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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256)] 탱크

[책을 읽읍시다 (2256)] 탱크

김희재 저 | 한겨레출판 | 280 | 15,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10여 년간 믹싱 엔지니어로서 다양한 영화와 음반에 소리를 입히고 세공해온 작가의 이력은 탱크의 이야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탱크에는 탱크를 믿는 사람, 탱크를 믿는 애인을 둔 사람, 탱크를 세운 사람, 탱크에서 누군가를 잃은 사람이 등장하고, 작가의 세밀하고 감각적인 시선은 그들의 동선을 빈틈없이 쫓는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사건의 전말과 입체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장면 전환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소설은 총 4부에 걸쳐 그날 탱크의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1부는 각각의 사연으로 탱크에 모인 인물의 이야기다. 

 

망받는 시나리오 작가였지만 긴 슬럼프와 이혼 후의 삶에 부침을 느낀 도선 가장 간절할 때, 가장 믿고 싶은 형태로 찾아온 탱크에 매료되고, 어김없이 탱크를 찾은 그날 거세게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맞닥뜨린다. 평범한 공장 노동자인 양우는 채팅앱에서 만난 둡둡과 연인이 된다. 그러던 중 양우는 큰 다툼 이후 말없이 사라진 둡둡에게서 한 통의 메시지를 받고 급히 탱크를 방문한다.

 

최초의 탱크 설립자 루벤에게 사사 받아 탱크의 시대를 창립한 황영경과 그녀의 이부자매이자 예약 관리자 손부경 역시 큰불이 탱크를 덮치기 일보 직전이라는 소식을 듣고 탱크로 향한다.

 

2부는 그날의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마침내 탱크에 도착한 양우는 창백하게 죽은 한 남자를 목격하고, 뒤이어 온 도선은 시신을 끌어안고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는 양우를 구하러 탱크에 뛰어든다. ‘사건 이후 설립자 황영경이 구속되며 세간엔 소원을 이뤄주는 컨테이너에 관한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도선은 힘없이 늘어진 손과 발, 거친 울음소리, 분명 아는 얼굴이었던 한 남자의 꿈을 반복해서 꾼다.

 

2부에서는 둡둡의 아빠 강규산의 이야기도 조명되는데, 자식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강규산은 끝내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과 마주하게 된다.

 

3부는 둡둡의 죽음 뒤 남겨진 사람들과 새로운 탱크의 이야기다. 도선은 누구보다 미래 희망을 믿던 둡둡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밝히기 위해 그의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하고, 양우는 우연히 도선이 쓴 시나리오를 읽고 그녀를 만나기로 마음먹는다.

 

손부경은 황영경을 대신해 탱크가 있던 마을 이장에게 전소된 탱크의 처분을 부탁하고, 이장은 체념한 듯한 손부경을 향해 쌔 거 들어오면 그때 또 봐라는 말을 전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걸까.

 

4부는 탱크의 바깥에서 다가올 미래, 어쩌면 둡둡이 기도하던 가장 밝은 미래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새로운 탱크의 소식을 듣고 자신은 황영경과 믿음의 동행이 될 수 없음을 깨달은 손부경은 라이터를 챙겨 집을 나서고, 둡둡의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신성한 구역을 다시 찾은 도선은 또 한 번의 화재를 목격한다.

 

새로운 탱크가 불탔음에도 탱크는 이내 이곳저곳에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하고, 양우는 둡둡을 떠나보내기 위해 도선이 건넨 시나리오의 마지막 장을 펼친다.

 

 229편의 경쟁작을 뚫고 당선된 탱크는 심사위원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선정되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드라마의음향기술자이자 별도의 창작 지도를 받아본 적 없는 작가는 첫 장편소설로 이번 한겨레문학상을 거머쥐었다.

 

제목 탱크는 밀폐저장형 구조물의 의미로, 찾는 이 없고 소슬한 마을 야산에 덩그러니 놓인 텅 빈 컨테이너를 가리킨다. ‘믿고 기도하여 결국 가장 좋은 것이 내게 온다라는 기적의 체험을 위해 마련된 5평 남짓의 기도실. 그러던 어느 날 탱크로 가는 임도 입구 신성한 구역 근처에서 큰 산불이 발생하고, 화마에 휩싸인 탱크 안에서 한 남자가 죽는다.

 

탱크는 교주도 교리도 없이 오직 공간만 존재하는 자율적 기도 시스템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사회에 대한 믿음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진 시대, 자기성찰에 중독된 시대의 병통과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애써야 하는 개인의 안간힘을 담아냈다.

 

 

작가 김희재 소개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서울에서 음악을 녹음하고 믹스하는 일을 하며 산다. 산책과 걸으면서 보고 듣고 상상한 것들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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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