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315)] 세상의 모든 아침



세상의 모든 아침

저자
파스칼 키냐르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13-08-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다시 오지 않는다17세기, 비올라 다 감바의...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315)] 세상의 모든 아침

파스칼 키냐르 저 | 류재화 역 | 문학과지성사 | 155쪽 | 11,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역사 속에 묻혀 있던 비올라 다 감바의 거장 생트 콜롱브를 끌어내 세속적인 영광을 거부한 한 음악가의 예술혼을 그린 작품이다. 진정한 예술가의 길과 사랑, 죽음을 고찰했다.

 

『세상의 모든 아침』 역시 두 음악가의 상반된 인생을 그리며 언어를 넘어선 곳에서 이루어지는 영혼과 영혼의 소통을 진정한 삶의 기쁨을 보여준다. 또한 음악은 그 무언가를 ‘위한’ 것이 아니고 그저 음악이 간절할 때 지쳐 쓰러질 때까지 연주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바로 그것이 음악을 비롯한 모든 예술 창작의 본질임을 보여 준다.이 작품은 1991년 알랭 코르노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됐는데 키냐르가 직접시나리오를 각색했다. 또 키냐르의 절친한 친구이자 현대 비올라 다 감바계의 명장인 조르디 사발이 음악을 맡았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뒤, 두 딸을 키우며 음악에만 묻혀 지내는 생트 콜롱브. 명성은 드높았다. 그러나 왕실의 부름도 거절하고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지켜나간 그에게 청년 마랭 마레가 찾아와 제자가 된다. 하지만 스승과 달리 야망을 지닌 그는 스승에게 내쳐지고, 두 음악가의 예술혼과 욕망은 상반된 궤적을 그린다.

 

생트 콜롱브는 실존했던 프랑스 음악가다. 그에 대해서는 수도승한테나 어울릴 것 같은 다섯 개의 일화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뽕나무 위에 오두막을 짓고 연습을 했다는 것과 비올라 다 감바의 저음을 보강하기 위해 제7현을 덧붙였다는 사실, 그리고 궁정 악사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두 딸과 함께 연주를 했다는 사실. 그리고 역시 실존인물인 당대 최고의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이자 후에 궁정 악사가 됐다. 당시 이탈리아 음악의 영향 아래 있던 프랑스 음악을 독창적인 프랑스 음악으로 만드는 데 이바지한 마랭 마래가 오두막에서 흘러나오는 콜롱브의 음악을 몰래 훔쳐들었다는 것 정도이다. 영광이 어떤 것인지 알면서도 굳이 음지를 택했던 한 음악가는 주옥같은 음악들을 작곡했다. 하지만 그것들을 출판하지 않고 은밀히 혼자서만 간직했다.

 

키냐르는 아주 적은 정보에 상상력을 덧입혀 스승과 제자의 끈끈한 관계, 두 딸의 서로 다른 개성, 아내의 죽음과 콜롱브의 변치 않는 사랑, 음악을 상실하면서 느끼는 공포, 비에브르 강가의 아침을 떠올릴 때면 느껴지는 따사로움, 그리고 특히 왕실의 부름을 거부하는 음악가의 자존심과 긍지 등을 그려냈다.

 

마랭 마레는 생트 콜롱브의 제자가 되지만 출세에 뜻을 품은 마레가 어느 날 왕 앞에서 연주를 했다는 이유로 생트 콜롱브에게 쫓겨난다. 생트 콜롱브에게 음악이란 정원 한쪽에 있는 뽕나무 위의 작은 오두막에서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홀로 음악에 몰두하는 것 그것이 전부다. 그는 인간의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풍부하고 진솔한 감정을 음악을 통해서만 표현할 줄 알고 세속적인 명예나 부를 경멸한다.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와 자연 속의 소박한 삶을 추구한다. 하지만 키냐르가 고집쟁이 사회 부적응자를 그린 것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 세속적 욕망과 예술혼 사이의 갈등이라는 시대를 뛰어넘는 주제를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게 한다. 진정한 삶의 자세와 행복, 그리고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편안하고도 흥미롭게 펼쳐 보이고 있는 이 작품은 여러 독자들에게 폭넓게 공감과 감동을 줄 것이다.

 

 

작가 파스칼 키냐르 소개

 

1948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베레뇌유쉬르아브르(외르)에서 태어나, 1969년에 첫 작품 『말 더듬는 존재』를 출간하였다. 어린 시절 심하게 앓았던 두 차례의 자폐증과 68혁명의 열기, 실존주의, 구조주의의 물결 속에서 에마뉘엘 레비나스, 폴 리쾨르와 함께한 철학 공부, 뱅센 대학과 사회과학 고등연구원에서의 강의 활동, 그리고 20여 년 가까이 계속된 갈리마르 출판사와의 인연 등이 그의 작품 곳곳 독특하고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18개월 동안 죽음에 가까운 병마와 싸우면서 저술한 『떠도는 그림자들』로 2002년 콩쿠르 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