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슐러 K. 르 귄 저 | 이재경 역 | 별숲 | 128쪽 | 8,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판타지 문학의 아버지 톨킨의 정통 후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SF 문학의 세계적 거장 어슐러 K. 르 귄이 쓴 청소년소설 『열일곱, 외로움을 견디는 나이』. 청소년기에 겪는 외로움과 방황을 섬세한 필치와 시적 아름다움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저자가 발표한 기존 작품들과는 상당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작품 속 시대는 현대이고, 장소는 우주도 사차원도 아닌 지구의 평범한 도시다. 주인공 오언은 어려서부터 똑똑한 우등생으로 나오지만 마법의 힘이나 초능력은 없다. 이 책에도 판타지 세계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 세계는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오언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한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감동은 작가의 기존 판타지 작품에 못지않게 사뭇 크다.
우등생이지만 외로운 아웃사이더 오언. 학교는 모두를 똑같이 만드는 기계 같고 부모님이 바라는 삶은 살기 싫다. 어디에도 오언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없다. 자신이 누구인지 확신이 없기에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불분명하다. 차라리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이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는 것이 편할 따름이다. 오언은 방관자가 되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오언은 버스 안에서 작곡가를 꿈꾸는 나탈리와 친구가 된다. 자신을 늘 혼자라고 느끼며 사람들 사이에 끼지 못하고 방황하는 오언과 달리 나탈리는 인생의 방향이 서 있고 차근차근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나탈리는 오언이 던지는 농담에 웃어 주고 외로움으로 고민하는 느끼는 오언에게 남들과 똑같이 살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 두 사람은 12월 마지막 날에 바닷가로 여행을 간다. 바닷가에서 오언은 나탈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이 느끼던 소외감과 외톨이의 괴로움을 조금씩 마음에서 걷어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정이 사랑의 감정으로 바뀌면서 오언은 다시 한 번 불확실의 폭풍에 휘말리고 낯선 곳을 헤매는 고통을 겪는다. 두 청춘이 서로의 인력에 충돌하거나 멀리 밀어내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각자 삶의 길을 나란히 갈 수 있을까?
읽어나가다 보면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맛볼 수 있는 십대의 이유 없고 치열한 방황이 느껴진다. 또한 이 책은 나는 누구이며 어떤 미래를 만날지 고민하며 열병 같은 사춘기를 겪는 십대들의 생각을 담백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자신을 외딴 섬처럼 느끼던 소년이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기 시작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할까?
현재 청춘을 앓고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는 멋진 길잡이가 되어 주고 이미 어른이 되어 별무리 속에 각자의 궤도를 도는 사람들에게는 젊은 날의 일기처럼 다가오는 책이다.
작가 어슐러 K. 르 귄 소개
1929년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에서 작가인 어머니와 인류학자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래드클리프 대학교에서 문학사 학위를 받고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과학소설과 판타지소설, 단편, 수필, 시, 논픽션, 아동문학과 청소년문학을 아우르는 수십권의 책을 집필했다.
판타지 시리즈 『어스시 연대기』의 두 번째 작품 『아투안의 무덤』으로 뉴베리 상을 수상했다. 그밖에 마가렛 A. 에드워드 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했고 미국을 대표하는 SF 문학상인 네뷸러 상을 다섯 차례나 수상했다. 현재 남편 찰스 르 귄과 오레건 주 포클랜드에 살고 있다. 르 귄의 작품들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www.ursulakleguin.com에서 얻을 수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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