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84)]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저 | 문학동네 | 10,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수식어가 필요 없는 작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 김영하다. 올해로 데뷔한 지 19년. 하지만 그는 독보적인 스타일로 여전히 가장 젊은 작가다. 그의 소설은 잔잔한 일상에 ‘파격’과 ‘도발’을 불어넣어 우리를 흔들어 깨운다. 그가 일깨운 우리의 일상은 매순간이 비극인 동시에 또한 희극이다. 슬픔과 고독, 아이러니와 패러독스의 인물들을 마주할 때마다 내 곁을 스쳐지나간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김영하는 어느새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데뷔작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서 김영하는 우리에게 자살안내인을 소개했다. 판타지이고 허구인 줄만 알았던 그의 역할이 오래지 않아 현실이 되는 기이한 현상을 목도한 우리는 이제 다시 그 강렬했던 경험을 만나게 된다. ‘고아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후 일 년 반 만에 신작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들고 김영하가 돌아왔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며 딸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살인을 계획한다.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는 잠언들, 돌발적인 유머와 위트, 마지막 결말의 반전까지. 정교하고 치밀하게 설계된 이번 소설에서 김영하는 삶과 죽음, 시간과 악에 대한 깊은 통찰을 풀어놓는다.
작가 김영하 소개
보편성을 담보하는 소설의 주제의식과 트렌디한 소재를 통해 동시대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저자 특유의 통찰력과 문제의식으로 전세계 독자들의 주목을 끌고있는 소설가 김영하. 단편들에서 현대인의 고독과 단절, 타인과의 연대에 대한 무능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명쾌하고도 아이러니하게, 또한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며 독특한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주었다면, 장편들에서는 독자들에게 늘 새로운 실험을 선보여왔다.
강원도 화천에서 군인의 아들로 태어나 진해, 양평, 파주, DMZ, 잠실 등 전국을 주유하며 성장했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헌병대 수사과에서 군역을 마친 그는 단편 「거울에 대한 명상」을 가지고 9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두드려본다. 첫단추는 낙선. 그러나 그 해 봄 그는 문화비평지 『리뷰』에 이 작품을 보내 바로 "등단해버린다".
두 권의 작품집과 한 권의 장편 소설을 내면서 기발하고 만화적인 상상력, 인간소외, 죽음, 사이버 시대의 일상성 등을 다룬 묵직한 주제들, 소설의 전통적 원칙을 파괴하는 도전성, 자학과 조롱에 섞여드는 번뜩임 등으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그의 소설들은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중국, 네덜란드, 폴란드, 터키 등에 판권이 수출되어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2004년에는 한 해 동안 동인문학상, 이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었다.
소설집 『호출』『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오빠가 돌아왔다』,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아랑은 왜』『검은 꽃』『빛의 제국』 , 산문집 『포스트잇』『랄랄라 하우스』『퀴즈쇼』, 영화산문집 『굴비낚시』『김영하ㆍ이우일의 영화 이야기』가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 여덟 개 도시를 여행하고, 각 도시에서 쓴 짧은 소설과 직접 찍은 사진, 여행 일화를 한 권의 책에 담는 『여행자』시리즈를 집필하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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