 것처럼 썼다고 밝힌 페미니즘 문학의 경전이자 20세기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이다.

 

거대한 이념의 시대에 균열이 감지되던 1950년대에서 격동의 1960년대로 이행하는 과정을, 자유를 갈구하는 한 여성 작가의 구체적인 일상과 분열된 자아상을 통해 그려냈다. 서구의 제국주의와 인종주의, 반전(反戰), 공산주의의 몰락, 여성해방운동 등 첨예한 주제들이 녹아들어 있으며, 세계에 만연한 분리를 극복하고 통합으로 나아갈 것을 제시한 미래의 소설이기도 하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읽은 책들이 균형감을 잃지 않도록 도왔다며 그중 하나로 금색 공책을 꼽았고, 큰딸 말리아에게 선물한 전자책 단말기에 이 책을 담아주기도 했다. 시녀 이야기의 저자이자 2000·2019년 부커상 수상자인 우리 시대 대표 여성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2013년 작고한 레싱을 추모하는 글에서 “20대 초반에 만난 금색 공책의 주인공 애나 울프는 내 눈을 뜨게 해주었다고 밝혔다. 국내 1호 여성 대법관이었던 김영란 전 대법관은 금색 공책을 가리켜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를 담은,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책이자 여성운동가에게는 교과서 같은 책이라며 추천한 바 있다.

 

최근 몇년 사이 우리 사회는 그간 강력한 가부장제와 경제성장 신화에 뒷전으로 밀려온 여성의 권리에 관한 논의에 일대 전기를 맞이했다. 여성의 사회 참여와 육아, 여성이 대중교통 수단이나 길거리 등 일상에서 느끼는 상시적 위협, 이성 관계에서의 기울어진 권력, 그로 인해 여성이 느끼는 좌절과 무력감 등 그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이슈들이 금색 공책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기시감이 느껴질 만큼 금색 공책이 환기하는 강렬한 현재성은, 도리스 레싱 탄생 100주년인 2019년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작가 도리스 레싱 소개

 

작가 도리스 레싱은 현대의 사상·제도·관습·이념 속에 담긴 편견과 위선을 냉철한 비판 정신과 지적인 문체로 파헤쳐 문명의 부조리성을 규명함으로써 사회성 짙은 작품세계를 보여준 영국의 여성 소설가이자 산문 작가이다.

 

본명은 도리스 메이 테일러(Doris May Tayler)이다. 1919년 페르시아(지금의 이란)에서 영국인 이민자 부모의 장녀로 태어났다. 1925년에 가족이 영국령 남로디지아(지금의 짐바브웨)로 이주해 농장을 운영하면서 식민지의 흑백 분리와 인종주의를 목격하며 유년기를 보냈다. 가족이 가톨릭 신자는 아니었으나, 레싱은 로마 가톨릭의 여학교를 다녔다. 쏠즈베리 여학교에서 수학했으나 열네살에 학교를 떠나 독학했고, 열다섯살에 집을 떠나 베이비시터, 전화교환원, 타이피스트 등으로 일했다. 이런 어렵고 고된 유년기에도 불구하고, 레싱의 작품에서 그려진 영국령 아프리카의 삶은 식민지 영국인의 메마른 삶과 원주민의 어려운 삶에 대한 연민으로 채워져 있다. 열네 살 이후부터 어떤 제도 교육도 거부한 독특한 이력은 기성의 가치 체계 비판이라는 그녀의 작가 정신과 태도의 일관성을 잘 보여준다.

 

영국인으로서 영국의 아프리카 식민지 로디지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녀는 특히 인종차별 문제, 여성의 권리 회복 문제, 이념 간의 갈등 문제 등에 깊이 천착했다. 그녀의 날카로운 정치 의식과 사회비판 의식은 전통과 권위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어리석음, 반가치 등의 집단 폭력으로부터 인간 개인의 개성적인 삶과 사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두번의 이혼을 겪고 1949년 런던으로 이주해 정착한 뒤 1950년 첫 장편소설 풀잎은 노래한다를 발표했다. 그후 폭력의 아이들’ 5부작(1952~69) 금색 공책(1962) 생존자의 회고록(1974) ‘아르고스의 카노푸스’ 5부작(1979~83) 등 굵직한 장편소설뿐 아니라 사랑하는 습관(1957) 한 남자와 두 여자(1963) 런던 스케치(1992) 등의 단편집, 희곡, 시집, 에세이, 자서전 등을 펴내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사회 참여도 활발하여 1952년 영국 공산당에 입당해 반핵 시위에 앞장섰고, 1956년 소련의 헝가리 침공을 비판하며 탈당한 뒤로도 남아프리카의 아파르트헤이트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반인종주의운동을 이어갔다.

 

그녀는 수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11번째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으며, 당시 88세로 역대 수상자 중 최고령의 기록을 세웠다. 이 외에도 써머싯몸상(1954), 메디치상(1976), 유럽 문학상(1981), 셰익스피어상(1982), W.H.스미스 문학상(1986), 제임스테이트블랙 기념상(1995), 데이비드코언 문학상(2001) 등 각종 문학상을 받았다.

 

그녀는 두 차례 결혼하고 두 차례 이혼했으며, 세 명의 자녀를 두었다. 찰스 위즈덤(Chales Wisdom)과의 첫 결혼 생활은 1939년부터 1943년까지 이어졌다. 후에 동독의 우간다 대사를 지내기도 한 고트프리트 레싱(Gottfried Lessing)과의 결혼 생활은 1945년부터 1949년까지 이어졌다. 1999년 영국 정부로부터 CH훈장을 받았으나 DBE 작위는 고사하였다. 20131117일 향년 94, 노환으로 별세했다.

 

인종주의, 반전(反戰), () 대결, 결혼제도와 모성 신화, 계급사회, 공산주의 대 자본주의 등 20세기 사회, 정치, 문화의 광범위하고 첨예한 주제들을 문학적으로 가장 잘 형상화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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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