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308)] 메갈로마니아



메갈로마니아

저자
#{for:author::2}, 메갈로마니아#{/for:author}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08-2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태양 아래 만물이 저마다 윤곽을 드러내는 곳 온다 리쿠, 라틴아...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308)] 메갈로마니아

온다 리쿠 저 | 송수영 역 | 문학동네 | 280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중남미 고대문명을 조명하는 NHK 방송 프로젝트의 일부로 여행기를 써줄 것을 제안받은 온다 리쿠, 고질적인 비행공포증을 호소하며 거절했지만 결국 여행길에 오른다.

 

스스로를 과대망상가라 칭하는 작가답게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여행기를 써냈다. 밤 비행기를 타고 멀어져가는 멕시코시티를 내려다보며 영화 <미지와의 조우>에 등장하는 우주 항공모함을 떠올린다. 또한 여행하는 시간이 현실이고 평범한 일상이 꿈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빠진다. 박쥐 동굴에 가서는 인류 멸망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페루 오얀타이탐보 마을의 돌담을 보고는 돌을 빵처럼 가마에 구워 나르는 생각을 한다.

 

고대문명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떠난 여행이지만 라틴아메리카의 색채를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청명한 하늘, 도롯가에 쌓인 주황 과일, 떠도는 개들, 파란 자수가 놓인 새하얀 민속의상을 입은 여자들, 사람들의 순박한 표정, 비단으로 둘러싸인 듯한 쿠스코 밤거리. 온다 리쿠가 그려내는 라틴아메리카는 읽는 이의 여행 욕구를 자극한다.

 

이 책에는 여행기 말고도 짧지만 강렬한 소설 다섯 편이 실렸다. 모두 여행지에서 영감을 받아 쓴 것으로 여행기와 절묘하게 어울려 색다른 여행의 맛을 전한다. 코훈리치 유적에서 만난 대학생 무리는 으스스한 유적지에서 불길한 사건을 예감하는 주인공이 된다. 또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오얀타이탐보는 ‘황금 씨앗’을 간직한 신비로운 마을이 되고 대형 호텔이 가득 들어선 칸쿤은 어느 커플의 휴가지가 된다.

 

소설 뒤에 숨어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던 온다 리쿠는 이번 여행기에서 수다쟁이가 된다. 그녀의 창작 세계를 짐작할 수 있는 개인적인 경험담부터 온갖 분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이야기까지, 가는 곳마다 흥미로운 일화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특히 애주가로서 풀어놓는 술과 음식 이야기는 여행의 즐거움을 한층 더한다. 또한 스스로를 ‘평원 페티시스트’라 부르며 대평원에 집착하는 모습이나 자신은 의식하지 못했지만 지금껏 달았던 휴대전화 고리가 우주선이나 비행기처럼 모두 하늘을 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녀의 독특한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온다 리쿠는 이번 여행에서 작가로서의 불안과 한계를 실감한다. 잔뜩 기대를 품고 마주한 유적들은 그녀의 상상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작가로서의 열패감을 느낀 온다 리쿠는 자신의 기분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활동적이지 못한 자신의 작가적 성향과 부족한 지식을 인정하고 기존의 방식대로 글을 쓰면 독자도 작가 자신도 만족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안다고 말한다. 독자 앞에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는 일이 자칫 위험할 수 있는데도 온다 리쿠는 진솔하게 이야기를 잇는다.

 

이 책은 온다 리쿠가 한국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몇 안 되는 에세이이자 여행기 중 하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 장을 여는 순간, 이 책이 보통 여행기와는 그 출발부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온다 리쿠만의 환상이 앞서 있고 그 환상을 따라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현실의 여정으로 이끈다. 낯선 풍경 속에서 흥미로운 상상을 펼치는 ‘온다 리쿠 여행법’을 죽 따라가다보면 당장이라도 나만의 색다른 여행을 떠나고 싶어 마음이 절로 달뜰 것이다.

 

 

작가 온다 리쿠 소개

 

1964년 일본 미야기현에서 태어난 그녀는 와세다대학교 교육학부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집필한 소설『여섯 번째 사요코』로 데뷔했다. 이 책은 1991년 제3회 일본 판타지노벨 대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 이후 미스터리, 판타지, SF, 호러 등의 장르를 중심으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특히 서구식 추리물과 달리 평범한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고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들로 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켜 왔다.

 

온다 리쿠의 소설은 뛰어난 대중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상 매체에도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다. 2000년에 데뷔작인 『여섯 번째 사요코』가 TV 드라마화된 데 이어, 2001년에는 『네버랜드』가 드라마화되었다. 2002년에는 『목요조곡』이 영화화되었으며, 2006년에는 『밤의 피크닉』이 영화화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그녀의 작품은 어떤 장르이든 인간의 원초적인 상실감과 그리움을 일깨운다. 매혹적이고 찬란하지만 그만큼의 어둠과 불안한 기운을 품고 있는 세계, 그 비밀스럽고 중독성 강한 이야기에 수많은 독자들이 열렬한 관심과 애정을 보내고 있다.

 

2005년에 발표한 『밤의 피크닉』은 남녀공학 고교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 아침 8시에 학교에서 출발하여 다음날 아침 8시까지 학교로 걸어서 돌아오는 '보행제' 행사를 배경으로, 24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자신의 고민을 좀 더 성숙하게 이겨내는 소년, 소녀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 책은 그 해 '<책의 잡지>가 선정하는 베스트 10' 중에서 1위에 올랐고, 제26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및 '서점 점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을 투표로 선정하는 제2회 서점 대상을 수상하였다. 이 밖에도 『Q & A』는 2005년 제58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후보에, 『유지니아』는 제133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 또 <도코노 이갸기> 시리즈 중 두 번째 이야기인 『민들레 공책』이 제134회 나오키 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006년 12월에 발간된 『네버랜드』는 일본의 인기 아이돌 그룹인 V6와 쟈니스주니어가 출연하여 드라마로 만들어져 화제가 되었다.

 

또한 2009년 초, 140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라 가장 유력한 수상작으로 점쳐지며 최종까지 경합을 벌이기도 한 최근작 『어제의 세계』는 작가 스스로가 “내 소설 세계의 집대성”이라고 표현했을 정도의 야심작이다. 온다 리쿠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작품 전체를 타고 흐르며, 그녀의 놀라운 진화를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 밖의 저서로는 『나비』 『한낮의 달을 쫓다』 『빛의 제국』 『엔드게임』 『삼월은 붉은 구렁을』 『흑과 다의 환상』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황혼의 백합의 뼈』 『1001초 살인 사건』 『코끼리와 귀울음』 『굽이치는 강가에서』 『도미노』 『공포의 보수 일기』 외 다수가 있다. 《여섯 번째 사요코》《네버랜드》《빛의 제국》이 드라마로, 《목요조곡》《밤의 피크닉》은 영화로 제작되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