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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247)]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책을 읽읍시다 (2247)]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장강명 저 | 문학동네 | 404 | 17,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표백』 『한국이 싫어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재수사 등의 소설과 르포집 당선, 합격, 계급 등을 펴내며 우리 사회에 날카로운 화두를 던지고 동시대 독자들과 부지런히 호흡해온 작가 장강명의 신작 소설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이 출간되었다.

 

이 시대에 어떻게 질문하는지, 왜 질문하는지, 무엇을 염려하는지 확인하게 해준다는 심사평을 받은 심훈문학대상 수상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일본의 권위 있는 SF 문학상인 성운상 해외 단편부문 후보작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등 총 7편이 수록되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번 소설집의 장르를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SF’라고 명명한다. STS란 과학과 기술이 사회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탐구하는 학문 분야이다. 과학기술이 여러 영역에서 우리 사회에 실존적 위기를 일으키고 있으므로 문학이 여기에 대응해야 하며,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별 소책자 코멘터리 북에 수록된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이자 STS의 권위자 홍성욱과의 대담에서 SF 사회에 대한 사고실험이라고도 설명한바, 작가의 그러한 사유가 편편이 녹아 있는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은 급변하는 우리 사회를 한층 깊어진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함으로써 이 열띤 사고실험에 동참시킨다.

 

표제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STS SF’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단편이다. 눈앞의 풍경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편집해서 보여주는 증강현실 기술 옵터가 상용화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증강현실 규제법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바다 위의 크루즈선에서 생활하며 본인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통솔하는 가상현실에 안주하려는 옵터 중독자”(9)들의 모습을 그린다. 우리가 발 딛고 선 사회가 진짜인지, 진짜보다 진짜 같은 거짓은 아닌지를 생각하게 하는 문제작으로, 눈앞의 풍경이 순식간에 편집되는 기이한 모습과 가상현실에 발을 걸치고 있는 인물들의 서늘한 대화 장면을 통해 근미래의 황량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이 가상현실로 도피한 이들의 심리를 다룬다면, 당신은 뜨거운 별에는 인간이 살아가기에는 척박한 섭씨 400도의 행성 금성에서 고군분투하는 과학자 수정의 몸에 초점을 맞춘다. 거대 자본을 거느린 어느 탄산음료 회사가 우주로 파견한 과학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사람의 몸과 머리를 분리하는 생체 기술을 개발하고, 수정은 몸을 지구의 냉동 시설에 맡긴 채 머리만 금성으로 보내진다. 금성을 탐사하던 수정은 어느 날 과학자들의 몸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회사의 비윤리적인 비밀을 알게 되고 탈주를 계획한다. 소설은 효율성이 극대화된 과학기술의 어두운 면을 한 편의 블랙 코미디로 펼치면서 몸의 소유권을 침탈당한 여성의 울분을 생동감 있게 전한다.

 

한편, 나치 전범 아이히만이 등장하는 대체 역사소설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은 타인의 기억을 주입받을 수 있는 체험 기계가 발명됨에 따라 발생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그린다. 유대인위원회는 아이히만을 체험 기계에 넣어 그가 아우슈비츠 생존자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겪고 반성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그 자리에 기자단을 초청한다. 소설은 유대인 공동체와 과학계, 그리고 각국의 기자들의 반응을 다각도로 묘사하면서 타인의 입장이 되어본다라는 도덕적 황금률의 허점이 무엇인지를 사유하게 한다.

 

지극히 사소한 초능력(2019)에 수록되었던 네 편의 중단편을 STS의 시선에서 다시 다듬은 뒤 세 편의 신작과 함께 선보이는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은 새롭게 읽히고 더욱 뜨겁게 논의될 만한 하나의 화두이다. 작가의 전매특허인 흥미진진한 설정과 몰입도 높은 플롯, 생생한 장면 묘사 또한 이야기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작가 장강명 소개

 

연세대 공대 졸업 뒤 건설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동아일보에 입사해 11년 동안 사회부, 정치부, 산업부 기자로 일했다. 기자로 일하면서 이달의기자상, 관훈언론상, 씨티대한민국언론인상 대상 등을 받았다.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장편소설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수림문학상, 장편소설 댓글부대로 제주4·3평화문학상과 오늘의작가상,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문학동네작가상, 단편 알바생 자르기로 젊은작가상, 단편 현수동 빵집 삼국지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그 외 장편소설 한국이 싫어서, 우리의 소원은 전쟁, 호모도미난스, 소설집 뤼미에르 피플, 산 자들, 논픽션 당선, 합격, 계급, 팔과 다리의 가격, SF소설집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에세이 5년 만에 신혼여행, , 이게 뭐라고를 썼다. 앤솔러지 놀이터는 24 일은 놀이처럼, 놀이는……」을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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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