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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931)] 사소한 그늘

[책을 읽읍시다 (1931)] 사소한 그늘

이혜경 저 | 민음사 | 324| 14,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혜경의 네 번째 장편소설 사소한 그늘. 사소한 그늘1970년대 가부장적인 아버지 아래 자란 세 자매의 이야기다. 다정하고 정밀한 시선으로 삶을 슬픔을 껴안는 소설가 이혜경은 사소한 그늘에서 차분한 서술과 유려한 이미지로 세 자매의 일상 속 희로애락을 그려 낸다. 

 

소설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세 자매의 비슷한 듯 다른 삶이다. 어려서부터 욕심 많고 똑똑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대학 진학에 실패한 첫째 경선은 성실하지만 가난한 남자와 결혼한다. 아득바득 돈을 모아 어떻게든 지민과 수민을 잘 기르는 것이 경선의 새로운 목표다. 철없지만 유쾌하고 낙천적인 둘째 영선은 결혼 생활에서 새로운 기쁨을 찾는다. 현실 감각은 떨어지지만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남편과의 일상이 마음에 든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던 막내 지선은 세 자매 중 유일하게 대학에 입학하지만 대학에서 만난 의대생 진오와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된다.

 

사소한 그늘은 세 자매의 삶을 통해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자라난 여성들이 마주했던 고민과 선택 들을 보여 준다. 당시 여성들의 삶에 놓였던 선택지는 무엇인지, 그 안에서 개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세 사람의 어린 시절부터 결혼 이후까지의 일상적 사건들을 통해 드러난다. 옛 골목, 낡은 집 한 켠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들은 슬프지만 유쾌하고, 친숙해서 애틋하다. 하지만 소설은 이들의 생애를 그리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지선은 자신의 삶에 드리운 그늘을 걷어 내기로 다짐한다. 원치 않는 결혼 생활을 계속하던 지선이 새로운 시작을 결심한 이유는 경선의 딸인 조카 수민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서다. 수민과 하룻밤을 보내면서, 지선은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진오의 모습이 수민의 기억 속에 먼지처럼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수민을 향한 경선의 체벌이, 자신에게 아버지의 폭력이 그랬듯 아이의 삶에 그늘을 드리울 수 있다는 것도 알아차린다.

 

경선, 영선, 지선 세 자매는 성격도 취향도 제각각이지만, 그 시절의 많은 여성들이 그랬던 것처럼 결국 결혼이라는 같은 선택지에 다다른다. 여성에게는 허용되지 않은 욕망을 저버리고 꿈을 포기한 채. 좌절과 순응을 배운 어린 시절은 세 사람에게 짙은 그늘로 남는다. 그 그늘은 폭력적인 아버지와 무력한 엄마에 대한 기억이고, 여성의 역할을 가정 안으로 제한하는 사회의 분위기이기도 하다. 폭력으로 얼룩진 가정에서 시작해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또 하나의 가정에 들어가는 것으로 이어지는 세 자매의 삶에 드리운 그늘은, 오랫동안 사소하게 여겨졌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다.

 

 

작가 이혜경 소개

 

1960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2년 [세계의문학]에 「우리들의 떨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 집 앞』, 『꽃그늘 아래』, 『틈새』, 『너 없는 그 자리』, 장편소설 『길 위의 집』, 『저녁이 깊다』, 『사소한 그늘』, 산문집 『그냥 걷다가, 문득』 등이 있다. 오늘의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이수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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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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