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96)] 행동반경
제임스 앨런 맥퍼슨 저 | 장현동 역 | 마음산책 | 415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제임스 앨런 맥퍼슨은 ‘흑인’에 대한 편견의 족쇄를 벗고 문학적 성취를 일구어낸 작가다. 그는 분노만을 대물림하던 기존 흑인 작가들의 타성을 벗어낼 수 있었다. 또 첫 소설집 『외치는 소리』를 발표해 랠프 엘리슨으로부터 “생명력을 잃어간 흑인 문학에 대한 외침” “가장 재능 있는 미국 작가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았다.
1978년 흑인 최초 퓰리처상 소설상 수상의 영예를 안긴 『행동반경』은 제임스 앨런 맥퍼슨이 『외치는 소리』로 데뷔한 지 9년 만인 1977년 발표한 책이다. 12편의 단편이 담긴 이 책으로 그는 미국의 탁월한 단편 작가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 책에서 맥퍼슨은 노예제와 세계대전을 겪은 ‘고전적’인 흑인 세대가 아닌 동시대의 인간을 관찰한다. 흑백이 덩어리져 살아가는 도시에서 개인이 겪게 되는 문제들, 즉 인종이라는 거대 담론에 밀려나기 일쑤인 계층, 성별, 종교, 가족, 출신지 등 다양한 문제를 소설에 담아내는데, 일상의 단면을 날것 그대로 제시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둔다.
등장인물들이 겪는 문제는 위선, 배신, 기만, 질투, 수치, 우월감 등에서 촉발된 것이기에 흑인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인종적, 사회적, 문화적 차이로 다른 신념들과 부대껴야 하는 그들의 혼란과 태도는 인간의 본질에 맞닿아 있다. 인종과 가치 들이 혼재하는 미국에서의 삶이란 편견과 충돌과 혼란을 껴안아야 하는 것임을, 인종보다는 인간적 고민이 뒤따르는 것임을 12편의 사실적인 이야기로 보여준다. 완결성이 뛰어난 스토리와 군더더기 없는 문장, 피부색 이면을 고찰하는 성숙한 시선이 이 책에 문학적 무게를 더한다.
맥퍼슨의 소설은 방식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나 종래의 흑인 문학 전통을 벗어난다. 거칠고 직설적인 음성보다는 재기 있게 넌지시 건네는 음성이고 타자에게 외치기보다는 냉정함을 되찾으려고 자신에게 읊조리는 다독임에 가깝다. 제임스 앨런 맥퍼슨은 반전을 갖춘 단편 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 헨리의 전통을 따fms다. 또한 탁월한 이야기꾼이자 관찰자로서 척박하고 아이러니한 현실 속에서도 유머와 따스함을 포착해낸다는 점에서 마크 트웨인의 전통에 닿는다. 흑인이 그려내는 진실한 미국. 그래서 그의 소설은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의 추천사처럼 체제의 전환보다 인식의 전환을 노리는 ‘새로운 문화저항소설’로 불릴 수 있다.
작가 제임스 앨런 맥퍼슨 소개
미국의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1943년 미국 조지아 주 서배너 출생. 1965년 모리스브라운대학을 졸업하고 1968년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아이오와대학교 작가 워크숍 예일로스쿨에서도 수학했다.
1968년 단편집 『외치는 소리』를 발표해 유려한 언어와 날카로운 현실성으로 1970년 미국문예아카데미 문학상을 받았고, 1972년 구겐하임재단 장학금을 받았다. 1977년 단편집 『행동반경』을 발표해 “미국적 경험의 아이러니를 고차원의 문학작품으로 승화시켰다”라는 찬사를 받았고, 이듬해 흑인 최초로 퓰리처상 소설상을 수상했다. 1981년 맥아서재단 장학금을 받았으며, 1995년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에 이름을 올렸다. 『외치는 소리』에 수록된 「황금 해안」은 2000년 존 업다이크가 꼽은 ‘20세기 최고의 미국 단편소설’에 들었다.
하버드대학교와 예일대학교 등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현재 아이오와대학교 작가 워크숍의 종신 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 단편집 『외치는 소리』 『행동반경』이 있고, 회고록 『크랩케이크』와 산문집 『집이 아닌 곳』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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