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477)] 바보들의 배:어리석은 삶을 항해하는 인간 군상에 대한 통렬한 풍자
제바스티안 브란트 저/팀 구텐베르크 역 | 구텐베르크 | 364쪽 | 8,000원
![](https://blog.kakaocdn.net/dn/zVeJT/btsMeyceZA7/KbQarQDOiNn4WTX9UjPmL0/img.jpg)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풍자가 지닌 힘은 일찍이 뛰어난 문필가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진정으로 통찰력 있는 사람은 결코 심각하지 않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풍자는 인간과 사회를 통찰하는 강력한 수단이자 참된 삶의 의미를 반추하는 열쇠로 기능해 왔다.
15세기 말 독일 인문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이자 문인인 제바스티안 브란트는 이런 흐름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중세 말기의 최대 걸작이자 르네상스 시대의 최고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그의 『바보들의 배』(1494)는 ‘우인문학’이라는 사조를 낳으며, 중세 사회를 새로운 사회로 이끈 종교개혁 및 르네상스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다수의 법학서와 시문학을 번역 출간해 온 브란트의 경험이 그대로 녹아 있는 『바보들의 배』는 중세 사회의 어두운 인간상을 고발하는 문제작이면서, 동시에 고대 문헌의 폭넓은 인용과 날카로운 해석을 담은 인문 교양서로도 널리 읽혔다.
배의 선장인 브란트가 태우는 승객들 중 바보가 아닌 이는 없다. 책을 읽진 않고 모으기만 하는 자, 헛된 부에 탐닉하는 자, 빌리기만 하고 갚지 않는 자,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며 변화하지 않는 자, 자신을 최고라 믿는 맹목적 자만에 빠진 자, 밤거리를 돌며 혼란을 일으키는 자 등 세상 온갖 어리석은 자들의 천태만상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배의 선장이기도 한 브란트는 자신의 어리석음마저 고백하며 바보들을 비웃고 조롱한다.
브란트가 자신을 비롯한 바보들의 모습을 비웃고 조롱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그들의 어리석음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참된 삶의 모습과 그에 필요한 덕목을 되새기자는 것이다. 아주 먼 과거의 이야기 같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놀랄 수 있다.
우스꽝스러운 바보들을 비웃고 조롱하는 사이 조용한 성찰이 시작될 것이다. 이 배에 오를 것인가, 아니면 부두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나는 이미 이 배에 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 군상의 온갖 어리석음을 유쾌하면서도 냉소적으로 그린 브란트의 시선을 통해 현재 나의 모습과 참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덕목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구텐베르크 출판사에서 이번에 펴낸 『바보들의 배』는 영국 성공회의 성직자 겸 시인이었던 알렉산더 바클레이가 펴낸 영역판을 번역한 것으로, 총 60가지 바보 이야기를 담았다. 무엇보다 중세 문학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원문의 운문형 문투를 산문형으로 바꾸었고, 편집자 주를 통해 생경한 인물이나 지역, 부연 설명이 필요한 역사적 사건이나 고대 문학 속 이야기 등을 풀이했다. 이야기와 함께 실린 목판화는 바보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하여 독자에게 읽는 재미를 더한다.
유럽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제바스티안 브란트의 『바보들의 배』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것이다. 바보들의 배에 함께 오를 것인가, 아니면 부두에 남을 것인가. 인간 군상의 온갖 어리석음을 유쾌하면서도 냉소적으로 그린 브란트의 시선을 통해 현재 나의 모습과 참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덕목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제바스티안 브란트 소개
15세기 말 독일 인문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이자 우인문학(愚人文學)의 창시자다. 독일 슈트라스부르크에서 태어나 바젤대학에서 철학과 법학을 공부한 뒤 1489년 동 대학의 법학 교수가 되었다. 번역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다수의 법학서와 시문학 등을 번역해 출간했고, 당대 유럽 사회의 허위와 맹목, 어리석음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글쓰기로 명성을 얻었다.
특히 중세 말기의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 『바보들의 배』(1494)는 당대 사회의 정치?종교?문화를 통렬하게 풍자하는 사회 비판서이자 우인문학의 시초로, 고전문학과 성서, 역사서, 잠언집 등 다양한 문헌에 대한 폭넓은 인용과 날카로운 해석이 담긴 인문 교양서로도 큰 역할을 했다.
『바보들의 배』는 출간 이후 전 유럽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당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고,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를 이끈 종교개혁 및 르네상스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인간 군상의 온갖 어리석음을 유쾌하면서도 냉소적으로 그린 그의 작품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며, 시공간을 뛰어넘어 인간과 사회를 통찰하는 그의 지혜와 시선은 참된 삶의 모습과 이를 위해 필요한 덕목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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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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