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427)] 시지프 신화 부조리에 관한 시론
알베르 까뮈 저/이가림 역 | 문예출판사 | 208쪽 | 11,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시지프 신화』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황량한 폐허 가운데서 인간 정신의 위기를 간파하고 부조리와 반항의 사상을 제시한 작가, 알베르 카뮈의 문학에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철학 에세이로 소설 『이방인』, 희곡 『칼리굴라』와 함께 카뮈의 ‘부조리 3부작’을 이룬다.
카뮈는 서문에서 “이 책에서 다루려는 내용은 부조리의 감수성에 관한 것이지, 엄밀히 말해서 우리 시대가 알지 못하는 부조리한 철학에 관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이 책은 어떠한 형이상학적 주장이나 결론을 제시하는 철학서라기보다는 부조리를 묘사하고, 부조리를 마주한 인간이 이 부조리한 세계를 살아가는 방식에 일종의 지침을 제시한다. 그러한 점에서 『시지프 신화』는 에세이로 명명되는데, 카뮈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사유를 유리알처럼 투명한 의식의 굴절에 따라 전개해나가며 독자를 명징한 결론으로 이끈다.
이 에세이는 〈부조리한 논증〉, 〈부조리한 인간〉, 〈부조리한 창조〉 그리고 〈시지프 신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부조리한 논증〉은 부조리한 삶에서 자살을 선택해야 하는가의 문제와 자살에 이르게 하는 삶의 부조리에 관해 다룬다. 카뮈는 ‘삶의 의미와 자살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절실한 질문’이라며 부조리와 자살의 관계를 분명히 밝힌다. 그는 “집요함과 통찰력”을 가지고 그 삭막함과 비참함을 견뎌 내면서 “부조리와 희망, 죽음이 대사를 주고받는” 삶이라는 “비인간적인 연극”을 기꺼이 탐구하고자 한다. 그는 탁월한 인내심과 통찰력을 통해 마침내 부조리에서 ‘반항’, ‘자유’, ‘열정’이라는 세 개의 결론을 이끌어낸다. 이 세 결론을 통해 카뮈는 죽음을 삶의 규칙으로 바꿔놓는다.
2부 〈부조리한 인간〉에서 1부에서 전개한 논리적 이론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한다. 카뮈는 부조리한 인간들의 사례를 제시하는데 그들은 본받을 만한 모범은 아니지만 부조리한 삶의 가능성을 남김없이 소진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사람들이다. 돈 후안주의자들, 연극배우, 정복자들은 자유롭게 다양한 경험을 추구함으로써 최대한으로 살며, 부조리한 운명에 맞서지만 ‘명철한 의식’으로 인간의 모순적인 조건을 확인한다.
3부 〈부조리한 창조〉에서는 가장 부조리한 인간인 ‘창조자’로서 예술가의 창작에 대해 다룬다. 카뮈는 삶의 부조리성을 알아내는 것이 우리를 삶 속에 열광적으로 뛰어들게 하는 것처럼 부조리의 추론을 통해 소설의 창작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 4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시지프 신화〉에서는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 이야기를 통해 부조리한 삶을 대하는 지혜를 제시한다. 카뮈는 시지프를 ‘가장 전형적인 부조리한 영웅’으로 칭하면서 그를 통해 이 책의 서두에서 던진 근본적인 질문, 삶의 의미와 더불어 부조리를 마주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풍부한 상상력과 섬세한 감수성, 유리알처럼 투명한 의식의 굴절에 따라 발전해가는 카뮈적 사고의 출발점이며 그의 사상이 가장 잘 발현된 작품이다. 현대 사상의 흐름에서 거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의 시점이 되는 부조리라는 주제를 하나의 필터로 삼아, 일상성 속에 마모되어가는 나날의 삶과 ‘나’의 밖에 놓여 있을 뿐인 세계의 낯섦을 카뮈는 매우 아름답고 열정적인 문체로 추적한다.
“나의 삶, 나의 반항, 나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느끼는 것, 이것이 최대한으로 사는 것이다”라고 카뮈는 부르짖는다. 기어이 다시 굴러떨어지고 마는 바위를 산꼭대기로 끊임없이 밀어 올려야 하는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 그의 모습은 허망하고 쓸데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자신이 배당받은 삶을 퍼 올리는 인간 운명의 상징이며, 늘 깨어 있는 의식 안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작가 알베르 까뮈 소개
그 모든 것에 항거하며 인간의 부조리와 자유로운 인생을 깊이 고민한 작가이자 철학자. 1913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몽드비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알사스 출신의 농업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1차 세계대전 중 전사하고, 청각 장애인 어머니와 할머니와 함께 가난 속에서 자란 카뮈는 유년 시절의 기억과 가난, 알제리의 빛나는 자연과 알제 서민가의 일상은 카뮈 작품의 뿌리에 내밀하게 엉기어 있다. 구역의 공립 학교에서 L. 제르맹이라는 훌륭한 스승을 만났다. “나는 자유를 빈곤 속에서 배웠다.”라고 하기도 했는데, 알제리에서 보낸 유년기는 그가 작가적 양분을 공급받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의 도움으로 장학금을 받고 1923년 프랑스 중등학교 리세에 입학했고, 이후 알제리 대학에 입학했으나 1930년 폐결핵으로 자퇴를 했다. 결핵 발병으로 누구보다 좋아했던 축구를 포기했다.
바칼로레아 준비반에서 철학 교수이자 에세이스트인 장 그르니에를 만나 큰 영향을 받고, 이후 평생 그와 교류를 이어갔다. 어렵게 대학에 진학해 고학으로 다니던 알제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해 철학을 전공하는 동시에 정치 활동과 연극 활동에 집중했다. 1932년 장 그르니에가 주도한 조그만 월간 문예지 [쉬드]를 통해 처음으로 첫 에세이 『새로운 베를렌』을 발표했다.
1937년 첫 산문집 『안과 겉』을 발표하고, 이듬해부터 [알제 레퓌블리켕]의 기자로 활동하다가 1940년에 파리로 활동 무대를 옮겨 [파리수아르]의 기자가 된다. 독일에 점령당한 파리에서 검열을 피해 지방으로 옮긴 [파리수아르]를 따라 이동하는 동안에도 집필 활동에 매진한다. 초기의 작품 『표리(表裏)』(1937), 『결혼』(1938)은 아름다운 산문으로, 그의 시인적 자질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1942년 7월, 자신의 첫 소설이자 대표작이 되는 문제작 『이방인』을 발표하면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이즈음 레지스탕스에 가담하여 프랑스 해방 운동에 참여한 카뮈는 철학 에세이 『시시포스 신화』(1943), 희곡 작품 「오해」(1944) 등 다양한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저항운동에 참가하여 레지스탕스 조직의 기관지였다가 후에 일간지가 된 [콩바]의 편집장으로서, 모든 정치 활동은 확고한 도덕적 기반을 가져야 한다는 신념에 바탕을 둔 좌파적 입장을 견지했다. 또 집단적 폭력의 공포와 악성, 부조리함을 알레고리를 통해 형상화한 소설 『페스트』로 문학계의 대반향을 일으켰고 1951년에는 마르크시즘과 니힐리즘에 반대하며 제3의 부정정신을 옹호하는 평론 『반항적 인간』을 발표하여 지성계에 큰 논쟁을 촉발한 사르트르와 격렬한 논쟁을 벌이다가 10년 가까운 우정에 금이 가기도 했다. 하지만, 1956년 『전락』을 발표하면서 사르트르에게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1947년 출간된 『페스트』는 그 해의 비평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이 작품에서 페스트는 모든 자유가 제한되는 상황 즉 감옥 속의 인간을 상징한다. 카뮈는 주인공인 의사 리외와 그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모순에 찬 삶 평온한 삶 위에 덮친 모순과 허망, 즉 부조리 속에서 그 상황을 직시하고, 낙관적 기대 없이 묵묵히 그 허망과 맞서서 대결하는 인간상을 그렸다.
이런 다양한 작품들 중에서, 알베르 카뮈가 생전에 가장 아꼈던 책은 『반항하는 인간』이라고 한다. 카뮈의 철학적·윤리적·정치적 성찰을 담은 글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반항하는 인간』은 『시지프의 신화』와 함께 카뮈의 대표적인 시론(試論)이다. 1951년 출간 당시 프랑스 지성계를 들끓게 했던 이 책에서 카뮈는, 폭력과 테러를 역사적·철학적·정치적 맥락에서 살피며, 테러와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성찰한다.
이 외에도 『여름』, 『유배지와 왕국』, 『행복한 죽음』, 『정의의 사람들ㆍ계엄령』, 『결혼, 여름』, 『태양의 후예』, 『젊은 시절의 글』, 『스웨덴 연설ㆍ문학 비평』, 『최초의 인간』, 『여행일기』, 『단두대에 대한 성찰ㆍ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전락·추방과 왕국』, 『안과 겉』 등의 작품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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