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370)] 불안한 남자
헨닝 망켈 저 | 신견식 역 | 곰 | 608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불안한 남자』는 전통 추리소설이자 범죄소설이며 사회소설로, 영원한 우방국도 적성국도 없다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 속에서 정치적 신념을 위해 두 얼굴로 살아온 인물을 묘파한 장편소설이다.
『불안한 남자』는 헨닝 망켈을 스웨덴 대표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발란데르 시리즈 탄생 22년 만에, 그리고 그의 마지막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로부터 10년 이상 흐른 후에 발란데르 경감이 맡은 최후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연민마저 불러일으키는 이 스웨덴 형사 시리즈는 1991년 시작되어 지금까지 45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3,000만 권 이상 팔렸다.
스웨덴 변방 스코네주의 소도시 위스타드 경찰서의 발란데르 경감은 어느 날 딸의 예비 시부모이자 손녀딸의 조부모인 퇴역 해군 장교 호칸 폰 엥케와 루이스 폰 엥케 부부의 실종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여권은 집에 있고 돈도 지니지 않았으며 핸드폰도 놔둔 채 사라진 두 사람. 흔적도, 동기도, 목격자도 없는 상황에서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가는 동안 스웨덴 최고의 미결 사건으로 남은 올로프 팔메 총리 암살 사건과 스웨덴 영해에서 일련의 기묘한 사건이 벌어졌던 1980년대를 지나 음울했던 냉전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던 중에 만난 CIA 관련 인물은 “우리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지는 못할지라도 어쨌든 더 나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며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까닭은 우리가 공포의 균형을 유지하기 때문이고, 그게 우리의 존재 이유”라고 강변한다.
2013년 6월, 미국의 컴퓨터 기술자이자 전직 CI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국가안보국(NSA)이 자국민은 물론 남의 나라 국민까지 ‘이 세상 모두’를 향해 저지른 첩보 활동이 일부나마 드러났다. 테러 감시라는 명목 아래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이 테러범만이 아닌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서방 국가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상이 들썩였다. 이처럼 무소불위의 정 보권력을 행사한 사찰 센터의 몸통을 밝혀 파문을 일으킨 내부 고발자 스노든은 현재 러시아로 망명한 상태이다.
헨닝 망켈은 『불안한 남자』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발란데르 시리즈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영상화됐던 발란데르 작품 속에서 딸 린다로 분했던 배우가 자살한 뒤에 내린 결론이었다. 발란데르 시리즈 마지막 작품 『불안한 남자』 속 발란데르는 당뇨병에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를 신경 써야 하는 평범한 이웃 아저씨 같은 현실적 인물이다. 게다가 불쑥불쑥 찾아드는 단기기억상실과 건망증이 크레바스처럼 아가리를 벌리고 그를 두려움과 우울감 속에 가둔다. 하지만 그는 원래 열정적이고 유머가 있으며 점잖은 인물이다.
『불안한 남자』는 참과 거짓이 서로서로 모습을 맞바꾸면서 궁극에 모든 것이 희미해지는 늪지대로 떠나는 여행이다.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시종일관 불안해하면서 살아왔던 한 남자의 이야기와, 불완전할지언정 정직하게 살아냈던 삶을 돌아보면서 인생을 마무리해가는 발란데르의 이야기가 그 여정 속에 함께 녹아 있다.
작가 헨닝 망켈 소개
1948년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스웨덴 북부의 헤르예달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헨닝 망켈은 16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17세에 무대 조연출로 경험을 쌓았다. 그는 여러 편의 희곡을 쓴 후에야 1973년 첫 소설 『발파공』을 발표하는데, 이후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그곳에서 제2의 고향을 발견하고 나서 지금까지 스웨덴과 아프리카를 오가며 연출가 및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986년부터는 모잠비크에서 극단을 운영하며, 스스로 표현했듯이 ‘한쪽 발은 모래에, 다른 쪽 발은 눈에’ 묻고 살면서 ‘잊혀진 대륙’ 아프리카의 특수성과 아름다움을 서구에 널리 알리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헨닝 망켈은 『얼굴 없는 살인자들』을 시작으로 쿠르트 발란데르 형사 시리즈로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으며, 『불안한 남자』는 발란데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명실공히 스웨덴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헨닝 망켈이 쓴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3,000만 부 이상이 팔리고, 45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리가의 개들』『다섯 번째 여자』『방화벽』『하얀 암사자』『미소 지은 남자』『이탈리아 구두』『불의 비 밀』『빨간 리본』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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