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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80)] 싱글빌 상상 박물관



상상 박물관

저자
필리페 디베리오 지음
출판사
휴머니스트 | 2013-07-15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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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280)] 상상 박물관

필리페 다베리오 저 | 윤병언 역 | 휴먼아트 | 392쪽 | 5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탈리아에서 가장 존경받는 예술평론가 필리페 다베리오는 이 책에서 자신만의 완벽한 박물관을 짓고, 그 안에서 서양 미술사의 명작들을 재구성한다. 그는 아직도 우리가 19세기 방식으로 그림을 본다고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루브르 박물관이나 우피치 미술관에 인파에 휩쓸려 들어갔다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앞에서, 보티첼리의 〈봄〉 앞에서 단 몇 초 동안 눈도장만 찍고 나오기 일쑤다. 하지만 『상상박물관』은 그림을 보는 시각 자체가 얼마나 다양하고 변화무쌍할 수 있는가를 명쾌하게 보여주며, 그림을 바라본다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어느 한 작품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은 인간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박물관은 그림을 보는 공간인 동시에 우리의 상상력이 작동하는 무대이다. 이 책은 자유로운 상상력을 동원해 그림을 바라보는 것이 우리가 시각 예술 소모주의 현상에서 벗어나 좀 더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임을 보여 준다. 총 12개의 공간 속에서 저자는 각 공간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놓고 움직인다. 그리고 이 모든 공간은 그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상상하는 이상적인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박물관의 중앙 홀에서부터 도서관, 침실, 부엌, 예배당 등에 이르는 다양한 상상의 공간을 답사하면서, 그는 그림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다베리오는 상상 속 박물관의 모습을 아주 구체적으로 실현한다. 마치 게임을 하듯 자유로운 연상 능력을 발휘하여 두뇌 속 지식을 총동원한다. 그는 상상박물관이 아무리 상상 속에 있다 하더라도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실제로 그는 박물관을 짓는다. 박물관이 가진 건축학적인 구조를 자기만의 상상력과 지식으로 재현한다. 다베리오의 상상박물관은 지상 3층, 지하 1층, 총 네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이다. 그는 박물관의 전체적인 구조를 그린 다음 각 방들에 전시할 작품들과 관람 순서를 결정했다. 더불어 각기 개성이 분명한 방들을 어떤 가구와 조명으로 장식할지도 세심하게 고려했다.

 

매혹의 상상박물관을 짓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아가는 것은 다베리오의 궁금증과 그의 지극히 개인적인 미술 취향이다. 아이러니하고 날카롭고 동시에 용기 있고 우아하기까지 한 그의 그림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우리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다베리오는 그가 자기만의 직관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박물관을 꾸렸듯이, 우리 모두가 ‘자기만의 이상적인 박물관’을 지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다베리오는 이러한 종류의 책이 과거에는 아주 박식한 독자나 혹은 방대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소수만을 대상으로 쓰였지만 지금의 환경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걸 지적한다. 책을 읽으면서 발생하는 모든 궁금증은 인터넷 검색으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지금 우리의 감각은 정보망의 확장을 통해서 그리고 이미 현대화된 과거 세계의 문화유산을 통해서 손쉽게 구축된다. 다베리오는 자신도 똑같은 방법을 이용했다며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제공하는 온갖 종류의 색채와 경이로움을 그대로 이용하라고 충고한다.

 

다베리오가 『상상박물관』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새로운 공간을 상상하고 그 안에서 명작을 다시 배치하는 것이다. 박물관이라는 거대한 공간을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나누고 그 공간의 특성에 어울리는 그림들을 모아서 보는 것이다. 그림을 본다는 행위에 공간이라는 개념이 들어오고 그에 맞게 재배치되는 그림들을 보는 재미가 이 책이 가진 독특한 지점이다. 상상 속의 공간이란 자유로운 공간을 의미하고 그것은 곧 자유분방한 해석을 의미한다.

 

 

작가 필리페 다베리오 소개

 

현재 이탈리아에서 가장 존경받고 있는 예술평론가이다. 1949년 알자스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자랐다. 보코니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현재 팔레르모 대학에 건축학과 정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3년에서 1997년까지 밀라노 주정부 문화공보부 차관을 지냈다. 문화 운동 ‘세이브 이탈리아’을 주도하기도 했다. 예술 잡지 <예술과 담론>의 발행인이며 이탈리아 국영 방송 Rai 3의 프로그램 〈파스파르투〉〈엠포리오 다베리오〉에서 작가이자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경이로운 예술』 『디자인의 역사』 『모더니티의 기나긴 세월』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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