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388)] 마녀와의 7일
히가시노 게이고 저/양윤옥 역 | 현대문학 | 460쪽 | 18,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출간 도서 누적 판매 2억 부에 달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현존하는 일본 추리소설계 최고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마녀와의 7일』. 『마녀와의 7일』은 히가시노가 2015년 자신의 작가 생활 30주년 기념작으로 발표한 『라플라스의 마녀』와 2018년 프리퀄에 해당하는 『마력의 태동』에 이어 5년 만에 선보이는 〈라플라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전직 형사가 살해되었다. 피살된 쓰키자와 가쓰시는 ‘미아타리 형사’라는 경찰 특수 분야 전문가. 사진 한 장만으로 지명수배자의 인생을 유추해내는, 인간의 타고난 감각을 최대치로 연마한 인물이다. 쓰키자와 가쓰시가 실종되던 그 시각, 그의 아들 리쿠마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라플라스의 마녀’ 우하라 마도카와 마주친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로 집에 갈 걱정을 하는 리쿠마에게 마도카는 ‘이때 도서관을 나서라’ 하며 정확한 시간을 일러준다. 이는 예언에 가까울 정도로 정확했는데…….
한편 경찰은 범행 현장을 찾고자 수색을 강화하지만 이렇다 할 단서를 잡지 못하고, 탐문수사팀의 젊은 형사 와키사카는 윗선의 외압에도 불구하고 단독 수사를 감행해나간다. 경찰의 수사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범행 장소와 시각을 정확히 추리해낸 마도카. 이렇게 마도카와 다시 만나게 된 라쿠마는 신비의 여성 마도카와 순수한 우정으로 티격태격하는 친구 준야와 함께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해 나선다. 거대한 어둠에 맞서 홀로 진실을 추적해가는 와키사카 형사, 그리고 독자적인 추리를 거듭해가는 마도카와 리쿠마. 과연 이들이 가닿게 되는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마녀와의 7일』은 수수께끼 같은 마도카에 이끌려 아버지의 죽음을 쫓는 소년의 ‘모험’과 진실을 파헤치는 형사 와키사카의 ‘추적’, 크게 두 가지 이야기를 축으로 전개된다. 각각의 인물은 단독 주인공으로 삼아도 충분할 만큼 생동감과 매력이 넘치고, 감춰진 진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수록 읽는 쾌감은 상승한다. 무엇보다 생생한 현장감과 사건 위주의 빠른 전개는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속도감 넘치는 문장과 만나 폭발적 시너지를 이끌어낸다.
작품의 배경은 AI 기술이 사회 전반에 깊숙이 스며든 가까운 미래의 일본. 방대한 데이터를 집어삼킨 AI는 인류에게 부와 여유를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혼란과 불안을 불러왔다. 지명수배자를 귀신 같이 찾아내는 경찰은 이제 사방에 설치된 CCTV에 그 자리를 내주었고, 온갖 감시시스템은 전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했으며, 개인의 삶은 파편화되었다.
희망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AI라는 대전환의 시기에 『마녀와의 7일』은 “AI와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문학적 시도”로서도 읽힌다. AI로 대체된 일자리 문제며, 개인의 모든 신상이 기록된 ID카드, 전 국민의 DNA 수집, 안면인식시스템 등 현대 사회의 굵직한 이슈들을 아우르며 AI 시대 인간 존엄의 문제까지 파고든다. 이를 통해 과연 ‘인간됨’이란 무엇인지, 무엇이 인간 개개인을 고유하게 만드는지 고찰하고 생각하게 한다.
한편,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온몸이 땀범벅이 되도록 발로 뛰어다니며 사건을 쫓는 주인공들의 묘사다. 이들의 모습은 AI로 상징되는 최첨단 디지털 시대와 대조될 만큼 ‘아날로그’하다.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는 풋풋한 힘”에서 작가는 “인간 실존을 위협하기에 이른 인공지능 시대, 이를 악용하려는 ‘인간성을 잃은 인간’에 대항하는 방법”을 찾고자 했을 수도 있다. 7월 한여름 땡볕의 7일간이라는 작품의 시간적 배경이 암시해주는 바가 큰 이유다.
『마녀와의 7일』은 AI의 감시 체제가 강화된 가까운 미래를 무대로 ‘라플라스의 마녀’ 마도카와 함께 아버지의 죽음을 좇는 소년의 모험과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형사의 활약상을 담은 작품이다. 그간 이과적 상상력을 가미한 SF에서부터 과학, 미스터리, 범죄 심리, 판타지 등 다양한 요소를 저글링하며 작품을 빚어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는 ‘AI’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며 한층 거대하면서도 현실에 밀착된 시의성 있는 이야기를 선보인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소개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추리소설 분야에서 특히 인정받고 있는 그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변주하는 능력을 가진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그의 작품은 치밀한 구성과 대담한 상상력,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로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 독자를 잠시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주요 작품으로는 『방황하는 칼날』, 『흑소소설』, 『독소소설』, 『괴소소설』, 『레몬』, 『환야』, 『11문자 살인사건』, 『게임의 이름은 유괴』, 『호숫가 살인사건』, 『브루투스의 심장』, 『한여름의 방정식』, 『몽환화』, 『그 무렵 누군가』, 『가면 산장 살인 사건』, 『인어가 잠든 집』, 『살인의 문』, 『백야행』, 『기린의 날개』, 『한여름의 방정식』, 『신참자』, 『탐정 갈릴레오』, 『예지몽』, 『다잉 아이』,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학생가의 살인』, 『오사카 소년 탐정단』, 『천공의 벌』, 『붉은 손가락』 등이 있다. 『방과 후』, 『쿄코의 꿈』, 『거울의 안』, 『기묘한 이야기』, 『숙명』, 『백야행』, 『갈릴레오』등 지금까지 20편이 넘는 작품들이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며 『비밀』, 『변신』, 『편지』,『용의자 X의 헌신』, 『더 시크릿』등 10여편이 영화로 제작되는 등,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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