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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428)]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

[책을 읽읍시다 (2428)]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 저/최진희 역 | 문학동네 | 364| 15,5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러시아 사회와 인간 문명에 대한 독특한 시각이 돋보이는 탁월한 중단편을 선보여 러시아문학의 마지막 클래식이란 찬사를 받은 이반 부닌(1870~1953)1933년 러시아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다.

 

부닌은 인간 문명 자체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 각지를 여행했을 뿐만 아니라 불교, 이슬람교, 도교, 유대교 같은 다양한 종교 및 사상을 접했고 특히 불교에 경도되어 철학적 사색에 빠져들었다.

 

그럼으로써 인간의 본질, 삶과 죽음에 관한 의문을 풀고자 했던 그의 풍부한 경험과 폭넓은 관심사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 「창의 꿈등에 두루 반영되어 있다.

 

활동 초기에는 모더니즘 작가들과 협력하다 견해 차이로 결별하고 사실주의 그룹에 가담하기도 했지만, 이후 부닌은 평생 어떤 문학 유파에도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인 창작세계를 펼쳐나갔다.

 

생전에 국제적인 명성을 떨쳤으나 망명 작가라는 이유로 정작 러시아에서는 한동안 부닌의 작품 출판이 금지되었고 이름을 언급하는 것마저 금기시되었다. 그러다가 개혁·개방 이후 부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져 작품이 다수 출간되면서, 오늘날까지 러시아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그 인지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인물을 둘러싼 세계의 미묘한 움직임, 빛깔과 소리와 냄새를 예리하게 포착해 독자로 하여금 오감으로 느끼며 읽는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는 부닌. 그의 문체는 자연 풍경과 인물 심리를 다소 긴 호흡의 감각적인 언어로 묘사해 시적이고 우수어린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가령, 러시아 농촌의 풍경이 선명히 펼쳐지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이 담긴 수호돌」 「미탸의 사랑에서 그런 특징이 두드러진다.

 

시간과 공간의 연속성과 인과관계에 따라 사건이 전개되는 전통적인 소설과는 달리, 암시와 상징을 통한 내적 인과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인의 소설을 선보였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특히 옐라긴 소위 사건같은 작품을 읽다보면 그가 하나씩 던져놓은 퍼즐을 맞춰가며 이야기의 전모를 차츰차츰 파악해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부닌은 불가해한 인간의 내면과 삶을 반영한, 인과성과 개연성이 미약한 파편적인 구성으로 실험적이고 모더니즘적인 소설을 시도했다고도 할 수 있다.

 

망명 이전에는 자연과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무력감, 공허한 욕망 등을 다루며 현대 문명에 대한 성찰과 비판적 시선이 담긴 작품을 선보이던 부닌은 망명 이후로는 사랑을 핵심적인 테마로 삼았다.

 

19세기 러시아문학에서 육욕을 배제한 정신적인 사랑을 주로 다루고 여성을 모성애 혹은 희생의 측면에서 묘사한 것과는 달리, 부닌은 섹슈얼리티와 사랑을 과감히 다뤘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치명적 매력의 소녀를 둘러싼 비극을 그린 가벼운 숨결, 우연히 만난 여인을 향한 욕정과 사랑을 그린 일사병이 그 대표적인 작품으로, 짧은 이야기임에도 사랑의 신비, 사랑이 초래하는 환희와 고통을 호소력 있게 표현해 긴 여운을 남긴다.

 

작가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 소개

 

1870년 러시아 중부 돈 강 유역에 있는 보로네쥬 시에서 영락한 귀족 집안의 셋째로 태어났다. 1874, 오룔 지방의 옐레츠로 이주하여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골의 자연 속에서 유년기와 성장기를 보냈다. 뛰어난 서정시로 문단에 데뷔하였고, 1901년 시집 낙엽으로 푸슈킨 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서 위치를 확고히 했다. 그후 점차 소설 창작에 몰두하여 1900년에 발표한 단편 안토노프의 사과를 비롯해 농촌, 마른 골짜기,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등의 소설들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1917년 볼셰비키혁명으로 제정 러시아가 붕괴되면서 사회주의 혁명을 온몸으로 거부하며 1918년 모스크바를 떠나 1920년 프랑스로 망명하였다. 그후 부닌은 다시는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자전적 장편소설 아르세니예프의 생1927년부터 집필하기 시작하여 1933년에 완성된 작품으로, 그해 러시아 작가 중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다. 이후 그의 창작세계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단편집 어두운 가로수길은 예술적으로 완성도가 가장 높은 작품이다. 부닌 단편선은 이 작품에서 선정한 1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두운 가로수길, 파리에서, 차가운 가을, 성스러운 일요일, 사랑의 문법등 사랑의 백과사전이라고 불릴 만큼 사랑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은 주옥같은 단편들을 발표하였으며, 1937년에는 톨스토이의 삶과 문학, 인생철학을 새롭게 조명한 회고집 톨스토이의 해방을 출간했다. 진정한 작가의 길, 하나의 삶을 창조해가는 작가가 추구해야 할 진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부닌은, 체호프에 관한 회고록을 완성하지 못한 채 1953118, 83세를 일기로 파리에서 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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