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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338)] 나비잠



나비잠

저자
최제훈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13-10-0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뜻밖의 사건과 예정된 몰락 꿈과 현실을 장악한 음모, 더 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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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338)] 나비잠

최제훈 저 | 문학과지성사 | 360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과 장편소설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을 통해 유연하면서도 거침없는 소설 쓰기를 선보인 최제훈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작가가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내놓는 첫 책이며 ‘몰락―전래되지 않은 동화’라는 제목으로 작년 한 해 동안 ‘웹진문지’의 장편 연재 페이지를 뜨겁게 달구었던 소설이다. 오래전부터 한 인물의 삶을 중심에 놓고 그의 의식을 따라가며 써보고 싶었다는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이야기의 재료만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내면까지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몰락―전래되지 않은 동화’라는 연재 당시의 제목과 부제목에서 얼비치는 것처럼 이 소설의 한 축에서는 불온한 판타지가 꿈의 형태로 강력한 서사적 동력을 제공하고 있고, 다른 한 축에서는 냉혹한 현실의 이야기가 판타지와 공조하며 숨 가쁜 흐름을 만들어낸다. 서로 다른 이야기인 듯 두 이야기는 평행선을 그리지만, 현실의 수많은 재료들이 꿈속에서 새로운 맥락을 부여받아 재등장하곤 한다. 기발한 발상과 치밀한 계산으로 곳곳에 매설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겹침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잠재몽이 발현몽으로 전환되는 것을 ‘꿈작업’이라 명명했다. 무의식 안에 숨어 있어 기억하지 못하는 꿈이 잠재몽이고 그것이 2차적 수정을 거쳐 환상활동의 영역에서 진행된 뒤 기억 속에 남는 것이 발현몽이다. 최제훈은 이번 장편소설에서 인간의 무의식에 짓눌려 있던 욕망이나 불안 등이 꿈에서 어떤 방식으로 발현하는지를 매우 정교하게 보여주고 있다.

 

탈주범인 ‘나’가 경찰에 쫓기면서 겪는 고난과 역경들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세 시간 거리의 열차표가 무려 2억 원이 넘는가 하면 물에 빠졌다가 버려진 자전거에서 튜브를 꺼내 그 안의 공기로 숨을 쉰다. 꿈이니까 설정이나 전개가 좀 억지스러워도 넘어가달라는 얘길까. 현실에서 ‘최요섭’의 무의식을 들여다본 독자라면 그가 꾸는 꿈속의 모든 비약과 왜곡(이 둘은 꿈의 본령이다)에는 작가의 녹록치 않은 전략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나비잠의 사전적 뜻은 ‘갓난아이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잠’으로 이야기의 주된 내용인 사십대 남자의 악몽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서 반어는 종종 직언보다 더 효과적으로 발화자의 의도를 전달한다. ‘나비잠’이 빚어내고 있는 이 아이러니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보기 전에 ‘나비’와 ‘잠’을 따로 떼어 읽어볼 수도 있겠다.

 

세계를 자신의 시각으로 규정하고 그 안에 갇혀 사는 사람이라면 그가 아무리 날고 긴다 한들 아직은 고치 속에서 잠자고 있는 유충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갓난아이의 잠이니까 무조건 깊고 달콤하리라는 짐작에 무슨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태어나서 한동안은 엄마의 산도를 빠져나올 때 겪은 고통과 공포를 기억한다고도 하지 않던가. ‘나비잠’은 이 소설을 아직 잠들어 있는지도 모를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읽게 하고 틀의 바깥으로 날아오르고 싶게 만든다.

 

 

작가 최제훈 소개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7년 제7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소설 부문)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서사의 과감한 개진, 전통적 서사의 익숙함과 이를 실험하는 낯섦을 하나로 엮어 이야기판으로 만들어내는 구성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 장편소설 『일곱 개의 고양이 눈』 『나비잠』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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