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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82)] 달나라 소년

[책을 읽읍시다 (282)] 달나라 소년

이언 브라운 저 | 전미영 역 | 부키 | 376쪽 | 14,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아버지는 아들을 보며 달을 떠올린다. 달에서는 가끔 사람 얼굴 비슷한 것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거기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 이 아이에게도 내면의 삶이 있을까? 이 아이의 삶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 책은 독자와 평단으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았지만 동시에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저자가 아들 워커를 묘사하는 방식이나 장애 부모에 대한 냉담한 접근 탓이다. ‘고장 난’ 아이, 인간의 변칙, 진화의 오류… 저자는 이처럼 냉정한 표현으로 아들을 언급한다.

 

삶에 닥친 거대한 난관(가령 장애아의 부모로 산다는 것), 그 공포와 절망의 심연을 이성으로 무장하고 건너기란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그것을 해 낸다. 경탄과 경악을 동시에 일으킬 만하다. 이 책은 원초적으로 솟는 질문들을 회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독할 정도로 솔직하게 대면하는 태도를 고수한다. 저자는 워커와 가족이 처한 현실, 자신의 감정, 세상의 시선을 냉정하리만치 차분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그 결과물, 치열하고 처연한 13년 분투의 기록은 독자를 울리고, 할퀴고, 생각하고, 느끼게 한다.

 

워커의 진단명은 CFC 증후군(심장-얼굴-피부 증후군, cardiofaciocutaneous syndrome)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CFC 환자는 100명 남짓뿐. 무작위로 발생하는 이 병의 원인은 아무것도 규명되지 않았기에 의사들은 CFC를 ‘고아 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워커는 심각한 발달 장애를 동반한 탓에 24시간 누군가 돌봐야 생존할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시점인 13살이 될 때까지도 1살 아이 정도의 지능에 머문 채다. 평생 이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워커가 아홉 살이 되던 해 정부 지원을 받아 그룹홈에 입주한 후, 저자는 대륙을 횡단하며 보다 다각적으로 ‘신 종족 워커’의 의미를 탐구하고 나선다. 그는 다른 CFC 환자의 가족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과학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실험실은 워커의 존재를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아버지는 유전학자를 찾아가고, 유전자 검사를 받고, MRI로 워커의 뇌 속 깊은 곳을 촬영한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알아낸 것이라곤 워커가 ‘유전자의 철자 오류’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것.

 

저자는 장애인 공동체인 라르슈(L'arche, 방주라는 의미. 발달 장애자와 그들을 돕는 자들이 삶을 나누는 공동체이자 국제기구)를 찾아가 설립자인 장 바니에(Jean Vanier)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워커가 이 세상 속에서 품위 있고 의미 있게 살아갈 방식이 있는지, 장애인에게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공동체를 마련해 주는 것이 ‘우리’ 비장애인들에게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워커의 삶이 정말 가치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바니에는 “그렇다”고 말한다. 바니에에 따르면, 장애인들과 만나면 만날수록 마침내 우리는 ‘경탄과 감사’를 경험한다. 또 진정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들이 우리를 변화시켰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장애인들 속에서 신의 얼굴을 보게’ 된다.

 

그러기를 바라면서도 저자는 바니에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이 아버지는 워커에게서 전능자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 그저 자기 아들의 얼굴을 볼 뿐이다. 인간을, 사랑스러우면서도 동시에 결점을 지닌 인간의 얼굴을 볼 뿐이다. 다만 워커가 자신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은 중증 장애를 지닌 채 태어난 아들의 와해된 삶―그리고 아들에 의해 규정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삶―이 의미와 목적을 갖길 열망한 한 아버지의 기록이다. 서툰 위안과 희망에 기대지 않고 냉정하게 때로는 집요하게 아이의 영혼과 존재 의미를 더듬어 나가는 아버지의 모습은 고독한 수행자를 떠올리게 한다. 외롭고 고단한 모색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우리 자신의 근원적인 가치와 존재 이유를 마주하게 된다.

 

 

작가 이언 브라운 소개

 

캐나다 유력 일간지 <글로브 앤드 메일>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이다. 잡지 및 신문 기사로 여러 차례 수상했다. CBC라디오의 ‘Talking Books’, TV온타리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The View from Here’ 등 방송 진행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비즈니스 북 어워드를 수상한 『Freewheeling』을 비롯해 『Man Overboard』 『Man Medium Rare』 등의 책을 썼다.

 

2007년 <글로브 앤드 메일>에 중증 장애를 동반한 희귀성 유전병을 앓는 자신의 아들, 워커를 키워 온 이야기를 연재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바탕으로 출간한 『달나라 소년』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 깊이 있는 사유와 문학성을 인정받으며 2010년 캐나다의 주요 문학상을 거머쥐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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