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813)] 체스트넛 스트리트
메이브 빈치 저/정연희 역 | 문학동네 | 544쪽 | 16,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아일랜드의 국민작가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메이브 빈치의 소설 『체스트넛 스트리트』가 출간됐다. 더블린의 평범한 거리 체스트넛 스트리트에서 살아가는 친근한 이웃들의 삶을 그린 이 소설은 메이브 빈치가 수십 년에 걸쳐 써온 단편소설들을 모은 소설집이다.
메이브 빈치는 생전에 이 가상의 거리를 배경으로 한 단편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고 싶어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채 2012년 타계했고, 결국 2014년에 아동문학 작가인 남편 고든 스넬이 작가의 뜻을 이어받아 『체스트넛 스트리트』를 출간했다.
서른일곱 편의 단편이 실린 이 작품은 메이브 빈치의 트레이드마크인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유머, 지혜가 가득해서, 작가 특유의 소박하고 다정한 이야기를 사랑해온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그 온기를 마음껏 느낄 기회를 선사한다.
서른 채의 작은 집들이 모여 있는 말발굽 형태의 거리 체스트넛 스트리트. 거리 중앙에 마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작은 잔디밭이 있고 일 년에 한 번 축제를 열기도 하는 이 정겨운 거리의 이웃들은 저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끌어안은 채 살아간다.
18번지에 사는 십대 소녀 돌리는 언제나 완벽하고 우아한 어머니 때문에 평범한 자신의 모습이 더 비참해 보여 고민하고(「돌리의 어머니」), 미용사로 일하며 가족 전부를 부양하는 5번지의 릴리언은 돈을 아끼는 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짠돌이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릴리언의 머리카락」). 11번지에 살며 창문 청소부로 일하는 버킷 매과이어는 이웃 사람 모두가 문제아라고 하는 아들 에디를 언제나 감싸주기 바쁘고(「버킷 매과이어」), 22번지에 사는 미치와 필립 부부의 아들들은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오해를 하다가 뜻밖의 진실을 알게 된다(「목격」).
체스트넛 스트리트를 떠나 다른 도시에서 살지만 이곳과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들도 있다. 런던에서 멋진 언론인의 삶을 사는 샐리는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자 가장 친한 친구 애나가 있는 더블린으로 휴가를 와서 애나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고(「품위라는 선물」), 가족이 반대하는 남자의 아이를 홀로 키우며 살아가던 모린은 이십여 년이 지나 아들이 성인이 된 후에야 체스트넛 스트리트의 어머니 집을 찾아간다(「더블린에서 내린 결정」).
단편들의 시대적 배경은 195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시대가 아무리 빠르게 바뀌어도 하루하루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과 문제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세대가 다른 부모와 자식은 연애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맞지 않아 갈등하고, 자식들은 걱정이 너무 많은 부모 때문에, 부모들은 다 키워놨더니 자기들만 옳다고 생각하는 자식들 때문에 속을 끓인다. 몇십 년을 이어온 우정이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흔들리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 쓰라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나에게만 일어나는 거창한 비극이 아니라, 우리 누구나 살면서 시시때때로 겪을 수밖에 없는 이런저런 문제와 고민들은, 탁월한 스토리텔러 메이브 빈치의 손을 거쳐 흥미진진하고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탄생한다. 그리고 이 근사한 서른일곱 편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다보면, 소설 속 인물들이 어쩐지 익숙하고 친근하게 느껴져 그들에게 마법처럼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깜짝 선물 같은 해결책이 나타나기를 바라고 응원하게 된다.
작가 메이브 빈치 소개
아일랜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가이자 극작가, 칼럼니스트. 메이브 빈치의 작품은 위트 넘치는 이야기, 생생한 캐릭터, 인간 본성에 대한 관심과 애정, 독자의 허를 찌르는 결말 등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작품은 40여 개국에서 번역·출간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4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1940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아이리시 타임스]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다, 1982년 첫 소설 『페니 캔들을 밝혀라』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비와 별이 내리는 밤』 『올해는 다른 크리스마스』 『타라 로드』 『프랭키 돌보기』 등 발표하는 소설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큰 사랑을 받았다.
‘브리티시 북 어워드 평생공로상’ ‘아이리시 펜/A.T. 크로스 상’ ‘밥 휴즈 평생공로상’ ‘아이리시 북 어워드 평생공로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2012년 7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자, 당시 아일랜드 총리였던 엔다 케니는 “아일랜드의 보물이 떠났다”며 국민을 대표해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고, 아일랜드는 물론 영국,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아일랜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의 죽음”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메이브 빈치의 마지막 장편소설인 『그 겨울의 일주일』은 사후 출간되어 ‘아이리시 북 어워드’를 수상했다. 2014년에는 더블린의 평범한 거리를 배경으로 수십 년에 걸쳐 써온 단편소설을 묶은 『체스트넛 스트리트』가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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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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