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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376)] 천사가 날 대신해

[책을 읽읍시다 (2376)] 천사가 날 대신해

김명순, 박민정 저 | 작가정신 | 344| 17,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이 데뷔한 지 한 세기가 지났다. ‘소설, 잇다는 이 시점에서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백 년 시공을 뛰어넘는 만남을 통해 한국문학의 또 다른 근원과 현재를 보여주고자 기획되었다. 그 다섯 번째 책으로, 근대 여성 문학의 맨 앞에 놓이는 이름 김명순과 한국 사회의 혐오와 폭력의 역사를 써온 박민정의 작품을 담은 천사가 날 대신해가 출간되었다. ‘소설, 잇다는 박화성과 박서련, 강경애와 한유주, 나혜석과 백수린의 소설들을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 최초로 현상문예에 당선된 여성 소설가 김명순은 시인이자 기자, 평론가, 번역가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한 작가였다. 그러나 세상은 첩의 딸이라는 출신 배경을 문제 삼으며 나쁜 피가 흐르는 부정한 여성으로 규정하려 했고, 남성이 주류인 문단에서 그의 행보는 학대에 가까운 비난과 공격을 받았다. 봉건적인 가부장제에 대한 환멸은 김명순의 삶과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사랑과 자유에 기반한 연애를 갈망했으며 대등하고 주체적인 관계만이 올바르다고 생각했다.

 

한국 사회의 청년 세대와 여성들이 놓인 정치, 젠더, 경제, 역사적 조건을 꾸준하게 탐구해온 소설가”(인아영 평론가)라는 평가를 받은 박민정은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우수상 등을 받으며 그 문학적 성취를 꾸준히 인정받아 온 작가다.

 

첫 소설집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에서 IMF 이후 세대 간의 갈등을 그렸던 그는 항공사 승무원의 죽음을 통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를 고발하고(미스 플라이트), 일상 곳곳에 자리 한 성폭력과 성차별의 문제를 치밀한 사유와 입체적 서사로 그려왔다.(바비의 분위기)

 

천사가 날 대신해에는 김명순의 데뷔작 의심의 소녀(1917)와 중편 돌아다볼 때(1924), 외로운 사람들(1924)이 수록되어 있다. 세 편의 소설은 결혼과 연애, 신여성의 삶, 자전적 글쓰기로 대표되는 김명순 작품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마을에 홀연히 나타난 아리따운 소녀를 둘러싼 추측과 소문을 통해 학대받는 여성의 삶을 묘사하고,(의심의 소녀) 기생 출신 소실의 딸을 주인공으로 하여 가부장제의 모순을 고발하기도 하며,(돌아다볼 때) 최씨 가문 네 남매의 삶을 중심으로 사랑과 이상의 관계를 묻기도 한다.(외로운 사람들)

 

박민정의 소설 천사가 날 대신해는 식민지 조선 사회에서 여성에게 가해진 혐오를 현대의 시각에서 보다 복잡하고 교묘해진 양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김명순에게 절대적인 외로움으로 표출되었던 그것은 박민정에게는 공포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천사가 날 대신해에서 는 오랜 동창생 세윤의 죽음을 마주하고 큰 혼란에 빠진다. 전남편과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려 했던 세윤이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세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무엇인지. 그러나 소설은 죽음에 관한 진실을 규명하는 이야기에서는 비켜서 있으며, 그 죽음의 원인이 되는 우리의 현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섬세하고 집요한 의심 속에서 살펴본다. (박인성 평론가)

 

박민정 작가는 이번 작업의 소회를 담은 에세이에서 “‘의심의 아이불쌍한 아이로 귀결되기까지의 이야기의심의 소녀를 의식해 작품을 썼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써온 자신의 소설들에 등장하는 아이 역시 바로 이 의심의 소녀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면서. 더불어서, 김명순의 자전적 글쓰기는 그에게 가하는 세상의 오해와 모욕을 드러내기 위한 서술 전략이었음을 짚어내며 그의 철저한 작가정신을 기리고 있다.

 

작가 김명순 소개

 

소설가, 시인, 언론인, 영화배우, 연극배우. 1917년 잡지 [청춘]의 현상소설 모집에 단편소설 의심의 소녀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1919년에는 일본 유학길에 올랐으며 도쿄에 체류 중인 소설가 전영택의 소개로 당시 일본에 유학 중인 문학가들이 창간한 종합문예 동인지 [창조]의 동인으로도 참여했다. 1925년에는 한국 여성 시인 최초로 시집 생명의 과실果實을 간행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평론가, 극작가, 기자, 배우로 활동을 하며 5개 국어를 능통한 번역가였다. 영국 작가 애드거 앨런 포의 상봉,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과 게르하르트 하웁트만의 외로운 사람들을 최초로 번역했다.

 

그 외에도 단편소설 처녀의 가는 길(1920), 칠면조七面鳥(1921), 외로운 사람들(1924), 탄실이와 주영이(1924), 돌아다볼 때(1924), 꿈 묻는 날 밤(1925), 손님(1926), 나는 사랑한다(1926), 모르는 사람같이(1929) 등과 시 동경(1922), 옛날의 노래여(1922), 거룩한 노래」 「시로 쓴 반생기(1938), 시집 애인의 선물(1928) 등의 작품을 남겼다. 2000년까지 밝혀진 김명순의 작품은 시 86(번역시 포함), 소설 22(번역소설 포함), 수필·평론 20, 희곡 3편 등이다.

 

작가 박민정 소개

 

1985년 서울 출생. 중앙대 문창과와 동 대학원 문화연구학과 졸업. 2009[작가세계] 신인상에 단편 소설 생시몽 백작의 사생활이 당선되어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 아내들의 학교, 장편소설 미스 플라이트』 『서독 이모가 있다. 2015년 김준성문학상, 문지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8세실, 주희로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2019년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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