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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97)]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책을 읽읍시다 (297)]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류근 저 | 곰(웅진문학임프린트) | 304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노랫말을 쓴 시인 류근이 황막한 세상에 단비처럼 던진 이야기. 이상의 광기와 도취, 기형도의 서정과 성찰, 함민복의 상처와 눈물이 이종교배되어 탄생한, 21세기에 불시착한 낭만주의자 류근. 그의 첫 산문집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는 혹독하고 완고한 자기풍자를 감행하며 세상과 타인의 아픔을 대신 앓는 시인의 뼈저린 기록들을 엮어낸 것이다.

 

시인 류근은 시인들 사이에서 소문 혹은 풍문으로 존재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천재라는 소문도 있었고 술주정뱅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심지어는 미치광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그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했다. 정신의 좌우, 몸의 앞뒤를 자유자재로 바꿨다.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시를 한 편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가 18년 만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전작시집을 냈을 때, 그 시집은 순정한 힘을 보여주었고 그에 대한 풍문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는 천재이면서 술주정뱅이이고, 자산가이면서 거렁뱅이고 만인의 연인이면서 천하의 고아 같은 외톨이다. 그가 신들린 듯이 쓴 이 산문집에 실린 글들이 그것을 생생히 증명한다. 여기에 늘 보아오던 그렇고 그런 시인들의 산문이 아닌, 하얀 눈밭에 각혈을 하듯 쓴 기적 같은, 마약 같은, 황홀경 같은 산문의 진경이 펼쳐진다.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에 담긴 글들은 시인 자신 내면의 슬픔을 발화하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그 빛깔에 물들게 한다. 시인이 울면 울고 싶고, 시인이 외로울 때 함께 외로움에 떨며 시인이 술을 마시면 그 술잔을 함께 기울이고 싶게 만든다. 기존 문인들의 산문집이 신문이나 잡지, 웹진 등에 정기 연재 등의 형식으로 여행, 기호나 취미, 일상 예찬, 문화 상품 등의 콘텐츠 리뷰 등으로 천편일률적인 와중에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는 매체에 연재되지 않았던 글을 묶으며 형식과 내용면에서 기존 산문집들이 수렵할 수 없었던 영역을 내포하고 있다.

 

시인의 도저하면서도 중독적인 삶에 대한 대중 독자들의 환상을 자극하고, 문학 본연의 낭만적 속성과 퇴폐의 아름다움에 경도된 이들의 수요를 촉발시키며 성공과 행복 위주의 통속적인 삶에 대한 회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문학적 언어의 기능 중에서 우리 사회로부터 가장 너그럽게 허용되는 것이 자기 성찰을 내포하는 사회비판 기능이다.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역시 혹독한 자기부정, 자기풍자, 자기조롱을 감행해, 강렬한 독설과 풍요로운 비유를 바탕으로 시인의 격렬한 내면풍경과 그가 바라보는 세계의 모순을 통렬하게 까발리고 있다. 그 ‘냉소’와 ‘풍자’ 역시 이 책의 강렬한 개성 중 하나이다.

 

저자 류근은 이 산문집을 통해 자신을 풍자의 대상으로 전락시켜 곪아버린 세상의 아픔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또 감성 산문집 본연의 위로의 기능을 감행하면서도 서정을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신파, 삼류, 저급, B급 등 기성 주류 문화에 대한 반항의 지위를 스스로 자처하는 높고 쓸쓸한 시인의 자화상을 표출한다

 

 

작가 류근 소개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충북 충주에서 자랐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했으나 이후 작품 발표를 하지 않다가 등단 18년 만인 2010년, 시단의 관행을 깨면서 전작시집 『상처적 체질』(문학과지성사)을 첫 시집으로 출간했다.

 

대학 졸업 후 광고회사 등에서 일하다가 홀연 인도 여행을 하고 돌아와 강원도 횡성에서 고추 농사를 짓기도 했다. 대학 재학 중 쓴 노랫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김광석에 의해 불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현재 소설가 정영문과 이 인 동인 ‘남서파’ 술꾼으로 활동 중이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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