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369)] 일곱 명의 남자
맥스 비어봄 저 | 김선형 역 | 아모르문디 | 288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맥스 비어봄.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이름이지만 근대 영국의 문학계와 예술계에서 그는 이름난 재사(才士)이자 댄디였다.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연극 평론가, 캐리커처 화가로, 후에는 방송에서도 활약했던 이 유머러스한 작가의 작품들은 위트로 점철된 촌철살인의 묘사와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로 빛난다.
영국 최고의 호황기였던 빅토리아 시대와 에드워드 시대를 거쳐 양차 대전을 통한 제국의 몰락까지를 지켜본 한 세대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비어봄. 작가는 이 격랑의 시대에 관용과 위트와 유머의 힘으로 동시대인들에게 휴식과 위로를 주었다.
그는 옥스퍼드에 재학 중이던 젊은 시절부터 호인다운 성품과 도드라지는 재기로 당대의 많은 문인, 예술가들과 우정을 나누었다. 그의 글과 그림은 그 자체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영국의 문화 예술계에 대한 매혹적인 초상이다.
『일곱 명의 남자』는 비어봄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작가들이 사랑한 작가이자 그 누구보다도 작가들을 깊이 이해한 작가인 비어봄의 면모가 잘 드러난다. 일종의 회고록 또는 에세이의 형식을 취한 단편 소설 6편을 모아 놓은 이 작품집은 1919년 5편이 실린 『일곱 명의 남자』로 발표됐다가 1950년 1편이 추가되어 『일곱 명의 남자와 다른 두 남자』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이 6편의 작품을 모두 실었다.
사실 이 ‘일곱 명의 남자’(그중 한 명은 작가 자신이다)와 ‘다른 두 남자’ 이야기는 한 명을 제외한다면 모두 ‘작가들’의 이야기이다. 그중에는 다소간의 명성을 얻은 이도 있지만 대개는 이류 작가, 소위 ‘마이너’ 작가들이다. 특히 가장 유명한 작품인 「에노크 솜즈」의 주인공은 당대에는 전혀 인정받지 못하나 후대에는 자신이 높이 평가받으리라 기대하고 이를 확인하고자 백 년 후의 미래로 가 보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기까지 한다.
하지만 비어봄은 이들을 그저 비웃거나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연민을 넘어 진심 어린 애정과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 자신, 문학에 깊이 매혹된 한 명의 작가로서, 바로 그 문학에 목매단 작가들을 아이러니와 풍자의 형식으로 따뜻하게 보듬고 있는 것이다.
촌철살인의 풍자와 신랄함 속에 깃든 이런 따뜻한 이해야말로 비어봄 글쓰기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재미이자 감동이라고 할 수 있다. 세기말 영국의 ‘실존’ 문인들과 예술가들이 카메오로 등장하는 가운데 비어봄이 창조해낸 ‘허구’의 주인공들이 벌이는 흥미진진한 사건들은 마치 우디 알렌의 최근 영화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작가 맥스 비어봄 소개
영국의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 연극 평론가, 캐리커처 화가. 옥스퍼드 대학 재학 시절이던 20대부터 유수의 문예지에 에세이와 캐리커처를 발표하며 이름을 알렸다. 오브리 비어즐리와 오스카 와일드 등 다양한 문인, 예술가들과 교유하며 빅토리아 시대 말기와 20세기 초 런던의 문단과 예술계를 유머러스하게 그려 냈다. 그의 글과 그림은 악의 없는 풍자와 세련된 위트로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그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맥스’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표작으로 『맥스 비어봄 작품집』 『신사 스물다섯 명의 캐리커처』 『줄리카 돕슨』 『크리스마스 화환』 『일곱 명의 남자』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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