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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381)] 먼고 해밀턴

[책을 읽읍시다 (2381)] 먼고 해밀턴

더글러스 스튜어트 저/구원 역 | 코호북스 | 500| 18,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데뷔작 셔기 베인으로 부커상을 수상한 천재적인 소설가 더글러스 스튜어트가 1990년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로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부재한 모정과 끝없는 가난, 그리고 참혹한 편견 속에서 열다섯 살 먼고 해밀턴은 우연히 제임스 제이미슨이라는 소년을 만난다. 종교와 남성성을 무기로 폭력을 일삼던 그 시절, 심지어 다른 신앙을 가진 제임스와 사랑에 빠진 이후로 먼고의 삶에 더욱 큰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먼고 해밀턴은 먼고가 어머니 모모의 강요로 갤러게이트와 세인트 크리스토퍼라는 남자들과 낚시를 떠나며 시작된다. 모모는 엄마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무언가 부족한 여성이었다. 술을 달고 사는 것도 문제였지만 남자에게 빠져 삼남매를 놔두고 집을 비울 때가 부지기수였다.

 

알코올중독자 자조모임에서 처음 만난 두 남성에게 먼고를 맡긴 일도 그랬다. 남자들이 먼고가 혹여 달아날까 집 가까운 곳에서 몰아붙이지 않는다는 것도, 먼고의 양쪽 옆구리가 보랏빛처럼 멍들었다는 것도 모모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아니, ‘그날이후로 막내아들 먼고를 남자답게만드는 방법은 이것이라 굳게 믿는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며 낚싯터인 호수로 가는 길. 먼고는 두 남자를 틈틈이 관찰한다.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갤러게이트는 뜨개바늘로 피부에 여자와 갱단의 이름을 잔뜩 새겨 넣었고, 세인트 크리스토퍼는 앙상한 몸에 퀴퀴하고 낡은 양복을 꿰입었으며 오십 대나 육십 대로 보였다. 익명 뒤에 숨은 두 남자는 비밀스러운 신호를 주고받는다. 세인트 크리스토퍼는 돌연 손을 뻗어 먼고의 손목을 거머쥐는가 하면, 갤러게이트는 먼고의 점퍼를 불쑥 들추더니 몸에 난 상처를 굳이 눌러본다.

 

호숫가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물론 갤러게이트와 세인트 크리스토퍼가 문제였다. 버스를 기다리다 술에 거나하게 취하고, 차 한 대 다니지 않는 시골길에 먼고 혼자 히치하이킹을 시키고 자신들은 술을 마신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호숫가는 더없이 섬세한 보랏빛과 살굿빛으로 지평선을 물들이고 있었다. 먼고는 좀 더 일찍 호수에 도착하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였다. 텐트 두 개를 굳이 떨어뜨려 설치하는 갤러게이트의 별 보고 싶지 않니?”라는 제안으로 먼고의 악몽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더글러스 스튜어트는 먼고 해밀턴에서 황량하다 못해 으스스하기까지 한 도시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소년 먼고를 데려다놓는다. 범상치 않은 등장인물들과 도발적인 전개, 섬세하고 날카로운 문체로 십 대 소년의 과도기, 급증하는 실업률로 암울했던 시대 풍경, 그리고 당시 퀴어에게 가해진 무자비한 폭격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작가 더글러스 스튜어트 소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영국 왕립 예술학교를 졸업한 뒤 뉴욕시로 이주해 패션 디자이너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캘빈 클라인, 랄프 로렌, 바나나 리퍼블릭 등 브랜드에서 20년 가까이 일했다. 알코올중독을 앓은 어머니를 보살피며 자란 경험을 바탕으로 쓴 데뷔작 셔기 베인으로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셔기 베인2020년 부커상, 브리티시 북어워드 올해의 책을 포함해 수많은 권위 있는 상을 휩쓸고 1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2022년 출간한 먼고 해밀턴으로 뛰어난 작품성과 대중성을 다시 한번 검증 받았다. 현재 뉴욕과 글래스고를 오가며 새로운 작품을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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