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342)] 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
박지영 저 | 문학수첩 | 332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13년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 수상작이다. 지금 한국 사회의 특성들을 다채롭게 반영하는 작품을 찾고자 한 결과 선택된 당선작은 본심이 시작되기 전부터 심사위원들에게 찬사를 이끌어냈다.
불꽃놀이 축제가 한창인 월요일 밤, 온몸이 빨간 펜으로 낙서된 채 여행 가방에 담겨 유기된 모델의 사체가 발견된다. 경찰은 ‘빨간 모델 살인 사건’의 주요 용의자로 해리를 지목한다. 해리는 범인은 자신이 아닌 ‘럭키’라고 진술하지만 누구도 해리가 말하는 ‘럭키’를 알지 못한다. 그러던 가운데 죽은 모델과 해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한 사이이며, ‘럭키’는 모델의 친오빠로 20년 전에 자살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혼란에 빠진 해리는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12층 건물 옥상을 찾고, 자신의 옆구리를 겨눈 낯선 총구를 느낀다.
주인공 ‘해리’는 PD가 되어 만든 드라마가 표절시비에 휘말리면서 사표를 내고, 범죄재연프로그램의 무명배우로 살아가며 ‘을’이 되어간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살인사건 용의자가 나타나고, 그가 20여 년 전 자신과 운명을 바꾼 소년이라는 걸 알아차린다. 그때부터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감 속에 진행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2차원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럴 수도 있었던 세계’와 현실을 번갈아가며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은 교묘한 퍼즐과 같이 풀릴 듯 말듯 배열되어 큰 흥미를 이끌어낸다. 실재와 복제된 현실, 주체와 재현된 주체 사이에서 형성되는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탐색은 이 소설을 단순한 스릴러나 미스터리로 전락하지 않게 만드는 격조를 부여한다.
이 작품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루저남’을 주인공으로 해 현실감을 더했으며, 더 이상 진짜와 가짜를 가리는 것이 무의미한 제스처에 지나지 않게 된 ‘쇼 비즈니스’의 현대사회를 작가는 엑스레이처럼 파고들어가는 정교한 서사로 표현해냈다.
삶에 대한 회한과 불안을 다루는 뛰어난 심리표현과 압도적인 몰입도를 통해 처음부터 심사위원들을 완전히 매혹시켰던 『지나치게 사소한 그의 월요일』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롤러코스터처럼 독자들을 숨 막히는 판타지적 공간으로 안내할 것이다.
박지영은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나온 ‘현역 작가’다. 신인이 아닌 기성 작가가 판타지문학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로 5회를 맞이한 판타지문학상에서 심사위원들이 ‘초대형 신인의 탄생’을 언급한 것 또한 이번이 처음이다. 몇몇 응모자들에게는 반칙처럼 여겨질 수도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 그녀는 “글을 써서 먹고사는 게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1997년 명지대 문창과 졸업 이후 2010년 신춘문예로 등단하기까지 소설가라는 쉽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 그녀는 어느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자신의 열망을 동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수많은 좌절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신춘문예 등단 이후에도 소설가로서의 삶은 간단치 않았고, 우체국에서 이번 작품 원고를 부치고 돌아서는 순간에는 “한 번만 속아주세요. 지금 써낼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안 되지만, 한 번만 속아주시면 다음에는 정말로 좋은 글을 쓰겠습니다”라고 기도했을 만큼 심신이 지쳐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이번 판타지문학상 수상의 영광을 안은 그녀는 “벼락처럼 등장한 한국 판타지문학의 축복”이라는 극찬을 받게 됐다.
박지영은 자신이 작품을 쓰기 전에 염두에 두는 두 가지에 대해 언급했다. 그것은 ‘재미’와 ‘가치 있는 시간’이다. 그녀는 “감성을 자극하든 깨달음을 주든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든 듣지 않는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게 하겠다”라며 “거기에는 교양과 교훈 그리고 엔터테인먼트가 모두 포함된다”라고 덧붙였다. 작가의 이러한 작품관은 이번 소설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작가 박지영 소개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청소기로 지구를 구하는 법』이란 소설로 당선되었지만 청소기로 지구를 구하는 법 따위를 알 리가 없었다. 글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지만, 매일, 내게 닥친 하루하루를 글을 쓰며 살아간다는 것이, 내게는 가장 큰 판타지였다. 현실은 판타지를 꿈꾸고 판타지는 현실을 꿈꾼다.
이 소설은 내 두 번째 퍼즐이다. 내가 맞춰가는 퍼즐 한 조각이, 다른 누군가의 그림을 완성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퍼즐 조각이 되기를 바라면서, 세 번째 퍼즐 조각을 찾아가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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