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읽읍시다 (316)] 유령의 해부
앤드루 테일러 저 | 김하락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520쪽 | 14,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픽션 스릴러 분야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 앤드루 테일러의 신작이 나왔다. 18세기 케임브리지의 대학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신과 과학, 살인과 음모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대학에서 출몰하는 유령의 존재를 소재로 선택하면서 그 어떤 전작보다 자극적이고 미스터리한 내용을 품고 있다.
1786년 케임브리지의 예루살렘 칼리지. 살해된 여인의 유령을 본 후 그 충격으로 정신이 나간 프랭크 올더쇼. 아들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그의 어머니 앤 올더쇼는 사설 조사관으로 존 홀즈워스를 고용한다. 홀즈워스는 사고로 인해 아들을 잃고 미신 때문에 부인까지 잃은 후, 왜 유령이라는 존재가 환상에 불과한지에 대해 통렬하게 설명한 『유령의 해부』를 집필하여 논쟁을 일으킨 서적상이다. 앤 부인의 간곡한 부탁과 유령에 대한 사람들의 미신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로 홀즈워스는 예루살렘 칼리지로 향하지만 칼리지 사람들의 적대감과 함께 비극적으로 죽은 아내 마리아의 유령마저 보게 되면서 혼란을 느끼게 된다.
앤드루 테일러는 『유령의 해부』에서 자신의 그 어떤 전작들에서보다 자극적인 소재인 ‘유령’을 꺼내들었다. 가상의 대학 예루살렘 칼리지에 출몰하는 귀족 여인의 유령, 그것을 목격한 후 미쳐버린 유력한 집안의 대학생, 유령 따위는 믿지 않으며 처음부터 이성적으로 사건을 직시하려고 하는 사설 조사관, 알 수 없는 비밀이 있어 보이는 예루살렘 칼리지의 대학생들과 교수들, 그리고 사건의 배경이자 그 자체로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예루살렘 칼라지라는 독특한 배경.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후 죽은 아들을 만나기 위해 미신에 집착하는 부인을 원망하며 유령의 존재는 한낱 환영일 뿐이라는 서적상 존 홀스워스는『유령의 해부』(앤드루 테일러의 작품 제목과 같다)라는 책을 써냈다. 그는 이성적 판단의 눈을 가지고 예루살렘 칼리지로 임무를 맡아 떠나지만 학교에 머물면 머물수록 진정한 이성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고민하게 된다. 고전 추리소설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서 시작하는 이 소설은 학교와 중세라는 환경적, 시대적 배경이 지닌 폐쇄성과 신비함으로 유령이 존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다. 가장 이성적이어야 할 대학에서 나타나는 유령의 존재에 대한 의문은 욕망과 야심에 찬 대학의 인간들을 미신의 구렁텅이로 더욱 몰아넣는다.
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찰스 디킨스풍 소설을 많이 써낸 작가인 만큼 작품 속에는 고전 영어가 많이 등장한다. 그만큼 속독이 가능한 작품은 아니지만 대신 문법이 파괴되지 않은 본연의 문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또 다른 장점이다. 추리소설 기법을 기본으로 고전 영어의 우아함과 아름답고 시적인 분위기를 곁들인 『유령의 해부』는 최고의 스토리텔러이자 문장의 스타일리스트라는 앤드루 테일러의 명성에 걸맞게 시대적 색채미와 재미가 뛰어나다. 시대적 배경을 충실히 따르면서 추리소설의 반전을 잊지 않는 이 작품에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 그리고 도덕성의 미학까지 곁들여져 있다.
작가 앤드루 테일러 소개
잉글랜드 동부의 소택지에서 태어난 앤드루 테일러는 1981년부터 전업 작가로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데뷔작 『Caroline Minuscule』로 영국 추리작가협회 주관 존 크리시 신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2007년 ‘Fallen Angel’이라는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The Roth’ 3부작, ‘Dougal’ 시리즈, ‘The Lydmouth’ 시리즈 등을 연달아 선보이며 정통 추리소설 기법과 탁월한 문장력을 인정받으며 최고 추리작가 대열에 합류, 2009년 추리작가협회로부터 다이아몬드 대거 상을 수상하였다.
『Bleeding Heart Square』로 2008년 엘리스 피터스 히스토리컬 대거 상, 배리 상 후보에 올랐고『The Judgement of Strangers』,『The Office of the Dead』역시 마르틴 벡 상 후보에 연달아 올랐으며, 2010년 신작『The Anatomy of Ghosts』도 엘리스 피터스 히스토리컬 대거 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의 가치를 입증하였다.
그의 작품 중 『아메리칸 보이』는 영국의 오프라 북클럽이라 불릴 정도로 영국 출판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리처드 앤드 주디 북클럽’의 선정 도서로 주목받았으며, 2003년 영국 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엘리스 피터스 히스토리컬 대거 상 수상 및, 2004년 배리 상 후보, 2005년 티억스턴 올드 피큘리어 추리소설 상 후보에 올랐다. 또한 「더 타임스」가 2010년 선정한 근 10년 동안의 최고의 추리소설 톱 10에 오르며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극찬을 받았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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