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375)] 성스러운 살인
엘리자베스 조지 저 | 김정민 역 | 현대문학 | 528쪽 | 14,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988년 데뷔작 『성스러운 살인』으로 ‘애거사 상 최우수 신인상’ ‘앤서니 상 최우수 신인상’ 그리고 1990년 ‘프랑스 추리소설대상’ 국제상 부문을 수상하며 미스터리계에 새로운 별로 떠올랐던 엘리자베스 조지의 데뷔작이다.
『성스러운 살인』은 귀족 가문의 엘리트 미남 형사 토머스 린리 경위와, 노동자 계층의 까칠한 추녀 바버라 하버스 경사라는 대조적인 두 인물이 처음 짝을 맺어 요크셔의 한적한 마을에서 발견된 목 잘린 사체 사건을 수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린리 경위 시리즈가 20년 넘게 사랑받으며 계속될 수 있는 원동력의 중심에는 린리와 하버스처럼 그간의 추리물에서 보지 못한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생생한 주인공을 창조해낸 데 있다고 평가된다. 『성스러운 살인』은 서로를 증오하고 불편해하던 두 형사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게 되었는지 설득력 있게 그리면서 시리즈의 토대를 마련해주고 있다.
『성스러운 살인』의 무대는 300년 전 크롬웰의 군대가 오랫동안 찾아내지 못할 정도로 외진 요크셔의 켈데일 마을이다. 마을의 유일한 순경의 가장 심각한 직무가 ‘마을을 순찰하고 밤에 가게 문들이 잘 단속되었나 보는’ 정도일 뿐인 평화롭고 시간이 멈춘 듯 한 시골마을에서 발견된 목 잘린 사체는 마을을 충격에 빠뜨리기 충분하다. 이런 곳에서는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살인, ‘다만 진실처럼 보일 뿐’인 현장 증거들, 성스러운 수도원이 품은 마을에 숨겨진 어두운 비밀이라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숨 막히게 묘사되면서 추리소설 독자들뿐만 아니라 고딕적인 서사를 애호하는 이들을 끌어당긴다.
‘린리 경위 시리즈’의 성공은 토머스 린리 애셔턴 백작 8세라는 캐릭터가 있기에 가능했다. 진실을 파헤칠 때는 냉정하지만 어떤 진실을 맞닥뜨려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와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는 인물이다. 자신의 못생긴 외모와 가정사로 인해 콤플렉스로 똘똘 뭉쳐졌던 하버스 경사가 스스로 둘러친 벽을 그 차분한 연민으로 마침내 무너뜨린다.
『성스러운 살인』에서 켈데일 마을의 살인사건이 이야기의 주요 줄기를 이룬다면 린리와 하버스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또 한 축을 이룬다. 과거에 대한 아픔을 갖고 있는 린리와 하버스는 수사 과정에서 겪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자신을 극복해나간다. 조지의 섬세한 필치를 통해 극적으로 그려지는 인물들이 변화해가는 과정은 구원을 지향하는 인간의 삶을 파헤쳐가는, 이 작품의 또 다른 묘미이다.
작가 엘리자베스 조지 소개
1949년 미국 오하이오 주 워런에서 태어났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풀러턴 캠퍼스에서 상담심리학 석사학위와 명예 인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3여 년간 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가르쳤고 1988년 첫 장편소설 『성스러운 살인』을 펴낸 이후 교직에서 물러나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다.
백작 가문의 엘리트 미남 형사 토머스 린리 경위와, 출신도 외모도 그와는 정반대인 여형사 바버라 하버스 경사가 평화로운 영국 전원마을을 충격에 빠뜨린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성스러운 살인』은 앤서니 상 신인상과 애거사 상 신인상, 프랑스 추리소설대상을 수상했고, 에드거 상과 매캐비티 상 최종후보작에 선정되었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와 애거사 크리스티의 에르퀼 푸아로를 잇는다고 평가받는 린리 경위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의 연이은 성공으로 조지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올랐다. 미국 소설가로서 영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쓰는 조지는 해마다 영국을 방문하여 철저히 자료 조사를 한 뒤 집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린리 경위 시리즈’는 현재 열여덟 번째 권까지 출간됐고 영국 BBC와 미국 공영방송 PBS에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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