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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78)] 자유부인



자유부인

저자
정비석, 추선진 (엮음) 지음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06-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54년 신문에 연재되면서 ‘중공군 40만 명보다 더 무서운 ...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278)] 자유부인

정비석 저 | 추선진 편 | 지만지 | 723쪽 | 3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한국문학사상 전례 없는 사회적인 관심을 받으며 외설 시비에 올랐던 작품이며 최초의 베스트셀러다. 교수의 부인이 가정에서 벗어나 자유를 즐기다 탈선의 길로 빠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설정이었다. 1954년 <서울신문>에 연재되던 당시 사회 지도층 인사들로부터 “중공군 40만 명보다 더 무서운 해독을 끼치는 소설”, “북괴의 사주로 남한의 부패상을 낱낱이 파헤치는 이적 소설”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작가는 여러 계층의 인사들이 올린 투서로 인해 당국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외설 시비 등이 일어난 까닭에 이 작품은 보수적인 주제 의식에서 벗어난 소설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는 오히려 보수적인 가치관을 옹호하는 것이다. 『자유부인』은 교수 부인 오선영의 행보를 통해 전쟁 이후 혼란한 사회상을 보여 주며 이를 비판한다. 작가는 전쟁 이후 심해진 여러 계층의 부정부패에 대해,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중심인물로 설정해 비판함으로써 사태의 심각성을 주장하려 했다.

 

그런데 이러한 작가의 사회 비판 의식은 가부장적 가치관으로 인해 굴절되어 있다. 그로 인해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한 비판의 기준을 남성과 여성에게 다르게 적용한다. 즉, 가부장적 가치관에 위배되는 여성을 비윤리적인 여성으로 묘사한다.

 

작가는 작품 초반에 상류층 여성 모임에 관해 서술하면서 당시 여성들이 지녔던 가치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런데 작가는 그 모임의 사치성이나 비윤리성보다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나 사회적 모임 결성 등에 대해 비난한다.

 

반면 작가는 오선영의 남편인 장태연 교수에 대해 옹호적 입장을 보인다. 장 교수는 직업 사명감에 충실하며 융통성 없고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변화한 사회 분위기와 달라진 가치관을 거부하는 장 교수는 당대의 각종 비양심적 인물들과 대비된다. 그런데 이러한 장 교수가 옆집 처녀에게 연정을 품는다.

 

작가는 윤리적인 인물의 대표인 교수조차 그릇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음을 비판하려 했다. 그러나 작가는 실제 서울대 교수로부터 비판을 받은 뒤, 장 교수의 탈선 문제를 가볍게 처리하고 만다. 그러면서 장 교수의 곧은 성격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서술, 독자들에게 도덕적인 장 교수의 이미지를 주게 만든다. 그리고 그러한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듯, 작품 말미에 장 교수는 모범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작가는 장 교수를 가정을 수호하기 위해 탈선한 아내를 기꺼이 용서하는 포용력 있는 인물로 미화한다.

 

한편 주인공 주변의 부정적 가치관을 지닌 인물들은 파멸하거나 회개하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오선영도 “훌륭한 남편을 몰라보았구나!” 하고 뉘우친 후 가정으로 돌아온다. 이로 인해 작품의 권선징악적인 주제와 해피엔드의 구성이 완성된다. 당시 대중은 오선영의 탈선에서 대리 만족을 느끼고 오선영의 귀환에서 올바르다고 믿었던 가치관이 붕괴되지 않았음에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처럼 『자유부인』은 가부장적 가치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1950년대 한국 사회를 반영한 작품이다.

 

작가 정비석 소개

 

부담없는 문장으로 관능미를 곁들인 남녀간의 갈등, 소박하고 낭만적인 인도주의의 세계를 그려나간 작가이다. 1911년 평북 의주 출생으로 본명은 서죽이다. 일본 니혼대학(日本大學) 문과를 중퇴하고 귀국하여 창작에 정진하였다. 처음에는 시를 습작하였으나 곧 소설로 전향해 1936년 단편 <졸곡제卒哭祭>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하였으며 1937년 단편 <성황당城隍堂> 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한때 『매일신문』 기자(1940), 『중앙신문』 문화부장(1946), 『대조』 편집주간(1947) 등의 일을 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 중 특히 주목을 끌었던 『자유부인』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일부 계층에 풍미하고 있던 퇴폐적 서구 사조를 묘사함으로써 선풍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1960년대에도 계속해서 장편 『여성의 적』『인간 실격』 『산호의 문』 『여인백경』 『욕망해협』『에덴은 아직도 멀다』 『노변정담』 등을 연재,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현대물보다는 주로 역사물이나 중국 고전을 새롭게 고쳐 쓰는 일에 몰두하게 된다.

 

1981년 장편『손자병법孫子兵法』을 한국경제신문에 연재 (4권 발행)하였으며 1983년 장편『초한지楚漢誌』를 한국경제신문에 연재 (5권 발행)하였다. 1988년 장편『소설 김삿갓』 발행 (5권)하였으며 1991년 숙환으로 별세하였다. 작가는 생전에 33종 66권의 저서를 남겼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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