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387)] 검은 고양이

[책을 읽읍시다 (387)] 검은 고양이

에드거 앨런 포 저 | 윤상원 역 | 아름다운날 | 352쪽 | 9,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에드거 앨런 포의 공포 단편선『검은 고양이』. 19세기 미국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추리소설의 선구자로 꼽히는 포는 서정시를 비롯해 추리, 풍자, 공포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드는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하지만 당대에는 거의 인정을 받지 못해 일생을 가난과 궁핍 속에 살았고, 신경쇠약과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음주에 빠지기도 했다. 포의 소설에는 고립된 고성의 냉기 흐르는 실내, 생매장, 고문, 살인 등 선정적인 테마가 과장된 문체로 쓰여 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호러의 기교만 가진 작가는 아니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영혼이 부서지는 느낌을 갖게 하는 그만의 독특한 작가 세계가 있다.

 

『검은 고양이』는 보들레르와 프랑스 예술가들의 상상력에 큰 충격을 안겨준 작품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한 사나이가 검은 고양이를 기르며 매우 귀여워해 주었지만 어쩐 일인지 고양이는 그 사나이를 따르지 않는다. 어느 날 화가 난 사나이는 고양이의 눈을 후벼내고도 고양이에 대한 증오를 참다못해 마침내 고양이의 목을 졸라 죽이고 만다. 이후 그는 자신의 행동을 깊이 후회한다.

 

얼마 후 그 사나이는 산책길에 들른 술집에서 자기가 죽인 고양이와 똑같이 생긴 검은 애꾸눈 고양이를 발견해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러나 이 고양이도 사나이에게 본능적인 증오심을 갖는다. 결국 사나이는 손에 들고 있는 도끼로 고양이를 내리치는데 도끼에 맞은 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아내였다. 사나이는 죽은 아내의 시체를 지하실 벽 속에 넣고 회칠을 한 다음 애꾸눈 고양이도 죽이려고 결심하지만 결국 찾지 못한다.

 

며칠 후 경찰은 해방불명이 된 이 사내의 아내를 찾으러 가택수색을 벌인다. 범행이 절대로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을 가진 사나이는 농담조로 “왜 지하실 벽은 조사하지 않느냐”며 자신이 갓 발라 놓은 벽을 두드린다. 순간 무서운 비명 소리가 들린다. 경찰이 벽을 헐어내자 여성의 시체 위해 애꾸눈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윌리엄 윌슨』은 포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한 불량소년이 선량한 쌍둥이에게 평생 괴롭힘을 당한다. 그 쌍둥이란 다름 아닌 그의 양심이다. 격분한 악인 윌슨은 격투 끝에 선량한 윌슨을 살해한다. 하지만 윌슨은 자신의 양심이나 다를 바 없는 죽은 윌슨에게 중얼거린다.

 

“이긴 것은 너다. 나는 졌다. 그러나 이제 너 역시 죽은 인간이다. 세상에서, 그리고 천구과 희망으로부터 버림받은 죽은 인간이다. 내 안에서 너는 살아 있었다.”

 

독자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과 겹쳐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포는 죽음이라는 영원불변의 주제에 대해 호기심과 공포를 수단으로 몇 개의 변주곡을 만들었다. 여성의 이름을 표제로 한 몇 개의 작품에서는 죽음의 문제가 매우 변화무쌍한 형태로 다루어지고 있다. 작품 『리지아』에서는 칠흑같이 검은 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죽게 된다. 수년 후 리지아의 남편은 금방 여성 로이나와 결혼한다. 그러나 리지아의 생각이 남편의 머리에서 언제까지나 떠나지 않아 금발의 아내를 사랑할 수가 없다. 이후 로이나 역시 병마에 시달리다 죽는다. 그녀가 투병중일 때 한밤중에 시체가 걸어 다니고 있다. 이 시체는 금발이 아니라 칠흑같이 검은 리지아의 머리이다.

 

포의 같은 주제의 작품 중 『리지아』 못지않게 뛰어난 것이 『어셔 가의 몰락』이다. 유서 깊은 어셔 집안의 직계 자손인 로드릭과 여동생 매덜린은 물이 썩어가는 연못가에 세워진 조상 대대로 내려온 낡은 저택에서 살고 있다. 어셔는 극도의 신경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특히 청각 신경이 병적일 정도로 예민하여 아무리 하찮은 소리를 들어도 극심한 공포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병약한 여동생 매덜린은 죽은 뒤 이 으스스한 저책의 지하실에 매장된다.

 

폭풍우가 심하게 몰아치던 어느 날 밤, 말벗이 되어 달라는 어셔의 부탁을 받고 손님으로 와 있던 그의 친구가 이 공포스러운 밤을 보내며 한 권의 책을 낭독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날카롭고 이상한 소리가 지하실에서 들려온다. 그리고 어셔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문이 열리며 수의로 몸을 감싼 매덜린이 모습을 나타낸다. 새하얀 수의에는 피가 스며 있고 마른 몸에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친 흔적이 뚜렷하다. 매덜린은 비틀거리며 오빠에게 다가와 그의 몸으로 쓰러진다. 친구는 끔직한 공포를 견디지 못해 도망친다. 신비스럽고 불가해한 굴레로 여서 집안의 운명과 굳게 결합돼 있던 저택은 마침내 무너져 내려 검은 늪 속으로 잠겨 들어간다.

 

포가 쓴 탐정소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세계문학 사상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포 이후 탐정소설은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모르그 가의 살인』의 뒤팽은 탐정의 전형의 됐다. 『도난당한 편지』는 포가 쓴 탐정소설 중 가장 뛰어난 소설로 인정받고 있다.

 

 

작가 에드가 앨런 포 소개

 

19세기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비평가다. 1809년 매사추세츠 보스턴에서 태어나 순회극단 배우 데이비드 포와 베테 포 사이에서 태어난 포는 세 살이 되어 고아가 될 때까지 초라한 분장실에서 자라났다. 아버지가 실종되고 어머니마저 사망하자 앨런가에 양자로 들어갔다. 리치먼드에 사는 앨런 부부에게 입양된 포는 1826년 버지니아 대학에 입학하지만 양부로부터 최소한의 재정적 지원만 받았고 미국의 사관학교 격인 웨스트포인트에서도 잠시 수학했다.

 

1835년에는 Southern Literary Messenger라는 잡지의 편집인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그 이듬해 5월, 사촌인 13세의 버지니아 클렘과 결혼했다. 6년의 결혼 생활이 지나기 전에 버지니아 클렘은 결핵을 앓아 몸져눕게 되고, 이때부터 포는 더욱 더 알코올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1847년 아내 버지니아를 병으로 잃게 되는 불행을 겪은 포는 자신의 건강도 돌보지 않아 2년 후인 1849년 10월, 볼티모어의 길거리에서 쓰러져 마흔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는 특히 단편소설의 영역에서 오늘날까지 그 천재성이 인정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현대 단편소설이 체계화된 것도 포에 의해서였지만, 그가 이뤄낸 문학적 성과와 비교해볼 때 힘겹고 불행한 삶이었다. 그는 궁핍, 음주, 광기, 마약, 우울, 신경쇠약으로 점철된 대단히 불운한 삶을 보냈다. 그의 천재성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도 모국에서가 아니라 프랑스의 상징파 시인 보들레르 등에 의해서였다.

 

포는 19세기 미국 문학의 새로운 '미와 전율'을 창조해냈지만, 거의 한 세기 가까이 영어권 문학에서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했다. 포의 문학은 당시 미국 문학의 일반적인 흐름과는 갈래가 달랐다. 그의 아름다움을 위한 문학, 예술을 위한 예술론은 당시 미국 문학을 주도했던 청교도적인 사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의 거장 히치콕이 프랑스의 시네마테크에 의해 뒤늦은 조명을 받았듯이 포의 소설들 역시 불행하게도 그의 사후에 빛을 보기 시작했다. 포가 활동한 당시로서는 그의 작품들이 너무 앞서 있었거나 쉽게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에스에프(SF), 팬터지, 추리, 공포 문학의 원조 위치에 어김없이 포가 매김되고 있을 정도로 그의 위치는 중요하다. 포는 현대화된 소설의 틀을 마련한 독창적인 이론가이자 이를 실천한 작가로서, 낭만주의 또는 상징주의 시인으로서, 추리 소설의 개척자로서 현대 문학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포가 만들어낸 뤼팽이라는 인물이 없었더라면 결코 <셜록 홈즈 시리즈>나 <아르센 뤼팽 전집>은 쓰여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사건을 시간 경과에 따르는 평이한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매듭을 동시다발적으로 풀어나가는 새로운 방법을 택하였다. 그의 이런 서술법은 묵직한 긴장감과 아울러 다양한 상상의 세계를 전달한다. 현재까지 그가 추리 소설의 선구로 대접받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그는 1841년 『모르그 가의 살인』을 발표하며 추리 문학의 문을 열었고 이후『마리로제 미스터리』 『도둑맞은 편지』 『황금 곤충』 『범인은 너다』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그는 추리 문학의 특징적 원형을 만들어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